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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의협 슈퍼판매 주장, 의료인 책임성 외면"

  • 이혜경
  • 2011-07-20 07:42:48
  • 요약
  • 건약·경실련 초청 월례포럼…"보건의료인 역할 고민해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19일 '일반약 약국외 판매 어떻게 봐야하는가'를 주제로 월례포럼을 열었다.
진보적 성향의 의사 모임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일반약 약국외 판매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인의협은 19일 건약 신형근(한미약국) 부회장, 경실련 김철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위원을 주제 발표자로 초청하고 '일반약 약국외 판매 어떻게 봐야하는가'에 대한 월례포럼을 열었다.

먼저 주제 발표를 맡은 신형근 부회장은 약국외 판매는 현 정부의 정치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동안 기재부, 복지부가 진행한 약국외 판매 논의 진행상황을 설명하면서 ▲전문자격사 선진화방안 연속 ▲일반약 확대와 종편방송 출현 관계와 정치적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 부회장은 의약품 3분류 체계 전환을 위한 약사법 개정과 의약품 재분류를 통한 일반약 확대는 현 정부내에서 절대 이뤄져서는 안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환 위원은 신 부회장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는 한편, 약사법 개정 없이는 가정상비약인 해열·진통제의 약국외 판매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수년간 심각한 오남용이 발생하지 않은 전문약의 경우 재분류를 통해 일반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데 힘을 보탰다.

김 위원은 "처방 받는 전문약이 너무 많다"며 "예를 들어 응급 피임약의 경우 응급 상황에 투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없는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의약품 스위치를 위해 전체적인 재분류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디까지 가정상비약?…의료기관 노력도 '중요'

주제 발표 이후 월례포럼에 참석한 10여 명의 인의협 회원은 일반약 약국외 판매라는 표현은 대다수의 일반약을 다양한 기관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김 위원의 제안에 동의했다.

또 가정상비약 등 의약품 접근성의 문제점과 함께 의료기관의 접근성을 논의, 의사들의 노력도 강조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우선 김 위원은 "몇 년전부터 약국외 판매를 주장한 경실련은 타이레놀 등 일부 진통·해열제"라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약국외 판매 품목을 보면 생산 실적이 없는 것부터 응급상황에는 필요 없는 자양강장제, 외용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그동안 경실련이 주장한 가정상비약 수준의 일반약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포장단위 조절, 연령 제한, 복약설명서 확대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신 부회장은 "가정상비약 수준은 약사법 개정을 하지 않아도 단서 조항으로서 충분히 가능하다"며 "특수 장소를 설정, 약국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로 약사회와 합의를 이끄는 것도 방안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인의협은 특정 품목을 거론해서 약국외 판매를 진행할 경우, 비슷한 성분의 다른 품목이 약국외 판매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의협은 "타이레놀은 되고 아스피린은 안된다는 공식으로는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며 "의약품은 메디컬 케어가 이뤄져야 하는데, 슈퍼에서 판다는 것은 메디컬 케어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측에서 일부 가정상비약은 약국외에서 판매할 수 있다고 강조하자 인의협은 "가정상비약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자유판매 지역 네덜란드에서 타이레놀 자살시도율 높아"

자유 토론이 진행되면서 네덜란드 현지에서 의대 1년에 재학중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병원에서 실습하면서 일주일에 1번 이상 자살 시도를 위해 타이레놀을 과다 복용하고 실려온 사람들을 봤다"고 언급하자 포럼 참석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 인의협 회원은 "국내에서는 타이레놀이 안전하고 유용하다고 보지만 접근성이 좋아지면 농약 등과 같이 자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은 "포장 단위를 적게 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비용 문제가 있다"며 "악용 문제를 불식 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는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문제점이 언급되자 인의협은 "우리의 기본 원칙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환자가 가정상비약을 쉽게 구비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게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어갔다.

철학을 공부하다 뒤늦게 의사가 됐다는 모 인의협 회원은 "약국외 판매로 접근성을 높이는 것 보다 국민들이 스스로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예방적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소속 모 인의협 회원 또한 "의료 접근성과 의약품 접근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의료를 빼고 의약품만 논의하니깐 밀고 당기기로 밖에 안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심야당번약국과 같은 심야당번의원 등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야간에 의원을 여는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의협 김정범 공동대표는 "의협의 약국외 판매 주장은 국민에 대한 의료인의 전문적 책임성을 스스로 줄이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 대표는 "약국외 판매가 논란이 되면서 회원간 논의를 진행한 것"이라며 "인의협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야간 응급 상황시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하는게 올바른지에 대한 길을 제시하는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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