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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레트

"생애 첫 연극, 하루 6시간씩 연습하죠"

  • 홍대업
  • 2008-11-20 06:44:05
  • '무소의 뿔…' 주인공 김말숙 약사

연극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서 영선역을 맡은 김말숙 약사.
“무대 위에 서면 대사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요. 머릿속이 하얗죠.”

다음달 3일부터 9일까지 인천 돌체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서 여주인공 3명 중 1명인 영선역을 맡은 수성당약국의 김말숙 약사(46·숙대)의 말이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에다 노래방에서 자신감 있게 노래 한 소절도 부르지 못하던 김 약사다. 그런 사람이 대중이 지켜보는 연극무대에 선다는 것은 적잖이 두려운 일이다.

그가 연극에 출연하게 된 것은 극단 마임의 관객회원으로 등록하게 된 때문. 회비는 연 1만2000원이며, 돌체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연극 마임에서 관객회원을 대상으로 기획한 ‘참여연극 프로젝트’에 따라 지난달 24일까지 공모를 실시했고, 여깅에 김 약사가 응모해 ‘영선역’을 따내게 된 것이다.

“난생 처음 연극무대에 서보는 거예요. 정확한 발음을 내기위해 발성법부터 복식호흡까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배워야했죠.”

김 약사가 맡은 영선역은 공지영의 원작에서는 자살을 하지만 이번 연극에서는 자살시도를 하는 것으로 수정됐으며, 상대적으로 눈물연기가 많아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내야 한다.

이런 탓에 김 약사를 비롯한 시민배우 5명은 하루에 5-6시간 맹연습을 하고 있다. 인터뷰 전날인 18일에도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연습했다.

“이렇게 연습해도 막상 무대에 서면 대사가 생각나지 않거나 실수를 하곤 해요. 역시 연극배우란 타고난 끼를 조금은 가지고 있어야 하나 봐요.”

이번 연극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희망’이다. 이혼한 여자인 혜완, 이혼하고 싶은 여자 경혜, 전업주부이면서 가부장적 가정을 꾸리고 있는 영선 등을 통해 여성으로서 결혼생활에서 겪는 시련과 아픔을 딛고 여성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으라고 제안한다.

김 약사는 배우수업을 하면서 약국과 환자, 연극무대와 관객 사이의 공통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인간 ‘소통’을 통한 자기치유가 그것이다.

“예전에는 약국이 동네사랑방 역할을 했죠.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줌마 등이 늘 약국에 진을 치고 있었죠. 이들은 약으로도, 의술로도 해결되지 않던 마음의 병을 약사와의 편안한 대화를 통해 치유받곤 했죠. 연극도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죠.”

처음으로 서는 무대. 대본이 해질 정도로 읽고 또 읽는다.
김 약사는 다음달 3일 무대에 오르면 마치 ‘발가벗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했다. 농익든 설익든 고스란히 자신의 것을 남에게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그는 도전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약국을 운영하면서 짬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조금 고단하면 자신이 희망하는 것을 하고, 또 다른 삶을 경험할 수도 있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약사가 무언가 이뤄내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자기희생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떤 것도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죠.”

연극무대에 선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웃거리던 남편(안영근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도 이제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한다. 그래서 힘도 난다.

이제는 관객을 맞는 일만 남았다. 결과는 중요치 않다. 땀 흘린 시간이 행복하고 너덜너덜 해진 대본이 뿌듯하다. 올곧이 혼자의 힘으로 ‘무소의 뿔처럼’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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