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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구매제 공포', 국무회의 절차만 남겼다

  • 최은택
  • 2010-05-28 06:50:54
  • 정부, 제약단체 반대 의견 등 묵살 원안대로 가결

제약계-시민단체 등 8개 단체 반대의견 묵살

법제처가 약제 급여비 결정 위임근거를 건강보험법에 마련해야 한다는 내부 검토결과를 뒤집고, 시장형실거래가제 도입법안을 원안대로 심사 종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입법예고 기간에 의견을 제출한 대부분의 단체들이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등 반대여론이 거셌지만 정부의 속도전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27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열린 차관회의에서 건강보험법보시행령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따라서 이 법안은 내주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대로 곧바로 공포될 전망이다. 10월 시행을 위한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는 것.

이 시행령 개정안은 보험약 실구입가와 급여 상한가 차액의 70%를 요양기관에 저가구매에 따른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차액의 30%는 환자 본인부담금으로 되돌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제처 "약제비용 장관 위임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보험법에 위임규정 마련 바람직"

이와 관련 법제처는 2001년 약제.치료재료에 대한 비용은 요양비용 산출의 중요사항으로, 대통령령에서 그 내용을 구체화하지 않고 다시 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위임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세부적, 기술적인 내용 때문에 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것이 적정한 경우(에도) 법률에 위임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당시 법제처의 유권해석.

또 최근 최영희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자료에서는 “법제처의 개선의견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법령이 정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일관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법제처의 이런 입장은 시장형실거래가제 도입 등 건강보험법시행령 개정에 앞서 복지부장관이 비용에 대한 세부내용을 정하도록 위임할 본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제처는 복지부가 이번에 제출한 건강보험법시행령 개정안 심사요청에 대해 일부 자구만 수정했을 뿐 원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심사서는 자구수정 뒤 복지부안 '무사통과'

국회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제처가 법령의 (체계와) 위임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모법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고도 실제 심사에서는 다른 결과를 내놨다”면서 “일관성 없이 스스로 입장을 뒤집은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최영희 의원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시행령 23조3항(시장형실거래가제 근거조항)은 모법인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가 없어 위임범위를 이탈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어 “정부 주장대로 새 제도를 도입하려면 본법 42조1항에 ‘약제 및 치료재료는 계약으로 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를 신설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시장형실거래가제 입법예고와 관련, 대부분의 단체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

또 찬성입장을 밝힌 단체들도 사실상 수용불가한 조건을 달아 결과적으로 반대편에 설 수 밖에 없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복지부가 최영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약사회, 제약협회-법무법인 세종, 다국적의약산업협회, 경실련, 전경연, 대한상의,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8개 단체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실거래가 파악이라는 제도의 목적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한 데 반해 신종리베이트 등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라는 우려해서다.

의협-약사회, 수용불가한 선결과제 조건 걸어

의사협회는 “현행 실거래가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한 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을 표했지만, 이에 앞선 선결과제로 보험약가 일괄인하-인하분 수가반영, 의약품 원가정보 공개, 의약분업 재평가를 요구했다.

약사회 또한 “기본취지에는 공감하나 선행과제 해결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약국의 과도한 행정업무 완화, 본인부담금 차이로 인한 국민 불신해소 방안 마련, 공급자 담합 등에 의한 공급거부 해결방안 마련, 결제대금 90일 지급 의무화 검토폐지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협회와 약사회 또한 선결과제가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주문들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반대의견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여론과는 상관없이 10월 시행을 서둘러 공고화 하기 위해 법령검토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해왔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심사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규제심사를 조기 종료했고, 법제처도 3일만에 심사를 마쳤다.

그동안 복지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규개위와 법제처 등과 실무협의를 진행한 결과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법예고 절차를 두는 이유는 의견수렴을 통해 예측못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해 수용성을 높이자는 취지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사례는 절차적 민주주의만을 앞세운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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