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2 11:09:27 기준
  • 허가
  • 약국 약사
  • #제품
  • 의약품
  • 인수
  • 글로벌
  • GC
  • 유통
  • #수가
  • #염

분업평가 엄정하고 단호해야

  • 데일리팜
  • 2008-08-14 06:43:42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확 바꾼 #의약분업은 과연 성공한 제도일까 아니면 실패한 제도일까. 시행 8년을 맞은 의약분업이지만 이 물음에는 누구도 섣부르게 답하기 어렵다. 그만큼 보기에 따라 성공과 실패한 면이 혼재돼 있고 이해관계에 따라 보는 시각들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조차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는 긍정적 입장과 절대 실패라는 악평이 극단적으로 대립되기까지 한다. 그래서 복지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진행해 온 ‘의약분업 7년 평가결과’ 보고서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1년의 산고 끝에 내달 그 초안이 공개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이해단체들은 들썩이는 분위기다.

이해단체들은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기 바쁘다. 이런저런 방향성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꽤 급하다. 미완의 의약분업을 제대로 성공시키기 위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의약분업의 시행 취지이자 대전제인 의약품 오남용 예방과 이중의 안전점검에 대한 의미심장한 논의는 없다. 보험재정에 대한 책임논란만 유독 크다.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직전인 1999년 가입자의 보험료 총 부담액은 7조886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1조5979억원으로 3배나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업 전후의 상대적 직능별 급여비 증가율이 분업 책임론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은 잘못이다. 일례로 약국급여비 증가율이 유독 높지만 약국의료보험 시절에는 약사회나 정부가 독려를 해도 약사들이 이를 기피했었다.

원론적으로는 의약분업 성공·실패요인을 급여비 증가율로 따져서는 곤란하다. 처방·조제의 분리는 환자의 이중걸음으로 당연히 급여비 증가로 이어졌고 만성질환과 고령인구의 확대 및 급여범위 확대 등이 급여비 증가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급여비를 놓고 특정 직능군을 향해 공격하거나 책임을 씌우려 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한 후진적 논란이다.

보험재정 자체를 놓고 벌이는 책임공방전 역시 소모전이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보험재정이 수차례 파산위기에 처하자 그때 마다 보험료를 대폭 올리고 국고지원으로 기사회생을 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분업 시행 몇 년 후 건보재정은 매년 수조원대의 적자재정에 허덕였고 지금도 그 여파로 인해 국고지원은 물론 담배지원금까지 보조해야 버티는 구조다. 재정만으로 본다면 건보재정은 그로키 상태를 넘어 부도다. 보험의 상호부조 정신만을 본다면 이런 식의 재정파탄은 의약분업이 실패작임을 반증한다. 하지만 건보재정은 일반 보험과는 달리 ‘국민의 건강복지’와 긴밀히 관련돼 있는 정부사업이다. 국가가 일정 선에서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가 또한 틀리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보다 국고지원을 더 늘려 건보재정을 안정화 시켜야 한다는 논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의약분업이 재정적으로 온전히 실패작은 아니다. 이 부분을 놓고 설왕설래 논란을 벌이는 것은 그래서 그만뒀으면 한다.

재정이 안정된 것을 전제로 한다면 의약분업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 짓는 잣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 원론적이지만 그것은 의·약사들이 ‘예방’과 ‘안전’에 충실했는지 여부다. 불행히도 의·약사들은 협업은 고사하고 대립과 갈등으로 분업의 근간을 흔들어 왔다. 나아가 각종 담합이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기에 분업의 대원칙은 8년 내내 흔들렸다고 봐야 한다. 항생제와 주사제 사용량이나 사용비율이 감소한 것은 성공작이지만 그것도 급여제한을 통한 강제성이 없었으면 힘들었다. 자발적인 이중점검을 통한 의약분업의 대원칙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의약분업은 실패작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에 대한 정리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때마침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이 지난 6월 끝나고 복지부가 내년 3월까지 평가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목표 아래 연구자 공모에 나섰다. 성분명 처방은 의료계의 선택분업과 극명하게 대립된다는 점에서 확고한 선을 긋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질질 끌 사안이 아니다. 생동성이 국가사업임을 감안하면 성분명 처방은 그 연장선에 있다. 따라서 성분명 처방은 의사든 약사든 약으로 인한 경제적 이윤동기를 원천 차단하는 전제를 깔아야 하는 제도다. 그런 제도적 장치를 만든 상태에서 의사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폭넓게 논의된 후 결정은 단호했으면 싶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직능분업과 기관분업에 대해서도 정리가 필요하다. 병원계는 직능분업이 될 경우 연간 4조원의 재정절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외래조제실 허용 및 병원 내 약국설치 허용 등은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든다. 직능분업이 될 경우 현재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각종 담합을 처벌할 근거가 없어질 우려가 크다. 어떤 식으로든 의·약사의 처방·조제가 분리되면 그만이다는 발상은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처방의 이중검토가 겉돌게 될 여지가 크고 담합은 조장시키는 결과를 낳으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의약분업은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성공과 실패를 단정 지으면 안 된다. 정작 중요한 핵심의제들에 대해서는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아직도 부질없는 사안으로 왈가왈부 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의약품 재분류’는 대단히 중요한 연속과제임에도 그동안 손을 놓고 있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과제들에 대한 엄정한 정리가 이번 기회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일각에서는 이해단체의 대립된 시각을 접어두고 다른 논의를 하자고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넘어야 할 고비를 비켜갈 수는 없다. 의약분업의 성공은 핵심의제들에 대한 단호하고 분명한 결정이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