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감자 눈' 자르는데 공들인 이 남자
- 조광연
- 2013-02-13 12: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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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 대표이사 마치고 새 도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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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마라톤 풀 코스를 성공적으로 달리고, 또다른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메인 운동장을 표표히 빠져나가는 선수의 모습이었다.
누가 뭐래도 그는 제약업계서 손꼽히는 마케팅 전문가였으며, 문제의 정곡을 찌르거나 충남 보령인 특유의 비유화법으로 듣는 이의 무릎을 치게 만드는 타고난 '이야기 꾼'이다. 처음만난 사람도 지인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청국장 집에서 스스럼없이 미팅을 이끌어 가는 마당발이다.
한국바이엘 디테일 사원. 1975년 수의대를 졸업하고 그가 평생 약업인으로 살게 만든 첫 타이틀이다. 동물을 좋아하던 충청도 소년의 인생무대가 약업계가 될 줄 그는 몰랐을 것이다. 결국 모교인 건국대에서 수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0여년간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침으로써 소년의 꿈은 이뤄졌다.
그는 마이다스의 손을 가졌다 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가 생명력을 불어 넣었던 의약품들은 거의 모두 경쟁품 가운데서 단연 돋보였다. 바이엘에 있을 때는 아스피린, 탈시드, 카네스텐, 시프로바이 등을 이름있는 약으로 키워냈다. 고혈압치료제 아탈라트도 빼 놓을 수 없는 품목이다.
쉐링프라우에서는 겐타미이신, 엔자마이신, 네틸마이신, 글루코마이신 등 이른바 항생제들을 줄줄이 정상의 반열에 올렸다.
사노피 신화는 유명하다. 부사장으로서 사실상 사장 역할을 하며 키웠던 항혈전제 플라빅스는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가 됐다. ARB계 고혈압치료제 아프로벨이나, 수면제 스틸녹스, 항암제 엘록사틴도 명품으로 만들었다. 스틸녹스는 또 각별하다. "수면제를 보편화시킨 품목"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 같은 품목들을 알토란 같이 살찌워 그는 입사 당시 50억원 규모이던 사노피를 10년만에 20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여기까지 달려온 세월이 30년이다. 가는 곳 마다 성과를 내던 이를 눈여겨 본 이는 같은 고향 출신의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사장으로 2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6년(3년 임기 연임)을 근무하다 작년 말 CEO 역할을 마감했다. "(김승호) 회장님께 이젠 물러나겠다고 간곡히 말씀드렸어요. 고향 발전에 대한 포부도 말씀드렸고요."
보령제약 사장으로 출근한 이후 매주 한번 김승호 회장과 같이 회사 주변 허름한 식당에서 만나 두부전골과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며 미래 보령제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직이 잘 되려면 '공시마이제이션'은 필수"
그는 보령 8년간 무슨 일을 했을까?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의약분업이라는 새 제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일반약 주력 회사의 정체성을 전문약 중심의 기업으로 변화시켰다"고 평가한다. 시스템이나 조직의 전문성이 다국적사처럼 세련되게 변모했다고도 입을 모은다.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그가 해낸 변화 중 의미있는 건 '브랜디드 제네릭'일 것이다. 다국적사 제품을 코마케팅하거나, 신약을 도입해 판매하는 대신 특허가 풀린 오리지널의 권리를 아예 사들이는 전략이다.
"도입약 판매는 매출에 기여하지만 수익성이 낮습니다. 그래서 특허 풀린 오리지널의 권리를 인수하기로 했죠. 여덟 품목 쯤 되는데 상세한 것은 기밀입니다. 이들 제품은 복합제를 만들 수도 있고, 직접 제조도 함으로써 수익성이 높습니다."
다른 국내사와 독특한 전략도 선보였다. 보령이 개발한 ARB계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복합제에 대해 국내 동화약품과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임상 3상부터 공동 개발해 보령이 해외에 주력하고, 동화가 국내 시장을 커버하는 방식이다. 다움켜 쥐지 않고 나눠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 전형적인 다국적 마인드다.
그는 한국BMS의 B형 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에 대한 코프로모션에도 의미를 뒀다. "보령의 윤리성과 전문성을 인정한 결과 아닙니까"라는 반문이 돌아왔다.
사노피 고혈압치료제 아프로벨의 성공적인 마케팅 경험은 보령제약의 카나브 초기 런칭에 적용, 안정기반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업계도 이 점에 대해 '김광호 이펙트'라고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보령의 첨병으로 카나브를 갈고 닦는데 그가 앞장섰다.
우문을 던졌다.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조직 문화 중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냐고. 그는 "다국적 사는 일감을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자금력이 달리는 국내사는 일감에 치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효율적인 조직관리에 대한 그의 생각은 간명하다.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조직원들이 '내게 무엇이 유리한지를 계산하는 '사시마이제이션(사심화)'이 승하면 조직은 죽고, 뭐가 회사 최고 목표에 좋은지를 먼저 생각하는 '공시마이제이션(공심화)'이 발하면 조직이 산다고 그는 강조한다. 관리자가 강하게만 몰아칠 때 조직원들의 진정성은 살아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사람이야기를 많이했다. 그러면 그가 꼽는 '최고의 사람은 누구일까? 그의 대답은 엉뚱하게도 감자였다.
"감자에 눈이 10개라고 칩시다. 최고의 사람은 눈을 다치지 않게 나눠 눈 10개 모두를 땅에 심어 싹을 틔울 줄 아는 사람이고, 다음은 7개 이상 살려내는 사람이며, 하수는 이눈 저눈 다 상처내는 사람입니다." 조직을 통합관리하면서 세분화해 볼 줄 아는 사람이 최고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경영학 이론서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오는 인물은 절대 아니다. 자기식으로 재해석해 쉬운 비유로 설명하는 사람이다.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체화시키는 인물인 셈이다.
보령에서 고문 역할은 무엇일까. 평소 김승호 회장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관계라는 점을 보면 맥점에서 한마디 하는 자문 역할일 것으로 보인다. '제약 회장 특보'라고나 할까?
그는 고향의 자치단체 등을 꿈꾸고 있는 듯했다. 고향에서의 봉사를 자주 입에 올렸지만 구체적으로는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시장으로 나타날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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