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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구매제 원안추진 유력…이 대통령 재가

  • 박철민
  • 2010-02-08 06:50:49
  • 복지부, 이달말 시행방안 발표…업계 "쌍벌제 선행 주장"

복지부 전재희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박하정 보건의료정책실장을 대동하고 청와대로 향했다.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전 장관은 현행 실거래가제를 저가구매제(시장형 실거래가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의약품 리베이트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설명으로 대통령을 납득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낸 복지부는 설 명절이 지난 2월 마지막 주에 '투명화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6개월 뒤 시행"…심평원, "준비기간 부족"

심사평가원 송재성 전 원장은 지난달 말 전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하며 저가구매제 도입 시기를 미루도록 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된 보고서도 복지부에 제출됐다.

이는 6개월 가량을 준비기간으로 보고 있는 복지부와 달리, 실무적 준비기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저가구매제가 시행되면 보험상한가와 실구매가의 차액 중 70%는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로 부여하고 30%는 환자에게 돌려주게 된다.

요양기관의 의약품 구매는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차액과 환급 비율이 저마다 달라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개발과 보급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

시범사업을 거친 뒤 실시되는 다른 정책과 달리, 복지부는 저가구매제 시행을 연내에 본격 실시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번 심평원의 경고는 그 중요성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기술적인 문제로 요양기관이나 환자에게 환급액이 적시에 도달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환급하느냐의 문제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행을 준비해야 한다는 심평원의 지적은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저가구매제, 원안 그대로 시행 가능성 높아

대통령의 지시도 복지부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복지부 약가유통 TF 임종규 국장은 "협회 등과 대화를 더 나눠서 갈등을 최소화하라는 취지로 보고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및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제약업계의 탄원서가 빗발치는 등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이 대통령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열린 의원단 회의에서 ▲의약분업 원칙 훼손 ▲의약품 과잉 투약 ▲리베이트 가중 등의 이유로 저가구매제 반대 입장을 결정한 바 있어, 복지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주변 상황으로 복지부는 '투명화 방안'의 발표 전에 제약업계와 공식 또는 비공식 간담회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의 요구가 저가구매제의 존폐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이 내용 없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에 그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분위기는 정부 내에서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가구매제를 원안대로 끌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저가구매제 원안 고수에 있어서 전 장관의 임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 제도가 발동이 걸릴 때까지 전 장관이 남아 있어야 저가구매제 시행에 추진력이 더욱 붙기 때문이다.

국회와 복지부 내에서는 전 장관이 6월 지방선거 이후에 교체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선거 전에 자칫 장관을 교체했다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역풍을 맞으면 그 영향은 선거를 앞둔 여당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장관이 처음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사안도 바로 리베이트"라며 "최근 저가구매제 도입을 보고했으니 마무리까지 확실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쌍벌제라도 먼저 실시해야"…리베이트법, 2월국회 논의될 듯

이러한 분위기에서 제약협회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따금 업계에서 언급됐던 선 시범사업 실시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 장관이 정책 실시에 있어 시범사업을 거치는 것 자체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강력한 쌍벌제와 저가구매제가 함께 출발한다면 산업의 고사는 방지할 수 있다는 제약업계의 의견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약가 일괄인하와 저가구매제가 함께 포함된 투명화 방안은 업계의 큰 희생을 요구한다"면서 "쌍벌제가 먼저 시행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쌍벌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고 시행되는 기간을 고려해 내년 중반 정도에 저가구매제를 시행한다면 피해가 그나마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쌍벌제 법안은 민주당 김희철·박은수 의원의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으로써 15개월만에 복지위에 상정됐으나 법안소위에서는 아직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또 최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측에 징역 또는 벌금과 함께, 무려 50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복지부는 여당인 한나라당에 '투명화 방안' 이후 리베이트 법안을 상정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2월 국회에서는 정부여당에서도 민주당에서 발의한 리베이트 관련 법안들을 모두 논의하고, 최 의원의 법안까지 병합 심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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