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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일반약 슈퍼 판매, 누구의 잘못인가?

  • 데일리팜
  • 2010-07-15 08:38:14
  • 조찬휘 전 서울시약사회장

의약분업이 실시 된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의 약업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 또 현재 겪고 있는 중이다.

현재 우리 개국약사들은 일종의 처방전 중독증에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국을 개설함에 있어 최우선이 주변에 의원이 몇 개 있으며 하루 처방전은 몇 건이나 되며, 내가 개설하는 약국 인근에 또 다시 개설 가능한 약국이 있는지가 관심사일 뿐이다.

거의 모든 약국들이 처방전 위주로 이전, 재편되고 전체 의약품 생산량의 약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던 전문의약품의 비율이 80%를 넘어서고 있으며, 표 1-1에서 보듯이 이제는 일반의약품의 비율이 전문의약품 대비 20% 이하로 떨어져, 일반의약품을 활성화 하고자 노력하는 일부 약사들의 의욕조차 꺾어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일반의약품의 급격한 몰락과 함께, 약국 매출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한약제제도, 갈수록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약국의 새로운 매출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건강기능식품조차도, 처방전에 밀려 방판이나 인터넷판매에 비해 총 매출액 대비 겨우 3% 남짓 약국에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변화 외에도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일반인 약국개설, 약국의 법인화 등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 약사들이 알게 모르게 잃어가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깊이 고민을 해 보아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최근에 이르러 우리 약사 사회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의약분업 이전에는 그 누구도 꺼내지 않던, 아니 발상 조차도 할 수 없는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 및 더 나아가 단어 조차 생경한 ‘심야응급약국’이라는 신조어에 약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경이다.

즉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인정되는 제품을 필두로 국민의 편의성이라는 명목 하에, 일부 일반의약품을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조용하게, 그러나 거세고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의약품 슈퍼 판매 움직임이 단지, 시대의 조류이며 약사회가, 현 집행부가 무능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지, 아니면 현 정부가 일반의약품을 슈퍼에서도 판매하고자 작정을 해서 생긴문제인지, 과연 우리 약사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지 스스로에게 깊이 반문해야 할 때다.

그러면 약사들이 약국에서만 약을 취급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약은 일반 식품과는 달라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들은 말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 약사들이 소위 안전한 약으로 분류된 일반의약품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뒤 돌아보고 난 후, 그러한 주장을 펼치는지 반성을 해야 한다.

조제와 더불어 약국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인 일반의약품 판매에 있어 의약분업 이전과 비교해서 우리가 일반의약품을 취급하는 자세, 또는 판매하는 마음가짐이 심각할 정도로 해이해 진 것을 볼 수 있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처방 조제와 비교해서 일반약 판매(일반의약품,한약제제,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해 대단히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어 의약분업 이후에 배출된 새내기 약사들은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 취급하는 것 조차도 아예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일반의약품 중에서 과연 우리 약사가 진정으로 약사의 본 정신을 바탕으로 복약지도를 해 주는 약이 얼마나 되는가?. 고객이 “타이레놀 주세요” 했을 때 과연 우리 약사 중의 어느 정도가 타이레놀에 대한 복약지도를 해 주는가?

반성을 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게보린, 훼스탈, 박카스, 타이레놀”등 국민들에게 가장친숙하고 잘 알려진 ‘약’을 판매 하면서 과연 우리는 복약지도를 하였는가 생각하고 성찰해야 한다.

더불어 흔히 복약지도라 하면 대부분 처방조제의약품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 각 가정마다 가벼운 질환에는 굳이 병·의원을 찾지 않고 일반의약품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가 더 절실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일반인들이 손쉽게 구입해서 복용하고 있는 각종 소화제나 진통소염제, 해열제 및 영양제 등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고 또 인지하고 있는 약사들조차, 처방의약품에만 집중하느라고 일반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를 아예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인들이 진통제를 약국에서 구입하거나, 아니면 슈퍼에서 구입하는 것에 대한 차별점을 전혀 느낄 수 없고, 소위 ‘약’이라는 것이 단지 약국에서는 약사가, 슈퍼에서는 주인이, 단순히 ‘돈을 받고 건네주는 물건’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즉 우리가 그토록 우리 약사들만이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약’이 약사의 복약지도가 빠진 ‘누구나 취급할 수 있는 일반 공산품으로 전락해 버리도록 방치했다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복약지도를 하지 않는다면 일반인들에게 약국에서 ‘박카스’나 ‘타이레놀’을 파는 것하고 일반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것 하고의 차이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어차피 고객이 특정 제품을 요구하면 적절한 값을 받고 건네주는 행위는 일반 슈퍼 주인이나 약국의 약사나 차이점이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 말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약사들은, 약사의 가장 기본 권리이자 의무인 복약지도를 하지도 않으면서 “약은 오로지 약사들이 약국에서만 취급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어찌 보면 ‘억지’를 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일반의약품의 복약지도 상실에 더하여, 어쩌다가 휴일에 진통제라도 구입하려고 문을 연약국을 찾으려 하면 차를 타고 시내 중심가로 나가지 않으면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달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보면 의약품 슈퍼판매 주장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약사 및 약국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지역주민의 건강을 일차적으로 책임지는 것인데, 단지 처방전이 오지 않는 다는 이유만으로 병·의원과 맞추어 약국 문을 여닫고 심지어는 휴일 당번약국마저 외면하여 국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한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은 2008년 통계청에서 조사한 보건의료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약국이 최하위를 기록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객의 불편 사항들이 누적되어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심야응급약국 운영’이라는 고육책을 내 세워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를 저지하고자 하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복약지도가 실종된 상태에서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 판매하나 슈퍼에서 판매하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고, 휴일이면 진통제 하나 구입하려고 온 종일 약국을 찾아 헤매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도대체 우리는 무슨 명분으로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를 반대하고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말하면, 의약품 슈퍼 판매 주장이 나올 수 밖에 없도록 한 것은 전적으로 우리 약사들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의약분업에 의해 거의 모든 약사들이 처방의약품에 몰두하느라고 일반의약품을 소홀히 하여 발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로 인해 일반의약품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결국에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냉철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먼저 약사들의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이제 일반의약품은 더 이상 처방조제의 들러리가 아닌 약국 매출의 주역이며 그 출발점은 약사의 본연의 자세, 즉 복약지도를 통한 일반의약품의 매출이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한약사회를 통한 정관계의 로비도 아니고, 머리띠 두르고 과천 청사 앞에 가서 시위하는 것도 아닌, 오로지 우리 약사들의 가장 본원적인 권한이자 책임인 복약지도뿐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소화제나 감기약은 물론 심지어는 위생용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도 복약지도를 시행해야 하며 지역주민이 가장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 언제나 우리 약사들이 있어주는 것만이 의약품의 슈퍼판매를 저지할 수 있는 힘이며 더 나아가 약사들의 위상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약사회는 더 늦기전에 일반의약품의 복약지도 중요성을 회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주지 시키고, 복약지도 매뉴얼을 제작 배포하여 회원들이 손 쉽게 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새내기 약사들이 일반의약품에 대해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익숙해 질 수 있도록 교육하여 약국에서의 일반의약품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약사회 조차도, 부득이하게 의약분업 이후 처방조제에 거의 모든 회세를 쏟은 반면, 상대적으로 일반의약품, 더 나아가 한방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회세의 많은 부분을 일반의약품 활성화에 할애를 해야 하고 그리고 회원 모두가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일반의약품의 복약지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역주민과의 신뢰를 쌓고 다시금 예전의 약사의 위상을 찾는다면, 우리 약사들이 아닌 지역주민들에 의해서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뿐 아니라 ‘심야응급약국 운영’이라는 고육책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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