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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구천을 맴도는 슈퍼 망령

  • 데일리팜
  • 2008-11-06 06:46:38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을 동네사람들은 아예 외면해버렸다. 그러나 약계에는 외면할 수 없는, 사라지지도 않는 외침이 망령처럼 떠돌고 있다. 바로 일반약의 슈퍼판매 논란이다.

이 얘기는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방침이 서 있는 내용이다. 안전성이 확보된 약은 의약외품으로 분류하여 약국 외에서 판매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약사법의 근간을 고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기 때문에 기존의 방향성을 지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모든 경제부처, 시민단체, 언론들은 당장 내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의사단체에서도 몽니를 서슴치 않는다. 심심하면 불거지니 더욱 가관이다.

외부의 요구에는 약사법을 어떻게 고쳐서 어느 범위까지 하라는 구체적 주문이 없다. 약사법의 의미가 뭔지, 그것을 바꾸면 어떤 파장이 올지 상관할 바 아니라는 태세다.

사실 이것은 보건복지부가 알아서 할 일일인데도 무슨 규제 개혁 얘기가 나올 때마다 공문서에 과제랍시고 올리니 약국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지경이다. 여기에 답답함을 더 하는 것은 약사회가 제대로 대응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약사회의 기본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맥락이 같다. 그리고 말을 아끼자는 입장이고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자칫 여론재판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하면서 “절대로 안 된다”는 성명이나 집행부의 코멘트를 내곤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보여 회원들의 불만을 사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략이라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피동적 회피 수법만으론 이제 통할 것 같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필자 약력

1970년 약사공론 기자 입사~취재부장 1981년 국회 이상희 의원 보좌관 1985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 입사 1992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 1997년 대한약사회 사무총장 2007년 정년퇴임

슈퍼 판매 논리의 무책임성은 전문약은 일체 거론을 하지 않는 데서도 드러난다. 이 말은 국민 편의성 주장에 정면 배치되는 그쪽의 허점이다. 이 사실은 정책담당자들에게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슈퍼판매 문제에서 가장 큰 적은 여론의 악화다. 경제부처나 시민단체의 주장이 언론을 타면서 같은 이야기가 되풀이 되면 약사회는 무조건 반대나 하는 집단 이기주의 표상으로 굳어질 것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를 특정 단체의 비호 세력으로 몰아세워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측은 아마도 이 시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대비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안 된다는 말만으론 역부족인 상황을 뜻하는 것이다. 특히 내부의 공감대를 갖춰야 할 약사회로서는 한가지의 전략만으로는 취약성을 면할 수 없다.

수퍼판매는 쉽게 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안 된다고 장담할 일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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