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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피부과의사 6천명, 쌍벌제 고비 넘어 한국으로

  • 이혜경
  • 2011-05-18 06:49:40
  • 요약
  • 세계피부과국제학술대회 24일 코엑스서 개막

전 세계 109개국 피부과 전문의 6000여명이 한국을 찾는다.

1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22차 세계피부과학술대회(WCD, The 22nd World Congress of Dermatology)가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이번 대회를 통해 직·간접비용으로 총 2000억원의 경제파급과 2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000여명의 전문의 대다수가 가족 동반으로 국내 방문을 계획하고 있어 조직위원회는 1만명 이상이 머물 숙소를 잡는데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일명 '피부과올림픽' WCD 유치, 어떻게 이뤘나=WCD는 막대한 규모와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에 '피부과 올림픽'으로 불린다.

이 같은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대한피부과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는 2002년 제20차 WCD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그들은 WCD 행사장에서 직접 부스를 운영하면서 한국을 홍보했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브랜드 파워는 생각보다 약했다.

김수찬(강남세브란스병원)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조직위원회 김수찬(강남세브란스병원) 사무총장은 "미국, 유럽, 일본에 비해 국력이 약하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며 "결국 투표권이 있는 각 국가의 대표들과의 친분 관계를 쌓는게 굉장히 중요하게 적용했다"고 말했다.

친분관계를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국내로의 초청이었다.

조직위원회는 매년 열리는 대한피부과학회 학술대회에 대표력이 있는 해외연자를 2명씩 초청했다.

"한 번 초대를 받은 연자는 한국의 팬이 된다"는 김 사무총장은 "지지자를 만드는게 우선이었고, 그 비용이 엄청나게 지출됐다"고 언급했다.

이번 대회 유치를 통해 투자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몇 십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국제학술대회 유치는 적당한 투자가 아닌 제대로 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향후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하려는 학회가 꼭 새겨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을 지지하는 사람을 만들었다면 그 다음으로는 한국에서 개최해야 하는 명분을 찾아야 한다는게 김 사무총장의 두 번째 조언이다.

그렇게 조직위원회가 찾은 명분은 'WCD 122년의 역사 동안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아시아 국가가 많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일본 개최 이후 28년간 WCD를 유치한 국가가 없었다는 것을 내세웠다"며 "우리의 설득으로 일본이 또 다시 유치하겠다고 나서지 않은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50% 이상 개최 준비 마쳤을 때 터져버린 쌍벌제=2007년 아르헨티나에서 차기 WCD 유치국가로 선정된 이후, 한창 준비를 해오던 지난해 쌍벌제가 입법예고 됐다.

이미 50% 이상의 준비를 끝낸 조직위원회로서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국제학술대회의 경우 그동안의 명성과 앞으로의 학술대회 유치를 위해 메인 스폰서부터 부스가격까지 국제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국·내외 학술대회 지원 절차 규제를 강화한다고 나선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국제학술대회는 80~90%가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스폰을 받기 때문에 국내 경제파급 효과를 높이는 것"이라며 "외국에서 들어오는 돈을 막는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후 조직위원회는 국제학술대회 유치 기준과 파급 효과 등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하는데 시간을 투자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입법예고 이후 청와대에서 "쌍벌제 시행 이전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한 경우 규제를 풀어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조직위원회는 다시금 WCD 개최에 만전을 기했다.

하지만 앞으로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는 학회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게 김 사무총장의 의견이다.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하고 개최 준비를 하는데 있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규제가 강화되면 그 만큼 스폰 제약사를 구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는게 우려 가운데 하나다.

WCD 조직위원회는 국내 피부과 전문의가 십시일반 모아준 기금으로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국내 유치까지는 성공할 수 있었지만, 이후 개최 준비 과정에서는 메인 스폰 제약사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 국내 의료현실을 놓고 보면 학회가 메인 스폰서를 마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학술대회 규제가 강화되면서 각 학회가 해외 연자 초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브랜드 파워가 약한 한국은 친분관계를 쌓는게 우선"이라며 "저명한 연자를 초청하지 못한다면 향후 국제학술대회 유치 과정에서 그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치에 성공했지만, 아쉬움 크다=WCD는 전 세계 국제회의 10대안에 꼽힐 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따라서 조직위원회가 국내 유치를 이뤄냈다고 해도 국가적 도움 없이는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김 사무총장은 "2007년 확정 이후 국제적 경제 불황과 금융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의사에 대한 스폰 규제가 강화됐다"고 언급했다.

결국 자비로 한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까지 참석하기 어려운 의사들의 포기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 북한과 남한으로 분단된 한국의 특성 때문에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등록을 취소하는 외국 의료진도 들쑥날쑥 했다는 소식이다.

WCD를 얼마 앞두지 않고 발생한 일본 대지진 참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방사능 공포로 한국행을 포기하는 의사들도 많았다"며 "많은 설득을 했지만 끝내 오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 사무총장은 WCD를 준비하면서 국내 관광자원에 대한 아쉬움이 생겼다.

1만명 이상이 서울을 방문하는데 그들을 묵게할 숙소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는 "일류호텔 아니면 여관급"이라며 "중간급 숙소가 부족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관광코스를 짜면서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조직위원회는 제주투어, 서울투어, 북경투어 등 WCD 이후 다양한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코스를 마련했다.

하지만 국내 투어는 신청인원 미달로 모두 취소됐고, 북경투어에만 인기가 쏠렸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중국은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나 관광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관광자원까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6일에 걸쳐 진행되는 학술대회 기간 동안 매일 세계적으로 저명한 석학들의 특강이 이어진다.

25일에는 자궁경부암의 발병원인인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를 처음 발견한 공로로 200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Harald Zur Hausen 박사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암 발생과 백신에 의한 예방법'에 대한 강연이 열린다.

분자생물학 및 유전자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Magnus Nordborg 박사의 최신 유전자분석 방법인 'Genome-Wide Association Study(GWAS)' 강의는 26일에 열리며, 다음날인 27일에는 세계 최초로 환자의 피부세포로 만능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한 한국계 재미 과학자 박인현 박사의 '피부 줄기세포' 강의가 펼쳐진다.

28일은 당뇨 및 내분비학의 권위자인 Marc Donath 교수의 '대사증후군에서의 염증의 역할', 29일 면역학 분야의 권위자인 Robert Modlin 교수의 '피부의 선천면역'에 대한 특강이 이어진다.

이 밖에도 피부노화, 암유발 줄기세포, 골수세포를 이용한 피부회복 및 피부재생, 피부질환에서의 줄기세포 이식치료, 나노기술을 이용한 피부미용술 등 관련 분야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과 심층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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