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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에 올 대공황 막자

  • 데일리팜
  • 2008-12-26 06:47:29

저물어 가는 무자년(戊子年)에 글로벌 경제사령탑 국제통화기금(IMF)이 '제2의 대공황 우려'라는 참담하기까지 한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각종 거시경제 지표나 금융과 실물경제 상황이 그런 징후를 보이고 있다. 예년 같으면 다가올 새해 맞이를 위해 부푼 희망을 하나둘씩 마음에 새기면서 마무리를 했던 연말이다. 하지만 기축년(己丑年)을 앞에 둔 올해는 IMF의 폭탄예언으로 희망들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기대들이 무차별 꺽이면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암울한 순간이다.

냉정하게 보면 제2의 대공황이 올 지표들은 충분하다. 전 세계는 지금 신 뉴딜 정책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돈을 시장에 쏟아 붇기 위해 천문학적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마구 풀고 마구 찍어대는 통화팽창은 불가피하지만 위험한 전조의 상징이기도 하다. 거기다 통화 스와프 등은 일시적 위기를 넘기겠지만 국가간 동시적 위험을 안고가는 연쇄고리가 될 개연성이 많다. 이처럼 제로금리가 나올 정도로 유동성 공급에 사활을 걸다보면 자본의 실질가치가 맥없이 주저앉고 명목부채는 크게 늘어나 이중삼중으로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어 또다시 유동성 위기를 자초한다. 유동성 확보가 지상최고의 숙제지만 그것이 유동성 위기를 자초하는 악순환을 반복시키다 보면 결국 그 끝은 대공황이다. 마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끝내 잠기는 식이다.

얼마 안 남은 쥐띠해가 공포와 긴장의 초침으로 재깍재깍 흐르고 있다. 디플레이션(deflation) 공포가 이미 곳곳에서 현실화 되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감산, 감원, 감봉 등의 3감이라는 디플레 시그널에 이어 이제는 기업의 연쇄도산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직전의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이에 더해 충격완화라는 고육책으로 인위적 퇴출작업까지 착착 진행 중이다. 마치 이곳저곳에서 폭발하기 직전의 기업 위기상황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대공황의 문턱에 막 들어가는 징후 같아 전율을 느끼게 한다. 전 세계를 향해 엄습해 오는 빈곤의 무차별 고통이 바로 대공황이다. 마치 전 인류를 쓸어버릴 전 지구적 쓰나미다. 도무지 피할 길이 없을 것 같은 '소띠해의 위기'가 의약계에도 예외 없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의약계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공격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 일선에 제약사나 도매상 등의 기업체 보다도 의사, 약사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가가치의 주축에 기업들이 정점에 있지만 그 가치를 지키고 키울 또 다른 중요한 정점에 의·약사들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건강과 의료도 거시적으로 보면 엄밀히 시장으로 움직이고 기능한다. 의약계의 내수시장 진작은 전문직능인들의 손에 많이 좌우된다는 얘기다. 이는 의약계 시장을 비단 제약으로만 한정해 기업들의 역할론만 부각돼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같다. 의·약사들의 진료나 조제행위 등은 그 자체로 고부가가치 행위이기에 주변적 행위가 아닌 전체 의약시장을 버티게 할 버팀목이자 동시에 키워갈 동인(動因)이기도 하다.

제약사들은 사활을 건 생존투쟁에 들어간지 이미 오래지만 내수에서는 거의 희망을 잃은 눈빛들이다. 제약사들은 그 대안으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 발 빠르게 핸들을 좌회전 우회전 이리저리 돌려대느라 정신이 없다. 상위 제약사들은 특히 수출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불가능하게 보여 온 문턱 높은 미국과 유럽의 안방시장까지 정조준 하는 국면에 들어갔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상황에서 단기간에 수출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위기를 피할 신작로를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다. 최소한 2009년은 한 해는 내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며, 의·약사들이 이에 적절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건강에 대한 소비는 결코 거품이 있을 수 없다는 당연한 인식에서 의료·제약시장 활성화에 방아쇠를 당길 필요가 있다. 이 시장은 위축이 될수록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시장이 커지는 구조다. 그만큼 언젠가는 리커버링 되는 수요의 탄력성이 있는 시장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것에 기대 가만히 앉아있을 여유가 없다. 경제적 고통이 심할수록 건강과 의료에 대한 사회적 뒷받침은 최소한의 버팀목이 돼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의·약사들이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갖고 선순환의 고리를 풀어야 할 위치에 있다. 환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하는 일이 그것이다.

우리는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하나는 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한 재투자 시기가 지금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민간 자율적인 의료시스템 환경의 재구축이다. 전자는 의·약 개별 주체의 혁신이다. 의료기관과 약국의 환경은 여전히 환자 지향적이기 보다 공급자 중심의 구태를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구조다. 환자 위에 군림하는 경향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이는 환자를 여전히 기다린다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번 기회에 다가가는 의료 서비스에 질적인 제고를 확실히 이룬다면 환자들의 발길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기회요인이자 미래 경쟁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의·약사 스스로의 재교육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강화돼야 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의료기관과 약국의 진료 및 조제 서비스가 한층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일반론이지만 반드시 풀어야 함에도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이기에 이를 쉽게 보면 안 된다.

후자는 의협이나 약사회 등에서 환자지향의 자율적 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하는 일이다. 예컨대 단골주치의제도나 단골약국제도 등을 통해 환자의 병력이나 복약이력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호환되고 관리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의·약사의 협업은 필수적 전제다. 견원지간(犬猿之間)처럼 된 지금과 같은 의·약사의 대립구도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의협과 약사회가 손을 맞잡고 특정환자가 지속적으로 특별 관리되는 지역단위 요양기관들이 선정되고 이를 위한 의료기관 약국 간에 일종의 짝짓기 단골서비스 시스템까지 확보돼야 한다. 특정환자가 다른 의료기관과 약국에는 가고 싶지 않을 정도의 단골관리 시스템의 구축은 다같이 위기에 빠진 지금이 기회다. 이는 복지부가 내년 추진하는 만성질환자의 단골의사제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민간 주도적으로 이뤄져야 성과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화폐나 금융은 실물경제를 위한 보조역할이어야 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그것이 뒤바뀐데서 온 사태다. 금융 시스템이 실물경제를 온통 물 먹인 형국이고 앞으로도 금융이 발목을 잡을 상황은 계속된다. 넘쳐나지만 숨어 들어간 전 세계 통화량이 장기간 뒷덜미를 잡을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는 길은 실물경제의 부가가치 창출이다. 그것은 기업의 설비투자와 생산능력이 핵심 펀디멘탈이지만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서비스도 제조업 못지않은 기여를 분명히 한다. 서비스는 제조업 이상의 경제 대동맥이자 혈맥이라는 것이다. 건강과 의료 서비스는 그중에서도 핵심영역이다. 의·약사들이 나서 환자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행보이기도 하지만 거시경제에도 큰 기여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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