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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 없는 심야응급약국 추진 '공염불'

  • 박동준
  • 2010-05-19 12:26:54
  • 약사회, 인센티브 마련 '고심'…국민불편 해소도 관건

심야응급약국, 안전한 의약품 복용과 구매 불편 해소의 접점

의약품 약국 외 판매가 논란이 되는 것은 비록 일반약이라고 하더라도 안전한 복용을 위해서는 약사의 판매가 전제가 돼야 한다는 주장과 심야시간대 약국에서는 의약품을 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프 메디케이션' 차원에서 안전성·유효성이 확보된 일반약은 국민들이 자체적인 판단 하에 복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돼야 하지만 사실상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주장의 출발은 국민들이 필요한 때에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것에 기인한다.

이를 감안하면 심야응급약국은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영구적으로 저지하는 대안은 아니라도 하더라도 약사 사회의 입장과 국민 여론의 출동을 해소할 수 있는 접점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약사회는 6.2 지방선거 이후로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의지가 일시에 분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심야약국을 이용한 국민들의 반응이 심야약국을 찾는 불편보다는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는 안도감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심야응급약국이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저지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약사회 박인춘 부회장은 "국민들에게 새벽에도 의약품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상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요구가 크지 않더라도 필요한 시점에 국민들이 구매를 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불만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적·제도적 지원 없는 심야응급약국 요원…약사회 '고심'

그러나 심야응급약국 운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만만치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심야약국들을 심야응급약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제외하더라도 사정이 여의치 않는 지역에 새롭게 심야응급약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을 포함한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상황이다.

재정적 지원이나 이를 뛰어넘는 운영 동기 없이는 특정 약국에 심야응급약국 운영을 요구하는 것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현실성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선 약사들의 판단이다.

24시간 약국을 운영 중인 강남의 장경현 약사는 "경제적 동기가 수반돼야 심야약국 운영도 가능하다"며 "이를 외면한 채 심야응급약국을 강행할 바에는 국민을 대상으로 상비약 갖추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는 심야응급약국 운영 예산 지원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는 점에서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재정이 투입되야 한다면 이는 한시적으로라도 약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대구 심야약국이 사실상 손해를 보면서도 2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 역시 회원들이 각출한 금액으로 매달 5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지역 약사회에서는 예산 상의 이유를 들어 심야응급약국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사회가 개별 약국에 대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내느냐는 심야약국운영의 현실화 여부를 가르는 가장 큰 과제가 될 공산이 크다.

대구시약은 매년 이사회를 통해 심야약국 보조금을 결정하고 있다. 개설 초기 회원당 15만원에 이르던 납부금이 현재는 3만원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포항시약의 경우 과거 전국적인 심야약국 도입 움직임에 맞춰 회원 약국 가운데 한 곳을 24시간 약국으로 지정했지만 근무약사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3개월 만에 운영이 중단된 바 있다.

경상북도약사회 한형국 회장은 "포항시약 회장 시절 24시간 약국을 지정해 3개월 동안 운영해 봤지만 매월 300만원 정도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사회나 지자체, 정부 등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운영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분회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서구약사회 최두주 회장은 "근무약사 인건비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 지원 없이는 지역별 심야응급약국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분회 차원에서 이를 감당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약사회, 지방선거 후보 공약에 '심야응급약국 지원' 포함 추진

약사회 국민불편해소TF 차원에서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이를 감안한 결과이다.

현재 TF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방선거 출마 후보 공약에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포함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자치단체가 조례 등을 통해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근거를 마련할 경우 다른 지자체 역시 국민 불편 해소라는 목표 하에 자연스럽게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문위원 자격으로 TF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시약사회 민병림 회장은 "명확하게 밝힌 단계는 아니지만 서울시장 후보 공약에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약 역시 포항시 등 규모가 큰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국민 서비스 향상을 부각시켜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보조금 및 홍보 활동 등을 지원받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형국 회장은 "선거 이후 지자체장들과의 접촉을 통해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받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자체가 아니라면 중앙회 차원에서라도 특별회비 등을 통해 심야응급약국 운영을 보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TF는 현재 병원 응급실의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 부각시키는 등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제안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약사회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심야약국의 명칭을 '심야응급약국'으로 확정한 배경에는 이 같은 재정적 지원을 위한 고려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사회 김영식 약국이사도 "국민 불편 해소 차원에서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대한 복지부와 약사회의 공감대는 형성됐다"며 "차후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필요한 건의사항들을 정리해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야응급약국 근무약사 구인난…회원 당번제 근무도 '검토'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재정 지원과 함께 실제 심야시간대 근무약사를 찾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약사회는 유휴 근무약사 확보를 통해 심야응급약국에서 근무할 약사들을 충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연중 무휴로 운영돼야 하는 심야응급약국의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인력수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불편TF 내에서는 심야응급약국 지정이 어려울 경우에는 약사회관 내에 심야약국이나 의약품 취급소를 개설해 회원들이 당번제로 근무를 하는 방안도 운영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약사회관 내에 의약품 취급소를 개설하거나 이를 약사들이 순번제로 운영하는 방안은 법률적인 검토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약 김호정 약국위원장은 "연중 무휴로 운영되는 심야응급약국의 근무약사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자칫 하면 휴일 심야시간대 근무의 경우 개인 약사가 떠 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결국 심야응급약국 운영은 취지를 떠나 실제 누가 이를 감당하느냐의 문제"라며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를 지정해 약사회가 경영 지원을 하면서 전체 회원이 순번제로 운영하는 형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야응급약국, 불법행위 '관리'…방범체계 구축 필요

대구 심야약국에는 약사의 안전을 위한 철망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일선 약국가에서는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따른 철저한 약국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심야응급약국의 경우 운영 상의 다양한 어려움으로 인해 자칫 불법행위의 유혹에 빠지기가 쉽고 이 경우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여론을 저지하기 위해 도입한 방안이 오히려 약국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약국가에서는 일부 심야약국의 불법행태로 인해 인근 약사들이 지역 내에 심야약국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홍보하기를 주저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심야약국과 인근 약국들이 상호 신뢰감이 형성된다면 적극적인 홍보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심야약국들에 대해 마냥 홍보만 하기에는 다소 걸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특정 약국을 심야응급약국으로 지정해 운영한다면 일반약 판매가 문제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야응급약국이 약사회관 등이 아니라 특정 약국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이들 약국의 방범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심야약국 취재결과에서도 확인바 와 같이 유동인구가 많다고 하더라도 새벽 3시가 넘어가면 급격히 인적이 뜸해진다는 점에서 취약시간대 심야약국은 범죄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사회·회원들 의지 없으면 심야응급약국 도입 공염불"

이처럼 산적한 해결과제를 극복하고 심야응급약국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함께 약사회를 중심으로 지역 약사회와 회원들의 실천 의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약사 직능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일정한 희생을 감내한다는 공감대가 약사 사회 전체에 형성되지 않는다면 심야응급약국 도입은 지난 2007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회 집행부 내에서조차 심야응급약국 도입의 긴급성에 대한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약사회 국민불편해소TF가 지난 4월 초부터 구성,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약사회장들에게 심야응급약국 도입 필요성 및 방향성을 설명하는 중앙회 차원의 자리는 5월 27일로 예정된 시도약사회장 회의가 처음이다.

약사회 국민불편해소TF팀장을 맡고 있는 구본호 수석 정책기획단장
구본호 국민불편해소TF 팀장은 "심야응급약국 도입은 예산 문제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도약사회장 및 분회장들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회원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3년 전과 별 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 팀장은 "국민들의 의약품 구매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약사 면허가 가지는 권리이자 의무"라고 하고 "심야시간대에 어떤 약사가 나서 의약품을 판매하겠느냐는 말은 약국 외에 일반약을 내어주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회원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하영환 전 약국이사은 "약사회가 나서 시·도약사회장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며 "집행부가 이를 현실화 시키겠다는 의지 없이는 심야응급약국 도입은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시민단체, 심야응급약국 도입에 '냉소'…지역별 격차 해소도 숙제

약사회가 전국 50곳의 심야응급약국 운영 시범사업을 현실화시킨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시민단체들은 약사회 차원의 심야응급약국 도입을 대국민 서비스 강화보다는 업권을 사수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하고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7년 약사회가 24시간 약국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당시에도 경실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24시간 약국이 일반약 약국외 판매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방안이 결코 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실련 김진현 보건의료위원장(서울대 교수)은 "겨우 50곳의 심야응급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약사들의 이권을 위해 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심야응급약국 도입을 절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는 약사회가 심야응급약국 50곳을 도입한 것으로 국민적 불편을 해소했다고 자위하기 보다는 심야응급약국 확대 등 대국민 서비스 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에 비해 도 단위의 경우 심야응급약국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접근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야응급약국 운영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우선적으로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요구도가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심야응급약국을 도입하고 평가를 거쳐 이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도약사회장 간친회장을 맡고 있는 홍종오 대전시약사회장은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도 단위의 경우 군별로 상당한 지리적 격차를 보여 군별로 심야응급약국을 설치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도약사회장들이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실련은 지난 2007년 약사회의 24시간 약국 도입을 비판하며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요구한 바 있다.
홍 회장은 "소수의 약국을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도 단위는 거점을 정하기도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라며 "이는 광역시 등과 다른 도약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약사회는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을 우선 실시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개선점을 보완한 후 전국 확대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강원도약 김준수 회장은 "농촌과 도시는 생활 패턴의 차이로 심야시간대 일반약 구입에 대한 요구도가 다를 수 있다"며 "심야응급약국이 극히 제한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까지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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