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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약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 데일리팜
  • 2011-05-09 06:40:15
  • 리병도 약사(전 건약 회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뻔히 운영되고 있는 민간제약회사들이 수두룩한데 시대에 뒤떨어지게 뭔 국영제약회사냐." 국영제약회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소리다.

한 마디로 우리 사회에서는 제약회사를 정부에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렇지만은 않다는 현상들이 이 곳 저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하나의 현상으로 요즘 품절이 되는 전문약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약국 근처에서 쓰는 약만 예로 들더라도 그런 품목이 한 둘이 아니다. 올해 들어서 장기 품절인 대표적인 약으로 안과에서 주로 쓰는 다이아막스가 있다. 얼마전부터는 포러스안연고가 품절이다.

또 가리유니도 공급이 불안하다. 카타딘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백내장에 쓰는 카타딘이 단종된 이유는 아무리 찾아봐도 약가격이 싸다는 것 말고는 들 수가 없다.

요즘들어 의약품의 품절 이유를 몇몇 제약사에 물어보니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보험약가가 원가에 못미치기 때문이란다. 밑지면서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근근히 생산하는 이유가 가관이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피해를 감수하면서 생산한다'는 말을 기대한 것은 애시당초 무리다. '안과선생님들이 꼭 필요하다'고 하기때문이란다. 제약회사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국민건강이 아니라 거래처 병의원 관리가 우선 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싸지만 꼭 필요한 약들이 하나 둘 없어져 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은 아닌 것 같다. 영국의 경우도 NHS가 "고전적인 약의 품절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제약사들이 이런 중요한 약들의 생산을 중단해 환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병원들이 쓸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렇게 중단된 약들의 대부분은 병원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약사들은 더 이상 그런 약의 제조로부터 돈을 벌 수 없는 경우에 "제약회사들은 어떠한 이익도 얻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사람들의 건강은 그들의 관심사 밖이 된다"고 NHS의 한 관계자는 비난했다.

이윤이 없어 생산할 수 없다면 누군가 그 역할을 대신 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공공재 개념이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공공재들은 버스나 지하철 기차같은 대중교통체계나 전력 수도 가스 같은 것들이다.

의약품도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이윤때문에 민간제약사들이 손을 땐다면 그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써 공공제약사는 이제 필요한 싯점이 된 것이다.

또 다른 현상으로는 얼마 전의 신종플루 유행 때 의약품 부족 사태나 올해 일본의 쓰나미에 이은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누출사고때문에 일어난 방사능 노출 공포다.

신종플루가 폭발적으로 번지자 유일한 의약품인 타미플루와 예방백신이 한 다국적 제약사의 독점 공급때문에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우리 정부에서도 강제실시를 고려했다. 하지만 그 진행과정에 시스템 자체가 민간에 맡겨져 있는 한계때문에 국영제약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최근에는 일본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누출때문에 요오드제제에 대한 과열현상이 몰아쳤다. 언제 쓸지도 모를 요오드제제를 생산할 민간제약사가 어디 있겠나? 두군데 제약사가 부랴부랴 허가를 내느라고 난리다. 이런 경우 국영제약사가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면 된다.

그리고 약가협상에서도 국영제약사는 유의미할 수 있다. 일부 다국적사들은 약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의약품 공급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러면 울며 겨자 먹기로 제약사가 요구하는 대로 들어줄 수 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보험 재정의 주요 적자 요인 중 하나다. 태국에는 국영제약사가 있어서 에이즈치료제로 쓰는 애보트의 칼렉트라에 대해 강제실시를 시행해서 가격을 1/10 이하로 내려 공급할 수 있었다.

또 우리 정부는 G20을 개최하면서 국격을 높인다면 MDG(Millennium Development Goals 밀레니엄개발목표, 2000년 UN에서 채택된 의제로,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감소시키자는 범세계인 약속)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원조를 위한 MDG 관련 기금은 몇 조를 육박하는데 이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우리가 국영제약사를 통해 한 해에도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어가는 소위 소외열대질환(NTD, Neglected Tropical Disease, 수면병, 장티푸스, 말라리아, 주혈흡충 등의 아프리카 소외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을 위한 연구개발을 한다면 이른바 우리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길이 될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이를 민간에서 다 할 수 있다면 민간에 맡길 수도 있지만 이미 여러 부분에서 민간의 역할에 균열이 가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부가 이를 보강해야한다. 그런 면에서 이제는 정부에서도 국영제약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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