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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국이 편의점의 손발을 묶어 두려면…

  • 조광연
  • 2012-11-16 12:24:46

'의약품을 약국에서만 구입해야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어제 날짜로 깨졌다. 약사법이 제정된 지 58년 만이다. 정부는 15일 자정부터 안전상비의약품 13개 품목을 편의점이나 농어촌지역 특수장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대다수 편의점들이 상비약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했거나 일부 판매 규정을 위반하기는 했지만 수일 안에 문제없이 시스템을 정비해 손님을 맞게 될 것이다. 본사부터 말단까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 바로 편의점 업계이기 때문이다.

방송 등 언론들이 일제히 편의점 의약품 판매 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14일과 15일 약사들의 마음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편했을 것이다. 의약품 전문가로서 쌓아온 자존감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사회가 집단적으로 약사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아닌가하는 피해의식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이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58년을 일관해 온 제도가 한 순간 바뀌어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이니 말이다. 약국은 앞으로도 곁에 있는 편의점 때문에, 편의점서 산 의약품을 들고 와 상담하려는 소비자들 때문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상황은 이쯤에서 정리될까? 그럴리 없을 것이다. 편의점 약 판매 문제는 지금부터 본 게임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거대 자본을 상징하는 편의점이 겨우 13개 품목을 품는 것에 만족할리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의약품을 원할 것은 자명하다. 약사법 모법에 편의점 판매약을 20개 품목으로 한정한 만큼 또다른 법개정을 통해야만 여건이 바뀔 수 있기는 하지만 편의점 업계의 품목확대 노력과 도전은 계속될 것이 뻔하다. 58년 약사법도 개정되는 마당에 품목확대 요구는 더 손쉬울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욕망은 바닷물과 같아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것 아닌가.

거대 자본의 욕망에 뿌리를 둔, 정밀 가공된 여론도 얼마지나지 않으면 고개를 들것이다. 약국이 문을 닫은 주말이나 심야에 감기약 하나, 소화제 하나 살 수 없는 것이 말이 되냐는 주장으로 고개를 든 '소박한 여론'이 편의점 약 판매를 이끌었다면, 앞으로 여론은 더 많은 욕심을 실현하기 위해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그동안 보여준 시나리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가 등장하고, OECD 선진국이 거명되면서 더 많은 약을 편의점에 갖다 놓으라는 주장이 난무해 질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화된다는 논리도 그럴듯 하게 뒷받침 될 것이다. 이것이 15일 편의점 약 판매 안에 담겨 있는 맥점이다.

이처럼 예상 가능한 각본이 우려되는 것은 소비자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권리가 자본 논리로 무력화 돼 결국 소비자 건강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따라서 복약지도와 같은 약사와 약국의 역할 강화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누가 뭐라해도 전문가인 약사의 손을 거쳐 투약되는 약이 편의점에서 초코파이처럼 산 약보다 훨신 안전하다. 약국과 약사의 역할 강화 시점은 바로 지금이 되어야 한다. 초동 단계가 적기다. 최종 목표점은 편의점의 역할을 약국의 보완제로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주말이나 심야, 열나거나 체한 소비자들이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러면 약국은 무슨 일을 해야할까? 모든 약국들이 다함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밖에 없다. 소비자에게 의약품을 건네는 순간 순간, 약사의 의약품 복용에 관한 전문적 가치가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약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누가 드시나요? 지금 복용하고 있는 약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약인가요?" 등등을 묻고 병의원에 보낼 환자를 가려내는 한편 안전하게 의약품이 복용되도록 이끌어 줘야한다. 이같은 노력들이 모여 새로운 약국 문화를 형성해 가야 한다. 당연히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는 스스로 추방하고 자정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약사의 존재감이며,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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