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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청구 실명공개 만능일까

  • 데일리팜
  • 2008-09-11 06:44:14

병·의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들이 내심 떨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허위청구로 행정처분을 받은 요양기관들은 인터넷에 실명뿐만 아니라 요양기관 명칭, 주소, 연령, 성별, 면허번호 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필요할 경우 언론 공개도 이뤄진다. 사상 유례가 없었던 소위 공개처형 방식이다. 공개기간도 반짝공개가 아닌 무려 6개월이나 된다. 또 공개되는 기관의 홈페이지는 복지부, 보험공단, 심평원, 시·도, 시·군·구 보건소 등으로 많기도 하다. 가히 무차별적으로 죄목과 신상정보가 오픈된다고 봐야 한다. 행정처분으로 받는 단죄 보다 인터넷 실명공개가 훨씬 무서운 형벌이다.#RN#

물론 허위청구를 안하면 그만이고 허위청구를 하면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오죽하면 실명 공개 입법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는가를 생각하면 요양기관들의 자성이 분명 필요하다. 실명공개는 그만큼 명분을 갖추고 추진됐다. 실명공개를 해서라도 허위청구가 근절된다면 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기에 일각의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뒷심을 받고 추진했다. 하지만 단죄 수위가 가히 메가톤급이기 때문에 운용 과정에서 앞으로 숱한 논란과 시비가 일어날 것이 우려된다. 의·약사들에게는 실명공개가 돌이키지 못할 ‘인결살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마녀사냥식 인민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실명공개 입법 추진과정은 사실 특별한 제지나 반발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왔다.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허위청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의료계나 약사사회 내부에서도 팽배했다는 반증이다. 근거법인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3월 28일 공포된 뒤 곧바로 5월 20일에는 시행령이 입법·예고됐다. 이어 시행령이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뒤 9일만 인 지난 4일 대통령령으로 공포됐다. 정부는 이에 덧붙여 건보법 시행규칙 개정안까지 묶어 의결하고 같은 날 공포했다. 개정 시규는 요양기관에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의·약사, 간호사는 물론 제약사 직원 등이 허위청구를 신고할 경우 최대 1억까지 포상금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포상금 규모가 가히 대단하다.

우리는 시행령이 입법·예고됐을 당시 입법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했지만 운영상에 있어서 몇 가지 우려스러운 점을 지적했었다. 그래서 정부는 실제 운영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협은 이미 법 시행 이전에 국민권익위원회 제소, 위헌소송,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등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면서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허위청구 개념 자체가 수많은 케이스별로 모호하게 적용될 가능성과 그로인한 파국이 아직 열려있기 때문에 나오는 반발임을 정부는 생각해 봐야 한다. 법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함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의·약사 전체의 국민적 신뢰와 직결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공개 기준이다. 허위청구 금액이 1천5백만원 이상이거나 허위청구 비율이 20% 이상인 기준이 과연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의아스럽다. 요양기관 규모가 있기 때문에 1천5백만원이라는 기준은 죄목의 절대기준이 되기 어렵다. 더구나 기간이 명시되지 않아 법의 형평성이 문제될 소지가 많다. 또한 20%라는 것도 절대기준으로 일률적용은 불가하다. 절대금액이 많으면서 20%가 안 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단죄의 결정을 금액 크기나 비율로 결정하는 것은 법 적용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 허위청구를 적당히 하면 그것은 눈감아 준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아울러 기준 자체가 지난 06~07년 2년간의 허위청구기관중 상위 20%를 기준으로 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금액기준이나 비율기준은 매년 바뀌어야 한다. 그로인해 시행령을 매년 고쳐야 하고 그때마다 논란과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공표심의위원회의 운영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각계의 인사로 10명 이내에서 구성되는데, 매번 찬반논란이 격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공표결정이 찬반투표식으로 진행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죄가 있고 없고와 단죄의 유무에 대한 결정은 찬반 비율로 결정될 사안이 될 수 없는 것은 상식 아닌가. 의결 기준이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이라고 해놓은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허위청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지만 실명공개 방식이 성공한 사례는 그렇게 많지가 않다는 점에서 실효를 제대로 거둘지는 미지수다. 예방효과가 가장 강력할 것 같지만 실제 적용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몇몇 예외적인 사례나 덮어주는 케이스가 나오면 되레 면죄부를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실명공개의 치명적인 역기능이다. 막대한 신고 포상금 역시 마찬가지다. 허위청구 금액에 따라 포상금을 단계적으로 많이 책정한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이는 오히려 허위청구가 많은 요양기관일수록 더 깊이 은닉돼 신고가 덜 될 개연성을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실명공개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 실명공개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는 실명공개와 더불어 의·약사들에게 일정 주기별로 자발적 신고기간을 주어 구제해줄 길을 열어 주는 일을 적극 검토해 ‘자정 시스템’이 동시에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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