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인구 쓰나미 대비 안하면 보건의료 미래도 없다"
- 최은택
- 2012-05-14 06: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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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장성 획기적 확대 초석…"현황조차 모르는 제약정책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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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당선인은 그동안 정책적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재무장하는 데 고군분투해왔다. 중심 무대는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과 함께 만든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서였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의제가 바로 올해 대통령선거를 관통할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이다.
김 당선인은 "개인적으로는 다른 분야에서 일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에서 국회입성을 권한 사람들의 기대가 있으니까 (일단)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인이 이야기하는 다른 분야는 사회정책 전반을 이야기한다.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그의 시야는 한층 넓어졌다. 보건의료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노동 교육 여성 환경 등 다른 사회영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고 반쪽짜리에 그치기 십상이다.
김 당선인이 사회정책 관련 부처들의 '코디네이션'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이유이자, 그가 다시 '코디네이터'가 되고 싶어하는 명분이다.
그는 보건의료계도 틀안에만 갇혀있지말고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능 이기주의나 밥그릇 지키기에만 매몰돼 있다가는 머지않아 의료체계도 건강보험도 의약계도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의약계 신문들이 (나한테) 와서 물어보는 게 천편일률적이다. 지불제도가 어떻고 의약분업이 어떻고 그런 것 밖에 없다. 보험수가가 낮다는 이야기도 30년 넘게 해 오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의약계도 전문지도 이런 사고에 갇혀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으니 발전이 있을 리 없다는 일침이었다.
김 당선인은 "불과 30~40년 후에 닥칠 인구의 대변동, 바로 고령사회를 준비하지 않으면 의료체계도 공보험도 다 붕괴될 수 있다"며 "공공과 민간 할 것없이 머리를 맞대고 이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당선인과의 일문일답이다.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 중 약 40%가 비급여다. 이 것을 그대로 두고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료계 반발이 거세) 정책 추진도 굉장히 어렵고 무리한 일이 될 수 있다.
-포괄수가제 도입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인가
=민주당이 제시한 통칭 무상의료정책은 정확히 말하면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획기적)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바로 비급여 전면 급여화다. 비급여를 없애고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면 보험수가도 전면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이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포괄수가제는 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
비급여가 없어지면 진료량, 특히 비급여를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포괄수가제 도입이 오히려 더 쉬어질 수도 있다. 비급여 전면 급여화와 보험수가를 합리적으로 재설정하면 지불제도를 다른 형태로 변경해도 의료계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훨씬 축소되고 반대여론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로 간다면 포괄과 총액관리 중 어느 쪽이 더 유용할까
=외국을 보면 포괄수가제도 예전처럼 경직되게 운영하지 않는다. 특정질병에 정해진 가격만 주고 마는 식이 아니다. 같은 질병이라도 증상의 경중, 합병증 유무, 시술종류 등에 따라 상당히 유연하게 단계를 나눠 보상해 주는 기법들이 많이 개발됐다. 한국에서도 이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제도 자체가 유연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단계에서 포괄이냐 총액이냐 단정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가지 변형된 방식이나 기법이 있기 때문에 그 때 상황에 맞춰 논의를 진행하고 연구하는 게 순서다. 성급히 서두를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민주당 대선공약에 총액관리 부분은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공약에 집어넣어도 쉽게 할 수 없고, 공약에 없다고 해서 정책방향에서 빠질 수도 없다.
-애매한 답변이다
=현실이 그렇다. 공약에 넣는다고 쉽게 집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빌공자(空)' 공약(空約)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약에 담지 않았어도 그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보건의료 정책에서 포괄이나 총액이라는 용어만 나오면 이야기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돼 버린 것 같다
=지금처럼 비급여가 많으면 그럴 수 밖에 없다. 의약품의 품질이 동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을 대안으로 내놓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정책추진을 위해서는)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조건이 안 돼 있으면 학자들이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민주당의 무상의료 대책을 어마어마하게 규모가 큰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정부가 제대로 작심하면 할 수 있는 일이고, 정부가 해야 될 일의 일 부분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이 정책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의 관심사가 훨씬 더 작은 부분에 국한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 보건의료체계에는 크게 3개의 '덩어리'(영역)가 있다. 먼저 의료서비스 공급체계를 담당하는 요양기관(의료제공체계)이 한 덩어리가 되고 의약품, 의료기기, 치료재료를 만드는 산업영역(물적생산체계)이 다른 한 덩어리다. 또다른 덩어리는 보건의료인력을 만드는 영역(인력생산체계)이 차지한다.
무상의료정책은 이중 한 덩어리인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두 덩어리는 다루지도 않았다. 큰 바둑판에 비유하면 한 코너 이야기 일 뿐이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의 관심사가 바둑돌 두 세개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집중돼 있다보니 (바둑돌 몇개가) 큰 대마처럼 보이는 것이다.
-무상의료정책에 의약품이 빠진 것도 영역이 달라서였나
=정확히 말하면 의약품 정책은 뺀 게 아니고 제시할 수 없었다. 제약산업은 제대로 된 자료가 없어 현황조차 알 수 없다. 아는 게 있어야 정책도 내놓을 게 아닌가.
-정부는 제약산업의 새 판을 짠다고 난리인데 제대로된 현황조차 알 수 없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정부가 갑갑하게 대응하고 있다. 정책을 과학적으로 만들려면 일단은 기본적인 현황이 파악돼야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내놓는 자료라고는 고용규모가 어떻고 500인 이상 기업이 몇개 이런 기초데이터에 머물러 있다.
정작 제약사들이 어떤 의약품을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 지 모른다. 예컨대 통계를 보면 종업원이 10명도 안되는 제약사들이 꽤 많이 있는데, 이들이 어디서 무슨 의약품을 만들어서 어떻게 팔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답 하는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책을 세우나. 지난 정부에서도 답을 못 내놨으니 나도 할말이 없기는 하다.
-책상머리에서 나온 정책이라는 건가
=그러니까 이름만 대면 알만한 큰 제약사 수십개를 연구개발 중심으로 육성한다는 등의 정책이 나오는 거다. 그러나 나머지 수백개 제약사들, 도매업체들을 어떻게 할 것인 지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이런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정부도 고민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숫자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
=그러면 소규모 업체는 다 문 닫으라는 게 대책이 될 수 있겠나.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다 어떻게 해야 되나. 다시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책 추진에 앞서 실태와 현황을 먼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국회에 입성하면 제약산업 문제에 관심을 가질 계획인가
=엄청나게 중요한 영역이다. 좀 전에도 얘기했지만 제약산업은 보건의료체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한 덩어리다. 제약산업은 앞으로 한국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크게 육성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정확한 방향을 잡을 수 없어서 실태파악과 정책연구를 선행해야 할 분야이다.

=모르는 소리. 2050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38%를 점하게 될 것이다. 이 인구를 누가 다 치료해 줄 건가. 불과 30~40년 후면 우리에게 닥칠 현실이다. 손놓고 있으면 건강보험 재정이 붕괴될 것은 불문가지다.
-무상의료정책이 30년 후 미래 보건의료를 위한 대비책이라는 말인가 =단기대책이 아니고 장기대책을 세워야 한다. 명백한 것은 예방의료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평생 건강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건강관리체계를 만들려면 보건소나 보건지소도 늘려야 되지만 공공병원도 많이 필요하다.
또 모든 민간의료기관이 다 질병예방에 떨치고 나서야 겨우 감당할까 말까 할 정도다. 다시 말해 똑같은 질병을 치료하더라도 최소의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진료비 감당이 안돼 공멸할 것이다.
무상의료정책에서 마련한 방식으로 (서둘러) 가지 않으면 이런 인구 대변동에 대응할 방도가 없다.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다 조율돼 있는 정책이다.
그런데 '건강관리해야 한다' '의료비용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당장 의료계는 '의사들을 죽이려 한다'고 오해한다.
길게 봐야 한다. 이 것말고 무슨 답이 있겠나? (의료계가 미래상황을 예비하지 않고 무조건 안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답답해지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들을 더 짚어보겠다. 먼저 임의비급여 논란은 어떻게 판단하나
=정부와 의료계가 좀더 유연한 사고를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실을 보자.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도 임의비급여 진료를 하면 의사는 나쁜 일을 한 거고 정부쪽에서는 제재를 해야 한다. 그러니 의사가 보기에는 정부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게 있는 거다. 그래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규정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반면에 의사들이 진료량을 늘리기 위해 합당하지 않게 임의비급여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성격이 다르다. 엄밀히 나눠 접근하기가 쉽지 않지만 최대한 구별해서 봐야 한다.
실제로 정부 규정자체가 경직된 부분이 없지 않다. 우선 1차의료는 제외하더라도 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환자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2~3차 의료기관간 지급기준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3차 병원내에서도 일반병동 환자와 중환자실 환자를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반병동 기준을 중환자실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중환자실에서는 너무 빡빡할 수 있다. 거꾸로 중환자실 기준으로 일반병실까지 획일화시키면 일반병동에는 너무 너그러워질 수 있다. 정부가 조금 더 기준을 세분화하고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3차 병원의 연구기능을 활성화하는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 연구는 계속 낭비하고 실패하면서 발전하는 데 건강보험의 진료기준에 융통성이 없으면 이런 발전을 가로 막을 수 있다.
-정부의 기준이 경직된 것은 행위별수가제 탓도 있지 않나
=역설적인 측면이 있다. 행위별수가제를 운영하다보니 정부가 세밀한 부분까지 규정을 만들 수 밖에 없고 그만큼 정부의 간섭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포괄수가제로 전환하면 오히려 의사들이 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의사 입장에서 어떤 케이스는 더 이익이 되고 또 어떤 케이스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정부 관여도는 훨씬 줄어든다. 의사들은 포괄수가제가 규제를 더 강화한다고 보는데 오히려 더 헐거워진다. 세밀하게 건드리지 않으니까.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다.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법 논란은 어떻게 보나
=만성질환관리제의 경우 원론적으로는 좋은 제도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좋다고해서 반드시 현실 적합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이 반대한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겠나. 더 들여다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제도가 이제 막 시행됐으니 몇년 정도 경험해 보고 평가하는 게 맞을 것이다. 무과실책임 문제도 어떤 상황이 얼마나 어떻게 발생할 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평가와 대안개발을 위해서는 자료가 축적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중장기 약가제도 개편방안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참조가격제는 어떻게 보나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 것 역시 명칭만 놓고 이야기할 건 아니다. 참조가격제도는 구체적인 디테일이 어떻게 돼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디테일에 의해 정책의 잘잘못이 결정되는 것이지 용어나 명칭 자체가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복지부가 내놓을 참조가격제가 잘 만들어진 것이냐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참여정부 때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2년간 맡았었다. 사회정책수석은 지금하고 달리 당시 명칭으로 교육인적자원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일부 업무까지 아주 넓은 영역을 관장했다. 이전 정부나 현 정부와는 다른 특이한 구조였는데 전임자하고 나, 두 사람만 경험한 일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내가 (사회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 것인데, 나로서는 좋은 경험이었다. 의료정책 전공 교수가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청와대에서 나온 이후 4년여간 의료영역보다 노동이나 교육 등 다른 영역을 더 들여다봤던 게 사실이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 같은 데 집권플랜을 고민했다고 봐도 되겠나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가정된 미래' 상황을 전제로 한 가지 더 묻겠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초대 복지부장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한데, 청와대 재입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장관을 하는 것보다는 그 편(청와대)을 더 하고 싶다. 경제정책은 서로 연관성이 깊다고 판단해 부처간 팀웍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 사회정책분야는 그렇지 않다. 교육부 노동부 복지부를 사회정책분야 3대 부처로 꼽을 만한데 부처간 코디네이션(조율)이 안된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사회정책은 관련성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 재정을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엄청난 경제정책이기도 한데, 복지 쪽에서는 복지정책으로만 여길 수 있다. 빈곤대책은 복지부 뿐 아니라 노동부, 교육부, 여성부 등에 분산되어 있고 각종 경제부처도 깊이 관련이 되어 있다. 이런 것을 코디네이션을 통해 조율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물론 어떤 특정인 한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팀웍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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