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아버지의 꿈, 의사 아들이 이룬다
- 조광연
- 2012-05-31 06: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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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제약 지용훈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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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제약 지용훈 대표이사 사장(43)이 그렇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성균관대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삼성서울병원 안과 전임의를 거쳐 눈에 미소안과 원장을 하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평탄하고 잘 나가는 인생이었다. 2002년 아버지가 쓰러지기 전까지 말이다.
"아버님이 월드컵해에 갑자기 쓰러지지 않으셨다면 여전히 의사의 삶을 살았을 겁니다. 회사에 대한 아버님의 애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지켜볼 수 만은 없었거든요. 잠시 도움만 드리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서울약대 출신인 아버지 지현석 회장이 1976년 부산에서 세운 대우제약은 작년 매출 386억원을 기록했다. 안과 전문의가 CEO로 있어서 일까? 대우제약은 안과전문 글로벌 회사를 비전으로 탄탄해지고 있다. 그에 걸맞게 황반변성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발굴, 신약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부산의 향토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사실상 전부였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대우제약이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을 꿈꾸고 있다.
"회사에 발담근 후 한 때 사업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아닐까 회의했다"는 지 사장은 "힘들지만 다이내믹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성취가 모여 만든 자신감으로 보였다. 아침에 한번, 저녁에 또 한번 하루 두번 출근한다는 그는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듯도 했다.
봄햇살 가득한 5월 어느 날, 서울 서초구 방배동 대표이사 사장실에서 만났다. 깊이 생각해가며 말하는 스타일의 그는 요즘 제약환경이 힘들다면서도 앞날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약사 아버지가 세운 기업을 특화된 글로벌 제약사로 키우는데만 골몰한다고 강조했다.
▶안과 전문의시다. 어쩌다 이 자리에.
"의사로서 삶을 의심하지 않고 잘 가고 있었죠. 그러다 2002년 아버님이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대부분 창업자 분들이 그렇지만 모든 업무를 아버님 일인이 주도하셨던 겁니다. 아버님이 그리되시니 회사에 문제가 생겼어요. 믿었던 사람도 흔들리고…. 제가 효자는 아닌데 곁에서 보자니 마음이 아팠어요. 조금만 도와드려야겠다며 발을 담갔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그래 발 담가보니 할만하던가요.
"정말 내길 일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막막하데요. 소문 퍼지니까 여기저기서 회사를 팔라고 하지, 내부적으로 흔들리지…."
▶매각하지 않으셨잖아요.
"네. 매각 제의는 많았죠. 헌데 향토 제약사를 일구신 아버님이 '매각하려면 가격보다 회사를 제대로 키워줄 사람에게 하라'고 하셨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맘에 드는 사람이 없는 거에요. 제가 나서는게 낫겠다 싶었어요."
▶이후엔 어떻게 수습하셨나요.
"절반은 병원으로, 절반은 회사로 출근했죠. 배우자고 단단히 결심은 했어요. 두번 노조가 생기고 없어지는 파란이 일었고 회사를 압박하던 일부 임원과 둘이 앉아 담판도 지었죠. 2006년 아예 병원을 접었어요. 기획실장 직함으로 입사한거죠. 2년 뒤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09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전문의사가 병원을 접었군요.
"당연히 그냥 잘나가는 의사나 하지 무슨 회사냐 같은 주변의 반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왕 시작한거 잘해보자는 오기가 생기데요. 무엇보다 약사이신 아버님이 애지중지하신 기업을 철없는 아들이 망가트렸다는 말은 절대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오너의 아들로서 입사해 맞딱트린 현실은.
"네트워크를 쌓고 마케팅 과정과 고위과정 등을 통해 제약산업 전반을 이해하려고 발버둥쳤죠. 그런데 지방에 기반을 둔 작은 회사다보니 마케팅 부서조차 없었죠. 직원들도 미래를 불안해하면서 웅성거렸어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어요. 매일 매일 정신 안차리면 큰 일 나겠다 싶었어요"
▶결국 대표이사가 됐는데요.
"짧은 경륜을 갖고 2009년 대표이사가 됐죠. 그런데 바로 탤크 사태가 왔어요. 이후 리베이트 쌍벌제, GMP 강화, 약가인하 이슈 등 산넘어 산이 펼쳐지더라구요. 운이 좋았는지 임직원들이 열심히 해줘 나름 영업조직도 많이 정비됐어요. 클리닉 영업도 자리를 잡았고, 마케팅 역시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실력을 다졌다고 봅니다."
▶의사와 제약사 CEO는 갑을로 표현되는데 을의 선택이후 어떻게 달라졌나요. 인생이.
"180도 변했죠. 정해진 시간 출근해 수술하거나 외래환자 보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사람 만나던 삶이 역동적으로 바뀌었죠. 단적으로 출퇴근시간이 사라진 거죠. 을의 입장서 인생을 배우고 있습니다. 세상이 녹록하지 않구나 뼈저리게 느꼈어요. 더 겸손해야겠다, 더 베풀며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늘 합니다. 예전과 달리 가족에게도 미안해 졌어요.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처음엔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사업에 맞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을 했던거에요. 개방적이고 활달한 사람들…. 의사로 살 때는 만나는 사람을 제가 선택했는데 사업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부딪히며 시간이 가니까 적응 되더라구요. 진실하게 다가가는 것이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쉬워졌어요. 늘어난 술 실력도 적자생존의 증거겠지요. 지금의 자리에서 열심히 할거에요."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상수라고 말하는데요.
"요즘 재미있습니다. 의사시절 의술이 주던 만족이나 즐거움과 기업이 주는 재미가 다르기는 해요. 기업은 생명체여서 제가 회사 방향을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고, 나중에 제대로 된 선택이었다는 알게될 때 희열을 느끼죠. 제가 원하던 제품이 나오고, 복잡하게 얽힌 시장을 분석해 길을 찾아내고, 연구개발 결과가 우리가 원하던 방향으로 나올 때 즐겁습니다."
▶안과 전문의라서 안과약 라인업 등에 보탬이 됐나요?
"원래 안과 제품이 있었죠. 직접 판매하지 않고 도매에 위탁판매하는 형태로요. 주력제품으로 키우고 싶었어요. 라인업을 강화하고 품질, 포장, 마케팅, 학술활동 등 회사 비전 자체를 안과 전문회사로 세웠습니다."
▶안과전문의가 CEO여서 장점이 됐겠습니다.
"보수적인 안과시장의 고객들은 대우가 안과를 하느냐고 낯설어 했죠. 점안제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니 잘 먹히지 않았죠. 직원들도 순환계 약이 대세라며 비판도 했어요. 그러나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글로벌 안과 전문회사를 목표로 삼았죠."
▶왜 안과 전문 글로벌 회사인가요. 안과전문의라서요?
"회사가 강점으로 특화되지 않으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안과 시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4~5년 집중해 역량이 쌓이면 분명 그런 것들이 회사의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안과 매출은 전체 매출의 20% 정도 차지하는데 더 키워야하고…. 조금씩 길이 보입니다."
▶대우제약하면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감춰둔 무기가 있나요?
"운 좋게도 신약후보물질 가운데 혈관신생을 획기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잡았어요. 대표적인 실명원인 중 하나인 황반변성 치료 신약의 가능성을 확보한 겁니다. 기존 치료제 루센티스보다 효과가 탁월하죠. 우리 물질은 황반변성의 원인이 되는 혈관 신생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합니다. 여러 타깃을 동시 다발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요."
▶대박조짐이네요.
"혈관신생 억제효과가 탁월한데다 부작용이 없습니다. 동물실험에서 확인한 겁니다. 미국 학계도 논문 발표를 보고, 구두 발표해달라는 요청이 올 정도로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거든요. 최근에도 수석연구원, 영남대 약대팀과 샌디에이고로 날아가 발표하고 많은 질문을 받았어요. 곧 삼성의료원 안과질환팀과 전임상, 임상시험 진행을 위해 미팅할 계획입니다.
▶어느 단계인가요.
"동물실험 마치고, 임상 진입단계죠. 임상 1상 들어가기 전 추가 연구 부분이 있어 6개월 정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 임상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황반변성 시장 규모는 어떤가요.
"2~3년 전만해도 루센티스만 대략 2~3조원인데 앞으로 10조원 넘지 않을까 추정합니다."
▶좋은 신약 아이템이 있어도 결국엔 자금 아닌가요?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아요. 큰 회사도 힘들다는 R&D를 하다보니까 절실하게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2~3년 안에 주식시장에 상장하려 합니다. 삼성의료원 임상 1상이 성공하면 상장하고, 자금을 마련해 임상 2상과 3상을 직접 노려보려 합니다."
▶연구조직은 어떤가요.
"솔직히 2006년 입사 당시 연구력은 없다시피 했어요. 물론 회사 안에 공간도 없었죠. 인제대학교 안에 대우제약연구소 산하 연구소로 걸음마를 시작했고 그쪽 장비들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싹을 틔웠던 겁니다. 2010년 연구소를 확장해 회사 안에 두게됐습니다. 연구가 더 많아 질 겁니다."
▶안약은 공장 시설도 중요한데요.
"점안제에 올인하다보니 점안제동을 증설한 상태에요. 적어도 EU GMP 수준을 생각하고 있어요. 일본계 모 제약사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자신들의 생산기지로서 삼고 싶다는 오퍼도 받은 상탭니다.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어요. 신약말고도 몇가지 파이프라인 있습니다."
▶신약개발은 진행중이고 그러면 수출도 하시나요?
"동남아시아에 100만불 어치를 수출했어요. 가격경쟁이 있고 국민소득도 높지 않아 마진을 남기기 어려워요. 선진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요. 어렵지만 그게 길이니까요."
▶일괄 약가인하로 제약사들이 힘겨워 합니다. 대우는 예외인가요?
"아니죠. 우리도 경비 줄이고, 신제품 개발에 집중합니다. 다만, 작지만 강한 분야인 안과 점안제 쪽은 다행히도 인하 폭이 덜합니다. 이쪽에 더 집중하면서 레드오션이긴 하지만 비급여 시장, OTC 시장, 규제를 덜받는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약개발과 수출 등 정면 타개책 외에 준비하는게 있나요?
"웰빙(피부, 비만, 미용, 성형)과 화장품은 실패를 많이 겪는 시장이지만 급격하게 커지는 시장이니까 당연히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삼아야 된다고 봅니다. 제품 라인업과 판매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부터 진출할 계획입니다. 충분히 준비해야 겠죠."
▶요즘 일상은.
집이 회사에서 가까운 편이라서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8시쯤 출근합니다. 한때는 기업경영과 관련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요, 요즘에는 경영지식 습득보다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책을 많이 봅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해요. 평소 잘 못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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