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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막 오른 '6년제 약사'

  • 데일리팜
  • 2008-12-22 06:46:25

오는 2015년 첫 졸업생이 배출될 '6년제 약사'의 위상은 과연 어떨까. 기존 4년제 약사와의 차별성이 없는 무늬만 6년제인 약사가 배출된다면 부질없는 학제연한 연장으로 인한 개인은 물론 사회적 비용의 낭비만 촉발하게 된다. #6년제 마저 소위 '잠자는 라이선스'가 많은 구조라면 그 낭비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같은 실책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지금부터 확실해야 한다. 그런데 그 준비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어서 우려스럽다. 올 수능시험 학생이 내년에 약대를 진학할 기회가 없어졌으니 약대 6년제는 이미 닻이 올려졌다고 봐야 한다. 내년(2009)과 후년(2010)에 약대 신입생을 뽑지 않는 기간을 개점휴업의 공백 기간이 아닌 6년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간으로 삼아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임상약학회가 지난 20일 '약학대학 6년제에서의 약학실무실습지도자 교육'을 주제로 개최한 2008년 추계학술대회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이날 학술행사는 '#프리셉터'(Preceptor, 약학실무실습지도자)가 주제였고 화두였기에 약학계는 물론 약사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히 여러 분야에서 프리셉터 양성방안이 다양하게 나왔다. 학생들을 가르칠 실무실습 분야의 시스템 마련과 전문 선생님 육성방안이다. 6년제의 성공여부는 그만큼 실무실습을 얼마만큼 치밀하고 내실 있게 준비 내지 운영하느냐에 달렸다.

6년제 하에서 실무실습을 시행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며 여유를 부리는 인사들이 있는 것이 문제다. 사실 2014년이면 6년이라는 준비기간이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프리셉터를 교육하기 위한 분야별 이론적 틀과 시스템 및 인증방안 등을 만드는 과정을 쉽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난 90년부터 시작된 약대 6년제 논의가 십수년 뒤에야 결실을 맺게 된 원인의 근저에 약대 내부의 분분한 이견이 깔려 있었음을 상기해 보면 안다. 프리셉터는 대학, 연구기관, 약국 및 약사회, 의료기관, 제약사 등의 관련단체들이 긴밀히 공조하지 않으면 안 될 사안이다. 이를 조율하고 하나의 큰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쉽다고 보면 안 된다. 설사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실제 프리셉터를 양성하는 기간까지를 감안하면 시간여유가 그렇게 만만치 않다.

프리셉터가 가동된다고 해도 6년제 약사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교육이 이뤄질지는 또 별개의 사안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자칫 겉핥기 교육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경우 6년제는 큰 구멍이 뚫리는 셈이자 실패작이다. 의무 실무실습 기간과 학점이 얼마만큼 배정될지는 모르지만 약국, 병원 등에서의 조제실습이나 제약 및 제약공장 현장실습 교육 등이 완벽하게 이뤄지려면 상단한 시간적 할애가 요구된다. 5년제 또는 6년제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국가들을 보면 졸업 후에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3~4년의 실무실습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 1951년부터 도입된 미국의 전문약사 학위인 팜디(Pharm.D-Doctor of Pharmacy)만 해도 현재 미국 전역의 약대에서 운영할 정도로 이수 후 실제 현장에서 학문적, 임상적, 과학적, 약학적 전문성을 높이 인정받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 덕분에 약사는 미국 전체 직업군중 가장 존경받는 직종에 올랐다. 장기적으로 우리도 약사의 사회적 위상을 이런 목표에 두어야 한다. 아니 약대 6년제 시행의 가치 축에 약사의 실무적인 사회 기여도와 그에 상응하는 존경도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학위 과정 이후의 과정이 아울러 중요하다. 의사의 경우만 해도 6년의 의학교육 과정을 마치고 의사국시를 합격한 뒤 수련의(인턴) 2년과 전공의(레지던트) 3년 등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전문의 자격을 딴다. 6년제 약사의 핵심이 임상과 현장 실무실습임을 감안하면 학위과정 이후의 계획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각 대학은 학교 이기주의에만 빠져 있다. 정시모집 전형에 들어간 약대가 있는 대학들이 너너할 것이 없이 유사학부나 학과를 만들어 '예비 약대 6년생' 모시기에 무척 바쁘다. 자유전공학부, 동서의과학부, 기초의과학부, 프리팜·프리메드학부, 기초약학전공학부, 기초의약학과학과 등이 그런 식이다. 이들 학부·학과들이 자칫 약대입학의 기준이 될 약대입문자격시험(PEET)의 선수과목 이수반 수준으로 전락할까 심히 우려된다. 그렇게 보면 6년제 약사 신입생은 지금 선발중인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공백 기간인 2년간 우수학생을 놓치지 않는 욕심이 우선일 뿐 그 이후 4년 동안의 교육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뒷전인 식이다.

결국 2년공백을 1년으로 줄여달라고 했던 줄기찬 약학대학들의 요구는 2013~2014년의 약사 미배출과 연이어 있을 대학원생 부족 문제 보다는 다른 뜻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본심을 의심받는 상황이다. 앞에서는 교육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뒤에서는 학생유치라는 실리를 먼저 챙기는 앞뒤가 안 맞는 대학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아도 6년제 약사 배출 이후 4년제 약사의 라이선스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약학대학들은 그 대안을 만드는 일에 동시에 앞장서야 할 책임의 선두에 있다. 그 작업은 고사하고 6년제 약사가 4년제와 별 차이 없는 라이선스로 평가받는 교육이 이뤄지면 학교 수입이 증대되는 효과만 거두는 것 아닌가. 현행 4년제 교육이 늘 이론과 현장에서 겉돈 것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입약사의 조제역량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 그 대표적 반증이다. 6년제 약사는 그런 점에서 '전천후 약사'를 만드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최신 커리큘럼을 이수한 이론을 배경으로 현장 실무교육까지 다방면에서 이수해 병원, 약국, 제약사, 연구소 등 그 어떤 직역에 배치를 해도 그에 걸맞은 역할을 즉시 수행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충족한 커리큘럼 및 학점 배정과 실무실습 교육을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다. 연구 작업을 여러 각도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산발적이고 혼란스러워 한눈에 볼만한 마스터플랜이 없다. 대한약학회와 약대협은 물론 대한약사회, 병원약사회, 병원협회, 보건사회연구원, 제약협회 등의 관련단체와 유관기관 등이 모두 참여하는 유기적인 네트워크 대책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약대 6년제 교육의 실질적인 밑그림을 공격적으로 그려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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