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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의 'NHS'

  • 데일리팜
  • 2012-07-31 09:52:56
  • 송상호(건보공단 사보노조 중앙정책위원)

지난 토요일 런던 올림픽 개막식이 있었다. 파격과 웅장, 그리고 스토리가 어우러진 무대였다.

대영제국의 상징인 86세의 여왕 엘리자베스2세는 007영화 주인공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올림픽 주경기장을 향해 비행기에서 낙하산으로 뛰어내리는 모습도 연출했다.

산업혁명 등 영국 근대사를 압축한 화면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장면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개막식은 너무나 ‘영국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감동은 'NHS'(아래 사진)였다. 개막식장 메인스타디움 중앙에 수놓아진 'NHS'가 발하는 빛은 참으로 찬란했다. 자국의 보건의료제도를 올림픽 개막 행사에서까지 주요 주제로 소개하며 자랑하고픈 자부심과 긍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NHS(Nation Health Service)는 2차 대전직후인 1948년에 탄생했다. 전쟁의 폐허 속 참혹의 한 가운데서 나온 것이다. NHS는 세금(Tax)을 재원으로 모든 의료서비스를 국가가 무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세계사와 경제학에서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영미식 시장경제', '영미식 자본주의' 등 오늘날 자유 시장경제를 떠받치는 핵심인 영․미주의가 영국의 보건의료제도에서는 가장 반시장적․반자본주의적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에서 가장 잘 된 제도를 갖고 있는 10개 국가를 엄선하면서 핀란드의 교육제도를, 영국의 NHS를 소개한 바 있다. 영국의 2009년 GDP대비 국민의료비는 9.8%, 미국은 17.4%였다.

하지만 영국은 자국의 보건의료제도에 최고의 자부심을 갖고 있고, 영국에 비해 2배 가까운 국민의료비를 쏟아 부으며 대다수가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생명까지 걸어가며 제도를 바꾸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나의 잣대만으로 두 나라를 재단하고 평가할 수 없다 하더라도 영국과 미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는 극과 극만큼이나 크다.

영국에서 의사는 공무원이다. 의료를 공공영역으로 인식하는 까닭에 의대에서 의사를 배출하는 교육비는 무상이다. 국가가 지불하는 금액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그리고 그 수혜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한다. 이는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등 대다수 유럽 국가들의 공통적 모습이기도 하다. 이에 대비되는 미국의 의사는 철저한 시장원리에 지배된다.

특히, 고도로 발달한 민간보험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의사의 진료행위 하나하나를 관리하고 통제한다. 공공과 영리, 출발점이 어디냐에 따라 그 명암은 극명하게 갈렸다.

우리나라는 7월1일 포괄수가제 확대적용을 놓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간의 대립이 정점을 향해 치달았었다. 의사 양성의 부담주체가 서구 유럽과 같이 국가였다면 정책 수용성과 충돌 강도는 현저히 달라졌을 것이다.

반발의 기저에는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것은 없고, 통제만 하려 한다'거나, '정부가 정책을 통하여 이윤축소의 수용을 강제하려 한다'는 피해의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피해의식을 백번 이해하여 양보한다 하더라도, 의협이 포괄수가제와 관련하여 보여준 행태는 일말의 기대감도 허용하지 않게 만들었다. '우리의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은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유아독존의 단체에게 전문가 집단의 권위와 신뢰를 보낼 수는 없다.

목적이 옳다면 그 수단 또한 정당해야 한다. 의사란 존재를 천박한 자영업자 수준쯤으로 치부하고 인식하게 만든 책임도 적지 않다. 이것이 대다수 선량한 회원들이 의협에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다.

우리와는 너무도 달리, 서구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존경받는 직업의 최상위는 의사다. 올림픽에서도 빛나는 'NHS', 부럽기만 한 런던 올림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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