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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눈에 비친 논문표절과 그 이면

  • 데일리팜
  • 2012-05-17 10:25:07
  • 나도선(울산의대 교수)

의대 교수인 필자의 전공은 생화학분자생물학, 대중적인 말로는 생명과학이다. 이공계는 다 그렇지만 생명과학분야에서 학자, 특히 젊은 학자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다. 좋은 논문을 계속해서 내는 것이다. 좋은 논문은 여러 가지 잣대로 평가할 수 있지만 딱 한 가지만 든다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저명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을 말한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학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서 저명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려면 말 그대로 피 튀기는 경쟁을 뚫어야 한다. 온 힘을 다해 논문 1편을 내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두 다리 뻗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때 훌륭한 과학자라도 계속해서 논문을 내지 못하면 수년 이내에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어 주어야 한다.

예비 학자인 박사 과정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학위를 마치는 방법도 학자들이 살아남는 방법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유명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지 못하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주말도 반납하고 오직 실험실에서 수년씩 청춘을 불사르며 연구에 몰두한다. 국내 대부분 대학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1편 이상 게재해야 한다. 학교에 따라 2~3편의 논문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해마다 이공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이 5000여 명에 달하는데, 이들 모두가 수년씩 주말도 없이 연구에 몰두해 박사학위를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외국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이 1981년 236편에서 2010년에는 3만 9843편에 달할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했는데, 대부분이 이공계 논문들이고 인문사회계 논문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공계 학자인 필자에게 시시때때로 불거지는 사회 지도층의 '박사학위 논문표절' 사건은 참 어이가 없다. 이공계는 남의 논문을 표절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만일 남의 것 표절했다가 나중에 밝혀지면 과학자로서 그 사람의 인생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공계는 논문 표절보다는 데이터 조작 문제가 어쩌다 한 번씩 발생한다. 하지만 데이터 조작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때문에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데이터 조작을 하지 못한다.

박사학위 논문표절 사건은 대부분 비 이공계 분야다. 이공계와는 달리 국제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내지 않고도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고 검증도 헐렁하기 때문이다. 심층 조사를 안 해서 그렇지 만일 우리나라 박사학위 취득자의 논문을 다 조사한다면 꽤 많은 표절논문이 발견될 것이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이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자행되어 온 일부 대학의 부실 박사학위 수여가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일 지도교수가 실력이 있고 부지런하면 논문 표절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지만 지도교수도 나름 고충이 있다. 대학은 등록금 수입 때문에 박사학위를 남발하고, 교수는 쉽게 박사학위를 받고자 하는 학생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기막힌 현실이다. 박사학위를 원하는 학생과 등록금 장사를 하는 대학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 부실한 박사학위다. 엉성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으니 논문표절, 심지어는 논문대필까지 일어나는 것이다.

논문표절은 국가적 망신이자 사회자산인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사기 행위다. 문대성 씨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그의 논문표절은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교육 당국의 전근대적인 규정에도 원인이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IOC 위원이라면 체육대학의 교수가 되기에 손색없는 자격이지만 박사학위를 요구하는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박사학위를 따야 했고, 실력이 달리니 남의 논문을 표절한 것이다. 문대성 씨는 자기 행위가 표절인 줄도 몰랐던 것 같다. 차제에 예체능 분야는 세계적인 기량이 있다면 박사학위가 없더라도 교수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논문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공개한다면 논문의 수준도 올라가고 표절도 쉽게 발견될 것이다. 교육당국은 하루 빨리 교수임용 제도를 개선하고 논문 데이테베이스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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