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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에 홍역"…제약 영업총수들 '침통'

  • 최은택
  • 2009-06-13 06:29:17
  • 요약
  • 어준선 회장 "경각심"-노길상 정책관 "용기있는 행동" 주문

[종합]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영업총괄사장 간담

간담회에 참석한 제약사 CEO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준선 "부당행위 생존을 위해 멈춰야 할 때"

국내 굴지 제약기업 영업총수들의 인상이 굳어졌다. 제약협회가 12일 오후 마련한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간담회 뒤끝의 풍경이다.

이날 초청자 명단에는 국내 제약사 사장과 영업총수 등 80명이 포함됐다.

제약사 관계자들도 대거 몰려 300석 규모의 제약협회 대강당은 순식간에 채워졌다.

제약협회 어준선 회장
유한양행 김윤섭 사장, 한미약품 임선민 사장, 녹십자 허재회 사장, 보령제약 김광호 사장 등 상위 제약사 CEO들도 청중석의 한켠을 차지하고 앉았다.

제약협회 어준선 회장은 이날 “이대로 가면 제약산업은 공멸할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부적절한 판촉행위가 생존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생존을 위해 멈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의 리베이트 척결의지가 강력한 만큼 안일하게 대처했다가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의 총화다.

어 회장은 같은 맥락에서 “오늘은 자정결의를 한번더 하자는 것이 아니라 경각심을 갖기 위한 자리”라는 말로 재차 주의를 환기시켰다.

노길상 "상위제약사들 용기있는 행동 부탁"

복지부 노길상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의 의약품 유통 투명화 정책’을 소개할 예정이었지만 주제발표보다는 우회어법으로 제약사들, 그것도 상위사들의 자정을 촉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노 정책관은 특히 “선두기업이 부당거래를 척결하는 데 앞장서 달라”면서 “용기있는 행동을 부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완곡하고 조심스런 어법이 오히려 영업총수들의 폐부를 옥죄었다.

이태근 보험약제과장은 정부의 속내를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제약산업의 격동기”라고 규정했다. 의약품 정책이 대대적으로 손질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길상(좌) 정책관과 이태근(우) 과장.
이 과장은 실제로 제네릭 위주의 약가정책과 실거래가 상환제로 인하 경쟁제한의 문제점을 지적한 비판들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

개선방향으로는 제네릭 대신 개량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위주의 약가정책, 실거래가 상환제를 대체할 가격과 품질을 기반으로 한 경쟁체제를 거론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선결과제가 바로 리베이트 척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태근, '제네릭 우대-실거래가제' 폐지 윤곽제시

이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와 제네릭 약가우대 조치 축소, 개량신약과 바이오시밀러 등 기술기반 의약품 우대, 오리지널과 제네릭들간 무한경쟁 유도 등의 시나리오가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제네릭 위주의 경쟁력 없는 제약사 퇴출과 연구개발형 대형제약사 중심의 산업재편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읽을 수 있다.

정부의 이런 시나리오를 읽었을까?

노 정책관과 이 과장을 통해 정부의 리베이트 척결의지를 재실감한 영업총수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굳어졌다. 간담회도 플로어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1시간만에 종결됐다.

지난 4일 제약사 CEO 간담회 때까지만 해도 영업총수들은 일말의 기대를 가졌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제약사 관계자들이 복지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당시 CEO들은 리베이트와 약가인하를 연계하는 것은 제약산업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면서 개선을 요청키로 입을 모았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희망은 전재희 장관의 거듭된 리베이트 척결의지 재천명과 이날 행사를 통해 그대로 꺾였다.

실상 이날 간담회는 제약협회가 정부의 의지를 실감하지 못한 제약 총수들에게 현실을 인식시킬 목적으로 기획됐다고 봐고 과언이 아니다.

문경태 부회장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토론이 전개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한 제약사 사장은 행사총평을 요청한 데일리팜 기자에게 “할 말이 없다”는 짧은 말로 편치않은 속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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