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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건강식품에는 효소가 없다

  • 데일리팜
  • 2012-12-06 09:44:25
  • 나도선(울산의대 교수)

몸에 좋다는 효소건강식품이 성행하고 있다. 현미효소, 채소효소, 산야초효소, 브로콜리효소, 마늘효소 등등 수많은 업체가 판매하는 효소제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다이어트 효능에 항산화작용은 물론 면역증진까지 이것을 먹으면 만병통치가 되는 것처럼 선전한다. 신문에 '효소' 전면광고가 자주 등장하고 홈쇼핑 판매도 빈번한 것을 보면 매출도 상당할 것 같다.

한 업체의 광고를 자세히 보니 "인간이 효소를 모두 소모했을 때 수명이 끝난다. 누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몸 안의 효소가 감소하기 때문에 반드시 효소 보조식품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라는 말도 안 되는 문구를 쓰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모든 업체들이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과학'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단언하지만 효소건강식품이 선전하고 있는 내용들은 다 과학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사이비과학'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효소는 몸 안에서 소모되는 것도 아니고 나이를 먹는 다고 감소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효소란 과연 무엇인가? 효소는 단백질의 한 종류다. 단백질은 20종류의 아미노산이 수십~수천 개가 연결된 고분자물질로 20종류 아미노산의 순서와 개수에 따라 천문학적 숫자의 단백질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이름들인 콜라겐, 케라틴, 헤모글로빈, 인슐린, 성장호르몬, 항산화효소 등이 다 단백질이다. 사람의 몸에는 수만 종류 이상의 단백질들이 있고 생로병사, 즉 생명현상의 유지를 위해 제각각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고,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고 성장호르몬은 성장을 조절하는 식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일하고 잠들고 기뻐하고 분노하는 모든 일상생활도 단백질들이 제 기능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효소들은 생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는 수천 종류 이상의 효소들이 있고, 하나하나 다 특정 반응의 촉매로 작용한다. 동물·식물·미생물을 막론하고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효소들은 필요한 만큼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수명을 다한 효소는 분해되어 늘 일정한 양이 유지된다. 효소뿐 아니라 생명체의 모든 단백질들은 모두가 다 계속 만들어지고 또 분해되어 항상 일정하게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수많은 단백질들 중 어느 것 하나라도 균형이 깨지면 질병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인슐린의 양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당뇨병이 발생하고, 혈액에 헤모글로빈이 부족하면 빈혈이 일어난다. 수만 개의 단백질 중 단 한 개의 단백질이 너무 많게 혹은 적게 만들어지거나 또는 변형된 단백질이 생산되어 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효소는 나이를 먹는다고 감소하지 않는다. 만일 질병이 발생해 어떤 효소가 감소한다고 해도 '효소건강식품' 혹은 다른 어떤 것을 복용해서 보충할 수는 없다. 질병 때문에 효소가 부족하다면 병을 치료해서 인체가 효소 생산능력을 회복하게 하는 것만이 건강을 찾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면 이런 효소건강식품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필자가 이 제품들이 주장하는 제조과정을 검토한 결과 대부분 곡물 또는 야채와 설탕을 섞어 발효시킨 '발효식품'에 해당했다. 발효식품은 한국음식의 뼈대인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이다. 식약청은 평범한 발효식품을 만병통치의 효소건강식품으로 둔갑시켜 비싸게 팔아먹는 업체들이 발붙일 수 없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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