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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진료위기가 닥쳤다

  • 데일리팜
  • 2008-12-15 06:46:46

#산부인과와 #흉부외과가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들은 두 진료영역에서 치료나 수술을 제때 그리고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 발생에 무방비로 노출된 최악의 의료환경 속에 빠져들었다. 돌아가는 작금의 사태가 예전과는 다르게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 진료과는 주지하다시피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산모와 태아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심장과 폐 등의 만성 및 중증환자들에게는 생명이 긴박하게 걸려 있는 분야다. 그래서 의사에게는 직업적 소명의식이 가장 요구될 정도로 존엄한 가치가 부여된 의술의 핵심영역이 이들 진료과 아닌가.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의료사각이란 공포가 엄습할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산부인과는 세계 최고수준의 저 출산 상황 속에서 경기불황의 여파를 가장 직격탄으로 맞고 있는 진료과중 하나다. 거기에다 턱없이 낮은 저수가에 잦은 의료분쟁까지 겹쳐 산부인과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져들었다. 오죽 심각했으면 의사협회가 성명서까지 내는 상황까지 왔을까. ‘죽어가는 산부인과, 근본적인 회생대책 수립하라’라는 성명서 타이틀만 봐도 산부인과가 처한 위기의 극단을 잘 웅변해 준다. 실제 경영난에 문을 닫고 있는 동네 산부인과들이 속출하는 반면 신규 개업은 거의 눈에 띠지 않는다. 글로벌 위기상황이 아닌 지난해에도 산부인과 폐업율은 8.5%에 달해 개원가 평균 폐업률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개원율의 경우는 올 들어 전체 진료과목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극심한 경영난을 견지지 못한 강원도의 한 산부인과 원장이 의사라는 직업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하는 사건이 나자 산과 개원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물론 상위 잘 나가는 일부 산부인과는 경영상황이 좋다. 의협의 발표를 보면 상위 30%의 매출액과 하위 50%의 매출액 격차가 무려 12.4배에 달한다. 이는 타 진료과에 비해 현격하게 큰 차이다. 이로 인해 하위 50%의 매출액은 연 평균 5589만에 그쳐 월 매출이 466백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임대료와 인건비를 충당하면서 개원하고 있는 것이 언뜻 보기에도 신기할 정도다. 또 상위 30%라도 해도 공동 개원한 사례가 많아졌음을 감안하면 실제 경영상황이 좋은 산부인과는 훨씬 적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설상가상으로 '산전 바우처'(출산 전 진료비 지원제)와 '찾아가는 산부인과' 등으로 산과를 압박하는 중이다. 이들 정책이 저출산에 대처하기 위한 불가피하고 아주 좋은 취지의 제도이기는 하지만 산과 개원의들에게는 이래저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들이다. 바우처 제도로 비급여 부문을 공개해야 하는 전제조건은 그나마 비급여로 명맥을 유지하는 산과 개원의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개원가가 가격비교 사이트처럼 대중에 공개되면 경쟁이 더 격화돼 경영난을 부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산부인과 역시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일방주의적 진행은 동네 산부인과를 압박할 요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는 아예 산부인과의 씨를 말리는 입법행보를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지난 10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가 의결한데 이어 이틀 뒤인 12일에는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발 빠른 처리가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충격이다. 국회가 종병 필수진료과목 기준 심의에서 정부 개정안을 무시하고 현행 안으로 역주행한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산부인과는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와 함께 이른바 메이저 진료과다. 그런데 국회는 100~300병상은 산부인과 없이도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하도록 현행 안으로 시계추를 뒤로 돌렸다. 산부인과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이런 식이면 국회는 돈벌이가 잘 안 되는 진료과는 필수진료과에서 빼는 입법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인가. 산부인과가 무너지거나 위기에 직면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쳐 종국에는 태어날 후손들에게도 전방위 위험을 가하는 무서운 일이다. 형식적 절차인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만 남겨놓은 것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막아야 하는데 대책이 없다.

흉부외과는 산부인과 못지않게 심각한 진료영역이다. 산부인과와는 다른 성격이지만 병원마다 흉부과 의사 기근의 원인이 고된 일에 비해 보상이 작다는 차원에서 보면 역시 경제적인 문제에서는 원인이 유사하다. 흉부외과 기피현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이제는 '수술공백'라는 위기의 극단까지 치달은 점 또한 엇비슷하다. 2009년 전공의 전기모집 병원 지원현황을 보면 흉부외과는 총 정원 76명에 불과 18명만이 지원했다. 미달은 둘째 치고 전 진료과중 지원율이 꼴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병원이 전국적으로 41개 의대 병원중 절반이 넘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전국 59개 대형병원에서 흉부외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곳이 23곳에 달한다. 유명 대형종합병원조차 정원을 못 채울 정도이니 유구무언이다. 결국 머지않은 장래에 흉부외과 환자는 수술대에 오르지 못하거나 불안한 대체인력을 투입해야 하게 될 긴박한 위기에 처했다.

흉부외과는 인체의 가장 중요한 장기들을 다루기에 긴장이 고조되는 시술이 많은 관계로 육체적 노동 강도는 차치하고 고도의 정진집중이 상상하지 못할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다.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보수는 당연하지만 우리의 의료현실은 정 반대다. 흉부외과 의사 연봉이 진료과중 가장 높은 미국의 사례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정신과, 안과 등에 지원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상황에 뒷짐을 지고 있는 정부가 오늘의 사태를 자초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부인과와 흉부외과 미달사태를 소위 시장논리로만 보면 안 된다. 배타적 면허부여 권한을 쥐고 있는 정부가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의무도 있는 만큼 이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협이 사안의 긴박성을 인식하고 이틀간격으로 이들 진료과와 관련한 성명서와 입장을 연이어 내놓은데 대해 정부는 곱씹어 생각해 봐야 한다. 의협의 주장과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부인과와 흉부외과의 위기는 의술의 위기이고, 그것은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중대한 구멍이 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회는 이런 상황에서도 엉뚱한 뒷걸음질을 쳤다. 따라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시행 가능한 해결책이 당장 급하다. 그것은 수가를 통한 방식이다. 이들 두 진료과에 대한 '선제적이고 전향적이면서 전폭적인 수가인상'만이 구멍난 진료위기를 막는 확실한 방책이다.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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