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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계 '반근착절', 판갈이용 거센 소용돌이

  • 최은택
  • 2010-12-27 06:48:06
  • 쌍벌제 등 대형이슈 속출…종사자도 공무원도 힘겨웠던 한해

최근 열린 쌍벌제 관련 설명회장을 가득 메운 1천여명의 업계 관계자들.
◆쌍벌제와 시장형실거래가제도=리베이트 쌍벌제가 지난달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보험약을 싸게 구입하면 보험등재가격과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주는 시장형실거래가제는 이보다 한달 앞선 10월1일부터 시행됐다. 이 두 제도는 단연 올해 보건의료계를 관통한 최대 이슈였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의약품 유통개혁을 목적으로 한 '의약품 유통 투명화 방안'을 지난 2월 발표했다.

의약품 거래과정에 만연한 불공정거래 관행을 일소하는 한편, 제약산업을 연구개발 기반으로 체질 개선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게 핵심내용이었다. 그리고 대안론으로 이 두 제도를 제시했다.

제도도입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쌍벌제는 복지부 발표 이후 불과 두달만인 지난 4월29일 관련 법령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시장형실거래가 또한 4월 입법예고 후 10월 시행까지 일사천리로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쌍벌제는 의료계, 시장형실거래가제는 국회와 제약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말그대로 '반근착절'의 상황이었지만 정부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쌍벌제는 시행규칙에 마련된 처벌 예외범위를 두고 여전히 혼란이 없지는 않지만, 수십년간 만연돼 온 검은 뒷거래를 일소할 강력한 처벌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보건의료계 전반에서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반면 시장형실거래가제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 입찰과정에서 불거진 저가 덤핑낙찰 확산이나 필수약제 저가공급 강요 등은 대표적 부작용으로 제도개선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이중 필수약제를 인센티브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개선을 신속히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내년 중 연착륙 과정에서 불협화음과 제도 개선요구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심평원은 지난달 말 2단계 DUR 전국 확대시행에 앞서 시스템 시연회를 열었다.
◆외래처방 인센티브와 2단계 DUR 전국확대=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외래처방 인센티브제도 시장형실거래가제와 함께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의사가 자율적으로 처방행태를 개선해 약품비를 절감하면, 절감액의 20~40%를 해당 의원에게 금전적으로 돌려주는 유인정책이다.

시장형실거래가제가 주로 병원급 의료기관에 인센티브 혜택이 돌아간다면 이제도는 제공되는 이익이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향한다. 정부는 특히 매년 10% 이상씩 치솟고 있는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해 수년전부터 이 제도를 준비해왔지만, 개원가의 반응은 아직 시큰둥하다.

하지만 리베이트 쌍벌제 여파로 '검은' 뒷거래가 사라지거나 축소될 경우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2단계 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은 이번달부터 전국 요양기관에 확대 적용된다. 다만 약국과 의원급 의료기관은 내년 3월, 자체 개발 DUR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병원에는 내년 12월까지 프로그램 구축을 완료하도록 유예해 내년 3월 이후가 돼야 실질적인 확대시행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단계 DUR은 다른 의료기관이나 다른 진료과목에서 처방된 내역을 처방단계에서 사전점검한다는 측면에서 금기약물과 중복처방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다.

일각에서는 의약분업을 보완, 완성할 수 있는 획기적 시스템으로 평가한다. 내년 중 DUR 사전점검을 의무화하는 법률개정이 완료되면 제도의 실효성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의료관련법 개정이 의료민영화를 획책한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원격진료와 건강관리서비스=원격진료와 건강관리서비스는 또다른 영역에서 '반근착절'이었다. 복지부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오지 환자들을 위해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정부가 제정안을 마련한 것을 변웅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의료서비스 패턴을 질병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하자는 목적에서 마련됐는 데, 민간기관이 영양과 건강 관리를 수행하도록 허용한다.

국회 야당과 시민단체는 그러나 원격진료와 건강관리서비스는 대기업이나 민간기업에 문호를 개방해 의료서비스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의료계 또한 의료서비스의 안전성과 책임소재 불명 등을 이유로 반대대열에 합류했다.

두 법안은 하반기 최대 쟁점 중 하나로 주목받았지만 야당이 국회 법안상정 자체를 보이콧에 제대로 된 입법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는 복지부의 지원아래 내년 2월 임시국회를 시작으로 두 법안처리를 놓고 샅바싸움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떠난 장관(전재희), 새로 온 장관(진수희)
◆장관교체와 후반기 국회=진수희 복지부장관이 지난 8월말 취임했다. 진 장관의 복지부 입성은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진 장관이 보건의료분야를 잘 알지 못하는 데다가 이재오 특임장관 라인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추진중인 이른바 의료민영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 장관이 전재희 전임 장관의 정책을 대부분 지속, 계승하기로 하면서 이런 우려는 일단 불식됐다. 진 장관은 취임후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영리병원 도입이나 일반약 슈퍼판매에 반대입장을 표명했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국회는 지난 6월부로 후반기로 넘어갔다. 보건복지위원장은 이재선 자유선진당 의원으로 교체됐다. 또 여당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을 필두로 공성진, 김금래, 박상은, 이춘식, 이해봉, 최경희 의원이 새로 보건복지위로 자리를 옮겼다.

민주당에서는 중량급인 추미애, 이낙연, 주승용 의원이 건너왔다. 주승용 의원 등은 새 상임위로 옮긴 지 불과 3개월만에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들에 예봉을 날려 눈길을 끌었다. 이들 의원들의 일사분란한 이른바 의료민영화 법안 저지 '보이콧'은 복지부의 손발을 묶고 간담을 서늘케했다.

◆의료제도 개혁과 보장성 확대=복지부는 지난해 말 의료기관 종별 기능재정립 TFT를 구성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일차의료활성화 TFT를 따로 구성했다. 그동안 논의된 성과들은 다음달 중 발표된다.

우선은 의원은 경증환자, 대형병원은 중증환자를 도맡는 방식의 기능 조정이 핵심이 될 것이다. 또 병원급 의료기관은 전문병원, 연구중심병원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고, 만성질환자를 관리하는 선택의원제도가 새롭게 모색된다.

대형병원의 경증환자 쏠림현상을 해소하는 방안도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복지부는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부담률을 80%로 상향조정하고, 원외처방 약제비 부담률도 40%로 인상하는 방안을 내년 7월부터 시행키로 잠정 확정했다. 남은 과제는 경증환자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가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부과체계와 지불방식을 개편하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지불방식은 포괄수가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우선 상정됐지만, 장기적 과제로는 진료비 총액관리제 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중 새롭게 추진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계획.
보장성 확대사업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올해 하반기 중 새로 투입된 보장성 관련 재정은 연규모 약 4400억원, 상반기까지 합하면 6510억원에 달하다. 1월에는 암 등 중증질환자, 7월부터는 중증화상환자의 본인부담률이 5%로 축소됐다.

또 10월부터 항암제, B형간염치료제,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의 급여범위가 확대됐다. 복지부는 내년에도 3319억원을 보장성 확대사업에 새로 투입한다. 고가 항암제인 '넥사바'와 '벨케이드', 당뇨.골다공증치료제 등의 급여범위도 확대된다.

복지부는 이밖에 논란이 됐던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을 신속정비 방식으로 전환해 고혈압치료제에 대한 평가와 고시를 이미 마쳤다. 내년 중 나머지 45개 약효군에 대한 평가를 끝으로 이 사업은 종결된다.

약사회는 일반약 슈퍼판매 방패막이로 심야응급약국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결과를 신통치 않다.
◆전문자격사 선진화와 슈퍼판매=올해 하반기 중 이슈화될 것으로 예측됐던 전문가격사 선진화는 일단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윤증현 기재부장관이 전문자격사 선진화를 내년 중 재추진할 뜻을 거듭 피력해 논란의 불씨가 언제 다시 타오를 지 알 수 없다.

2011년에는 특히 선거가 없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싶어하는 쟁점이슈가 곳곳에서 물코처럼 터져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미 FTA 비준같은 대형이슈와 맞물려 소리소문없이 돌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약 슈퍼판매는 이명박 대통령이 복지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감기약 슈퍼판매를 거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해 벽두부터 논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심야응급약국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있는 가운데 공보의협의회에 이어 의사협회도 이번 주중 일반약 슈퍼판매를 공식화하기로 해 약사회는 사면초가에 빠지게 됐다.

복지부도 난관에 봉착하기는 마찬가지다. 줄곧 일반약 슈퍼판매 반대입장을 고수해오다가 대통령 한마디에 입장을 선회할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약 슈퍼판매와 이를 계기로 한 의약품재분류, 전문의약품 선진화는 '의료민영화' 입법안과 더불어 내년을 관통하는 핵심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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