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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처방따라 제약 생사 좌우…전쟁터 방불

  • 천승현
  • 2009-01-13 06:55:44
  • 의사-제약 갑을 관계·과열경쟁, 리베이트 부추겨

의사-제약사간 수직적 관계, 리베이트 관행 원인

제약산업 리베이트 문제점을 꼬집은 공정위 홍보물
제약산업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영업 현장이 과당경쟁이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처방권자인 의사의 결정에 전문의약품의 매출이 전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가 허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최종 구매자인 환자의 선택이 아닌 의사의 처방이 전문약 유통의 흐름을 독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제약사는 의사들로 하여금 자사 의약품을 선택하도록 하는 노력이 영업활동의 최종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각종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의사와 제약사 영업사원은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심지어 매출의 상당부분이 좌우되는 병의원의 경우 제약사들은 병의원에 회식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이기도 하며 세칭 '지원권'을 따내는 업체는 "병의원이 회사에 기회를 줬다"고 할 정도로 제약산업에서 의사와 제약사는 상상 이상으로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연구개발보다는 마케팅 비용 증가에 더 무게중심을 두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라는 견해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기준 제약회사의 판매관리비는 매출액의 35.16%에 달했다. 이는 일반 제조업의 판매관리비 비중 12.18%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제네릭 시장 과열, 리베이트 경쟁 야기

리베이트 제공 관행은 제네릭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정된 시장에서 제네릭사들은 오리지널의 시장을 뺏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며 이러한 경쟁은 제네릭 제품간에 더욱 치열해진다.

지난해 제네릭 시장이 열린 얀센의 소염진통제 울트라셋의 경우 무려 238품목의 제네릭이 허가를 받은 상태다. 각각 지난해 7월, 11월 제네릭 시장이 개방된 리피토와 코자는 허가 받은 제네릭이 각각 109품목, 106품목에 달한다.

한정된 시장에 같은 효능.효과 및 비슷한 약가를 가진 100개가 넘는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영업력에 의해 성패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라 리베이트 경쟁도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제네릭 제품의 시장 진출이 시장 확대를 가져오는 효과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많게는 100여개의 제품이 한정된 영역을 나눠먹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IMS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열린 노바스크 개량신약 시장의 경우 50여개의 제품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2년 후에는 전체 시장이 14% 증가하는데 그쳤다.

아마릴 제네릭 시장은 100여개의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했는데도 시장 성장률은 15.8%에 불과했다. 이 때 100여개 제네릭이 484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제네릭당 평균 연 매출이 체 5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결국 이러한 경쟁구도에서 제약사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수밖에 없으며 의원급에서도 처방액의 3배의 랜딩비를 지급하는 행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리베이트 경쟁은 비단 제네릭 제품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다국적제약사들도 자사의 오리지널 제품의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각종 편법을 자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약분업 직후 처방전에 제품명이 노출되기 시작하자 다국적제약들은 오리지널의 특혜를 누려왔던 게 사실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의약분업 전인 1999년 하반기의 매출을 비교했을시 의약분업 시행 직후인 2001년 하반기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의 매출 증가율이 72.8%에 달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이후 제네릭사들의 시장 진출을 위한 영업활동이 정점에 이르자 다국적제약들도 제네릭을 견제하기 시작했으며 각종 학술활동 지원 및 골프접대 등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시장을 방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결국 국내 제약산업은 국내사, 다국적제약사를 막론하고 한정된 시장을 놓고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전면전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지나친 내수 의존도, 과열 경쟁 부추겨

국내 제약사들이 내수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영업현장의 과열을 부채질하는 한 요소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데일리팜이 지난해 12월 결산 제약사들의 수출실적을 분석할 결과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불과했다.

LG생명과학, 영진약품, 한국유나이티드, 유한양행, 한미약품, 신풍제약 등을 제외하면 수출 비중이 10%를 밑돌았으며 수출실적이 전무한 업체도 4곳에 달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한정된 국내 시장에 영업력을 총 투입하다보니 과당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도매업소들의 난립도 과열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식약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말까지 식약청으로부터 KGSP 지정을 받은 도매 업소는 총 1710곳으로 집계됐다.

2007년까지 KGMP 적격업소로 지정받은 제약사가 234곳임을 감안하면 제약사보다 6배 정도 많은 도매업소가 제약산업 영업전쟁이 뛰어든 셈이다.

도매업소간 과열 경쟁으로 병원 입찰과정에서 적잖은 뒷거래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약국에서는 같은 제품을 놓고 제약사와 도매업소가 백마진 경쟁을 펼치는 등 납득하기 힘든 상황도 연출되기도 한다.

결국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간 무한경쟁이 펼쳐지다 보니 영업현장은 점점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이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도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신약보다는 제네릭이 돈 되는 시장' 인식 팽배

국내제약사들이 이처럼 신약·개량신약과 같은 차별화된 시장보다 포화 상태인 제네릭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아직까지 제네릭 시장이 ‘돈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자본력을 감안하면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신약 분야에 오랜 기간 동안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에 몰두하는 것보다는 제네릭 시장을 선점, 수십억원의 매출이라도 올리는 것이 당장 수익구조에 도움을 준다는 것.

특히 이는 그동안 국내사들이 개발한 신약들이 시장에서 기대만큼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07년 국산신약 매출(단위:백만원, IMS데이터)
IMS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내사가 개발한 신약 중 2007년에 매출 100억원을 올린 제품은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1품목에 불과했다.

여기에 유한양행의 레바넥스, 부광약품의 레보비르 정도만이 블록버스터 제품으로의 성장 가능성만 보여준 상태다.

국산 신약 중 유일하게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LG생명과학의 팩티브마저 국내 시장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량신약 역시 한미약품의 아모디핀 및 일부 항암제를 제외하고는 매출면에서 다른 제네릭과 차별성을 띠는 제품이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결국 제약사들은 눈앞의 수익을 위해서는 보다 빨리 제네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업체별로 무차별적으로 동일 시장에 진출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자체개발제품에 비중을 두던 녹십자, LG생명과학이 최근 제네릭 사업부를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제네릭 시장에 진출한 점 또한 국내제약사들의 열악한 수익구조를 방증한다.

또한 연 매출이 100억원 남짓한 업체도 100개가 넘는 제품을 보유할 정도로 비효율적인 제품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한국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신약 및 개량신약과 같은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거나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지 않고 한정된 시장만에 안주할 경우 언젠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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