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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 데일리팜
  • 2011-01-20 08:45:23
  • 홍춘택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실장

무상급식에서 시작한 복지 논쟁이 새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1월 초 민주당이 자신들의 건강보험 대개혁 정책에 ‘무상의료’라는 이름을 붙여 당론으로 채택함으로써 보건의료 분야도 복지 논쟁의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2010년부터 ‘건강보험 하나로’라는 건강보험 개혁운동이 큰 반향을 얻으며 진행되고 있었지만 복지 논쟁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지는 않았었는데, 민주당이 ‘무상의료’를 내세우고 이를 당론으로 채택함으로써 ‘무상급식’과 더불어 핵심적인 논쟁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정책에 담겨 있는 내용이 아닌 표어가 이번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아무래도 ‘무상의료’라는 용어를 ‘빨갱이’나 ‘북한’이라는 단어와 연결시켜 왔던 지난 냉전시대의 나쁜 영향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냉전 시대의 낡은 이데올로기가 미래를 향한 진지한 논의를 가로막고 있는 셈인데, 무상의료가 대한민국 건국정신이었다는 사실을 볼 때 이런 낡은 논쟁은 무의미하다.

임시정부는 1941년 건국강령을 발표했는데, 3장(건국) 7은 “工人(공인)과 農人(농인)의 免費(면비) 醫療(의료)를 普施(보시)하여 疾病消滅(질병소멸)과 健康保障(건강보장)을 勵行(여행)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무상의료 실시는 일제 강점기에 대한민국 독립과 건국을 위해 싸웠던 모든 이들의 희망이었고, 대한민국 건국이념 중 하나였다.

낡은 생각은 떨쳐버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내용을 이야기 해 보자.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바꾸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보건의료체계는 민간 의료 기관 위주의 의료 서비스 공급, 낭비를 유발하는 진료비 지불제도, 50% 수준의 보장성 등 여러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이 문제들은 결국 하나의 결과 즉, 질병에 대한 과도한 개인 부담과 제도의 위기로 귀결된다.

질병이 불러일으키는 개인과 가정의 파국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고, 건강보험과 의료제도의 파국도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무상의료는 이처럼 당면한 파국을 막고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대안이다.

민주당이 발표한 무상의료 정책도 우리 건강보험과 보건의료체계의 위기에 대한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이 정책에는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 ‘간병ㆍ상병 등의 비용을 급여대상에 포함’, ‘저소득층 보험료 면제’ 등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과 ‘포괄수가제(입원)’, ‘주치의제도(외래)’, ‘총액계약제 도입’ 등 진료비 지불제도를 개편하는 정책, ‘지역별 병상총량제’, ‘부실 병원 퇴출 제도’, ‘지방의 공공의료기관 설립’ 등 의료 서비스 공급체계를 개편하는 정책 등 다양한 방안들을 포함하고 있다.

기존에 진보정당들이나 시민사회에서 나왔던 무상의료 정책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보장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의료체계 개편을 지향하고 있다.

무상의료에 대한 반론은 비용 부담이 클 것이라는 것이다. 무상의료를 실시하면 한나라당 주장처럼 30조라는 터무니없는 비용은 아니더라도 당연히 지금보다는 더 많은 비용을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내야한다. 그러나 이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

이미 환자가 내고 있는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비용을 건강보험공단과 정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국민의료비 차원에서는 차이가 없다. 물론 건강보험료가 좀 더(평균 2~3만원) 올라갈 수도 있다. 그 대신에 가구당 월 평균 17~27만원을 부담하는 민간의료보험비를 줄일 수 있으니 국민들에게는(물론 부자들에게도)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본인부담이 없어지면서 의료이용이 증가하고 의료비도 늘어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의료이용 증가는 그동안 의료를 이용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본인부담 때문에 의료를 이용하지 못했던 미충족 의료(unmet need)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외에 나타날 수 있는 과잉진료와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억제하는 것은 주치의제도와 총액계약제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

당장의 부담이 싫어서 무상의료와 같은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지금처럼 ‘먼저 가져가는 놈이 임자’라는 식의 낭비적인 지출을 계속 방치한다면 건강보험의 재정 파탄이 곧 닥쳐올 것이다.

건강보험 급여지출은 2020년에 61조 1천억, 2030년에 98조 7천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건강보험 중․장기 재정전망과 정책과제. 2007. 건강보험공단) 2007년 61.3조로 GDP 대비 6.3% 규모였던 국민의료비도 2020년에는 253.2조로 GDP 대비 10.8%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다. 지금 대책을 만들고 시행하지 않는다면 보장성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채 보험료만 퍼주고, 개인이 부담하는 치료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판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상의료의 반대편에 있는 대안인 시장의료를 도입한다면 어떨까? 시장의료는 미국의 사례가 거의 유일한데, 이는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결론이 났다. 어떤 보험혜택도 받지 못하는 인구가 5천만에 이르고 결국 GM을 비롯한 자동차 빅 3의 파산 등 국가 산업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 중 하나가 의료를 시장에 맡긴 정책이었다. 국민들의 건강 보장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 시장의료정책이다.

결국 무상의료라는 이름을 쓰던 안 쓰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낭비적인 의료비 지출 통제, 합리적인 의료제공체계 구축은 파국을 피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질병 치료비용을 개인에게 맡기지 말고 사회가 연대해서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그간 이러한 정책들에 소극적이고 때론 부정적이었던 민주당이 시대적인 요구를 받아 안아 당론으로 채택하고 추진한다는 것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진전이다.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단지 정부 문서 위에 존재하는 숫자가 아니고, 건강보험 재정파탄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낡은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미봉책으로 현실을 외면해서는 닥쳐오는 파국을 면할 길이 없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맞이한 위기를 인정하고,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진진하게 모색해야 한다.

덧붙임 1

대부분의 사람이 세금 많이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세금 없이 이 나라가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땅 파고 메우기 같은 쓸데없는 곳에 세금을 낭비하지 않을 정부라면, 아이들과 나이든 어르신들 밥 굶기지 않기 위해서 세금을 쓴다면, 아파도 치료 못 받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에 세금을 쓴다면, 살만한 사회를 만드는 데 세금을 쓴다면, 그런 정부라면 기꺼이 세금을 더 낼 수 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덧붙임 2

복지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듯이 부자이기 때문에 무상급식과 무상의료를 받을 자격이 없다면, 부자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을 자격도 군대의 보호를 받을 자격도 없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의무교육이라는 혜택을 받을 이유도 여러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자격도 없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을 허용할 이유도 없고, 국민연금에 받아줄 이유도 없다. 단지 부자이기 때문에. 정말 그런가? 부자들은 누구보다도 더 많은 세금을 낸다.

한나라당의 주장을 100% 반영하자면 그들 덕분에 한국 경제가 성장했고 또 성장할 거다. 그들 덕분에 일자리도 생기고, 서민과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 산다. 왜 부자들에게 자격이 없다는 것인가? 그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을 뿐이다. 부자들도 국가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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