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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 DRG 도입…과잉진료 악순환 탈피"

  • 허현아
  • 2010-01-21 12:07:47
  • 독일, 3단계 확대 추진 통해 진료 상향평준화 성공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00만명에 달하는 독일은 고령화 시대 위기관리의 절박성을 앞서 경험한 나라다.

전체 인구의 20%를 상회하는 노인인구뿐만 아니라 애초 예상한 1조 마르크보다 2배나 많은 통일비용(950조원)에 직면했던 독일의 상황은 분단과 고령화라는 양대 '키워드'에서 한국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료비 문제에만 국한하더라도 일부를 제외하고 행위별 수가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해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지불제 개편 과제를 돌파하지 못한 실정이다.

총액예산제와 #포괄수가제(#DRG)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비용 상승 압력에 맞서고 있는 독일의 경험은 최소한 정책당국의 의지와 의료계 내부의 자율 통제를 조화시킨 제도 모델을 제시한다.

과다입원-병실확대-환자유인 고리 차단 소기 성과

DRG전문 연구소를 기반으로 독일의 DRG를 주도하고 있는 샤르테 대학병원(유럽 최대 의과대학으로 독일 내 1000병상 이상 종합병원 3개 등 3500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재단)
본격적인 의료비 통제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상징하는 통일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은 이 때부터 의약품 참조가격제(1989년)와 개별병원의 입원진료·지역별 외래진료 보수·지역별 외래진료 처방약 부문별 총액예산제 등(1993년)을 순차 도입했다.

이후 2003년부터는 모든 병원에 DRG를 전면 도입했다. 인구 고령화라는 현상이 입원 규모 증가를 필두로 확실한 DRG 동기를 부여했던 것.

독일의 경우 국민의 평균적인 건강상태가 뒤떨어지지 않는데도 이웃나라 노르웨이·덴마크(6~7일)나 유럽 국가 평균(10일)에 비해 높은 독일 환자들의 평균 입원일수(12일)가 길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이 6.2개로, 유럽 국가 상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병실을 채우기 위한 병원들의 경제적 동기를 피할 수 없었으며, 일당 진료비를 근간으로 한 병원의 재원조달 체계는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같은 현실에서 전면적 DRG 도입은 인구 고령화로 야기된 입원일수 증가, 병상확대, 환자 유인의 악순환을 차단하고 병원 운영의 투명화를 달성하는 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병원간 치료정보 '상대비교'…투명경영 긴장감 조성

DRG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정책적 의지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정 진료 건에대해 DRG로 진료비를 지급한 결과 고비용 시술을 기피한다거나 입원일수를 필요 이상 단축해 외래 진료로 전환하는 등 가능한 적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제적 동기도 나타났다.

또한 입원기간을 늘리기 위해 입원 시술 후 퇴원시키고 상병을 바꿔 입원시키는 사례가 출현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독일 정부는 모든 병원의 질 지표를 표준화해 준수 의무를 부여했다.

독일 베를린소재 병원의 진료증가 건수와 입원일수 감소지표(1991~2006), 1991년 기준으로 진료건수는 2000년부터 정체된 반면, 요양일수와 평균입원일수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연방 의료의 질 보장기구(Bubdesgeschaeftsstellefuer Qualitaetssischerung)가 모든 병원의 진료기록, 병원 감영률, 특정 수술 부작용 등 질 지표를 수집, 관리·감독하고 나선 것.

이는 병원들이 사전 정보를 토대로 과잉진료, 비효율성 여부를 인식하고, 타 병원과의 경쟁관계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인다.

즉, 가격과 기술수준에 비해 저평가 또는 고평가됐던 진료를 상향 평균 수준으로 수렴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일부 질환에 입원 포괄수가를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진료의 질 저하를 우려한 의료계의 반발은 필연적으로 따라왔지만, 독일 정부는 공신력에 기반해 이해갈등을 비교적 잘 돌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형 DRG를 수정·보완한 독일의 DRG는 전면 도입 직전까지 이른바 '유혈이 낭자한 퇴원(Bloody Disharge)'라는 비유적 논쟁을 유발할 만큼 우려를 낳았으나, 결과적으로 병원들이 보건당국의 질 관리 지표를 자기 검열 및 질 향상의 바로미터로 차츰 수렴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와관련, 병원간 경쟁에 따른 자율 감시와 행정당국의 관리 감독 시스템이 조화를 이룬 결과 DRG로 인한 의료사고나 진료의 질 하락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총액예산제 단계폐지…진료예산 삭감 따른 파산 안전망 구축

샤리테 대학병원 부설 보건경제연구소 Thomas Reinhold 박사(왼쪽)와 <샤리테 대학병원 Kerstin Endele 홍보이사
총액예산제와 DRG를 병행하면서 장기적으로 DRG 기반을 강화한 독일의 정책은 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DRG의 확대를 모색하는 국내에도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1단계로 DRG를 도입한 2004년까지는 총액예산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DRG 기반을 닦았다.

2단계로 2005~2008년까지 총액예산에서 DRG 진료비 수입을 제외한 예산을 일정규모만 삭감하는 '수렴화 단계'에 진입, 병원별 DRG 가격 편차를 허용했다.

3단계인 2009년부터는 병원의 총액예산제를 완전히 없애고 DRG 가격이 병원의 재원조달을 장악하는 단일화 수순을 밟았다.

독일 정부는 이 과정에서 진료비 예산 삭감에 따른 병원들의 파산을 방지할 안전장치를 구축했다.

2단계 실행 초기 매년 일정 규모씩 진료비 총액예산을 삭감, DRG 수입으로 보존하도록 하면서 총액예산을 점진적으로 없애 병원의 재원조달이 DRG로 수렴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1997년 DRG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며, 2002년 편도선수술, 맹장염수술, 치질수술 등 7개 질병군 대상 본사업에 이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추진중이다.

공단 관계자는 "도입 이래로 매년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문제들을 거시적 관점에서 조정, 해결하고 있는 독일의 DRG체계는 하나의 학습체계이자 현재진행형"이라며 "대형병원의 환자쏠림 현상 등 왜곡이 존재하는 국내 의료 실정에서 한국형 DRG 도입을 위한 생산적 근거로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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