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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논란 진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 데일리팜
  • 2013-04-15 08:28:35
  • 리병도 약사(전 건약 회장)

지난 4월 3일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이 확산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 문제가 진주나 경남을 넘어 전국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환자가 입원해 있고 의료진과 병원직원들도 아직도 근무 중인 상황에서 여론과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자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하면서 막무가내로 병원 폐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고 급기야 경남도의회는 12일 밤 폐업관련 조례안을 문화복지위에서 폭력적으로 통과시키고 이번 주 본회의를 남겨놓고 있다.

이에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으며 김용익의원 단식, 보건의료단체연합 릴레이 단식, 진주나 경남의 단체뿐만 아니라 전국규모의 대책위 구성 및 폐업 반대 활동, 창원에서의 폐업반대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게다가 의협 대약 등 제도권 보건의료단체장들도 20여 년 만에 공동성명을 발표해 반대할 정도다.

매우 취약한 공공성 그나마

우리나라는 공공의료 영역이 붕괴되면서 민간의료가 기형적으로 커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공공병상으로 보면 1949년에 75.1%에서 1971년 39.4%로 다시 2011년에는 8.4%로 수직 낙하한 반면 민간병상은 같은 기간 24.9%, 60.6%, 91.6%로 급팽창했다. 10%도 안 되는 공공병상 점유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5.1%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의료분야가 가장 상업화한 미국의 34%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1980년대부터 급증한 의료 수요를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철저하게 민간에 맡겨버린 탓이 크다. 더욱이 1990년 무렵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삼성병원이 개원하면서 이른바 '의료계 군비경쟁'이 시작됐다. 서로들 암센터, 심장병센터 등을 지으며 덩치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빅 5'의 경우 2005~2011년 사이 병상 수를 2000개 늘렸다. 이런 공룡병원들이 탄생하니 우리나라의 의료생태계가 무너져 버렸다.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진주의료원이 폐원을 위한 휴업에 들어가 200여명의 환자를 반강제로 퇴원시키고 약품 구입도 중단했다. 그리나 이 병원에는 40여 명의 환자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공공병원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필수적인 기관이다.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 대해 어떠한 민주적인 논의도 없이 일방적인 폐업선언을 한 행위는 반인권적인 행위이다. 외래환자가 다니고 있고 특히 입원환자들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약품 구입을 중단하고 퇴원을 종용하는 것은 일반 병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진주의료원은 공공성이 가장 중시되어야 할 103년 역사의 도립 지방의료원이다. 이러한 공공병원에서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환자들의 기본적 건강권과 인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일은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은 어떤 경우라도 정치적 목적으로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적자 홍준표지사는 처음에 폐원 이유로 적자가 너무 심각해서 병원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공의료기관 일수록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진주의료원외에도 대부분의 공공의료기관이 실제로 적자이며 그나마 진주의료원의 누적된 적자도 운영적자라기보다 관리감독과 의료원의 미션을 부여할 책임이 있는 경남도의 책임이 오히려 크다. 전국 공공의료원들이 정도의 차는 있지만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적자 문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이 폐업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나라 공공의료 체계 전반에 대해 성찰하고 재정비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의료원은 전염병 격리병실 유지, 가난한 의료급여환자 치료, 응급의료센터 운영, 호스피스 운영 등 공공적 성격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지원 없이는 적자운영을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지방의료원은 신종플루 때의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가 유지해야 할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다. 경남도청이 책임져야 할 진주의료원의 신축 이전에 따른 비용과 부채 등을 청산하지 않은 채, 재정적자를 과장하여 새로 지은 지 5년밖에 안된 병원을 폐업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그리고 진주의료원 적자라는 것도 경남도 예산 12조원의 0.025%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의지의 문제이다. 경상남도의 재정적자는 불필요한 토건사업과 부동산 투기 차액을 노린 건설투기, 여기에 높은 수익율을 노리고 투자한 금융업자들, 이들과 결탁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고위관료들의 책임이다.

그런데 연 3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적자를 내는 진주의료원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재정적자의 책임을 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고 재정적자를 빌미로 복지재정을 삭감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강성노조 적자 때문에 폐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짓임이 밝혀지자 홍준표지사는 말을 바꿔 다른 이유로 진주의료원 노조가 강성노조이자 귀족노조이기 때문에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6년간 임금이 동결되고 임금체불이 일상화 되다시피 한 진주의료원의 노조가 어떻게 귀족노조일 수가 있는가? 게다가 1991년 노조가 생긴 이래 1998년 단 한차례의 파업밖에 해보지 못한 약해빠진 노조가 어떻게 강성노조인가?

다른 지방의료원의 80%의 월급밖에 받지 못하고 있고 6년째 임금동결에 8개월째 월급을 못 받는 등 귀족노조 강성노조 주장도 여러 경로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자 홍지사는 이제는 '진주의료원이 제공하는 의료는 공공의료가 아니다. 진정한 공공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진주의료원을 폐원하고, 기존의 진주의료원에 지원하던 예산을 돌려 서부경남의 보건소를 통하여 서부경남 의료 낙후지역에 지원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서 지방의료원과 일선 보건소의 역할은 엄연히 구별되는 것이다. 그리고 의료원과 보건소는 서로 간에 결코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런 점에서 홍지사가 공공의료에 대해 조금이라도 개념이 있는 도지사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홍준표 지사는 의료전달체계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 이루어져야

진영 장관은 지난달 홍준표 도지사를 만나 진주의료원 폐업을 재고하고 휴업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알려졌다. 홍준표 도지사의 휴업선언은 사실 보건복지부 장관의 권고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대선 때 지역 공공의료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한국의 지방자치단체 248곳 중 48곳이 분만시설이 없고, 52곳이 응급의료센터가 없다. 공공의료는 축소가 아니라 더 확대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공립병원을 폐원한다면 공립병원들은 앞으로 대부분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취임 첫 날부터 박근혜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공공의료 확충의 공약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반기를 든 홍준표 도지사를 그냥 방치하는 것은 스스로 공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조류독감은 누가 막나?

아픈 사람들은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약자라 하더라도 치료받을 권리가 있으며 건강과 생명을 존중받아야 한다. 이는 문명사회가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이고 의료인이 최후까지 지켜야할 소명이다.

지금 우리나라 지방의료원은 '미운오리새끼'와 같은 처지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지역의 공공병원은 의료의 중심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공공병원의 존재가 없고, 지원도 안 해주면서, 일은 못한다고 푸대접 받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사립병원들이 환자를 기피할 때 유일하게 전염병 환자들을 치료했던 의료기관은 지방의료원과 시립병원들뿐이었다. 진주에서는 진주의료원이 유일하게 신종플루 환자들을 치료했다. 지금 당장 중국에서는 신형 H7N9 조류독감이 유행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치사율이 30% 정도로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중국의 교류가 일상적인 지금 언제 이 신형 조류독감이 한국으로 넘어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신형 조류독감이 치사율이 유지된 채로 한국에서 유행한다면 진주에서는 어떻게 할까. 현재와 같은 지구적 전염병의 위험이 상존하는 시기에 지방의료원과 공공병원을 폐쇄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도외시한 무식한 조치일 뿐이다.

보건의료단체 한 관계자는 "돈이 아니라 생명이 중요하다. 재정적자를 핑계로 복지재정을 삭감하면서 경제위기의 부담을 서민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하며 공공의료와 가난한 이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재정적자의 엉뚱한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는 국방이나 사회간접자본처럼 나라의 기본이다. 이를 없애면 면역결핍 된 사람과 무엇이 다르랴. 이제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진주의료원은 결코 진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동의하는 분은 16일 오후 7시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으로 촛불을 들고 모여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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