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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병원에는 간호사가 없다

  • 데일리팜
  • 2013-05-13 06:30:00
  • 최성철 사무국장(암시민연대)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되면 우리는 간호를 받는다. 아픈 사람을 돌보고 살피는 일이 간호이기 때문이다.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간호서비스는 더 절실해지는데 우리는 과연 병원에서 간호를 받고 있을까?

환자들은 하나같이 간호사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정해진 시간마다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검사를 하거나 주사를 놓고, 투약을 하고 가는데도 보기 힘들다고 한다. 환자는 나를 돌보고 살피는 간호사를 원하는 것인데, 무슨 검사인지도 모르겠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시간도 거의 없으니 돌봄이나 살핌을 느낄 수가 없는 거다.

병원에서 환자가 누구보다 가깝게, 오래 접하게 되는 의료인은 의사가 아닌 간호사다. 또한 환자를 이해하고,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 또한 간호사다.

의사의 진료와 처지 못지않게 중요한 간호서비스이기에 그 중요성과 전문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지만,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간호사를 보기 힘들다고 하는 이유는 간호사 자체가 실제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간호사 한명은 평균적으로 15~20명 가량의 환자를 돌봐야 한다. 병원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지방으로 갈수록 그 수는 늘어나고, OECD 국가들의 평균과 비교하면 두 배에서 네 배 정도가 되는 셈이다. 당연히 환자 한명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간호서비스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은 오래전에 예상되었고, 이에 따라 간호대를 졸업하는 간호사 수는 꾸준히 늘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병원 현장에서의 낮은 보수와 대우,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인해서 힘들게 간호사가 되어놓고도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전체 간호사의 수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간호사의 근무 환경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원래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항상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게 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쉽게 소진될 수 있는 일인데 보수까지 작다 보니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보건 복지부의 간호인력 개편 계획을 보면, 간호조무사의 교육 과정을 개선하고, 일정한 절차를 통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기존의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고, 이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것에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또 적당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관리하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되는 것이 크게 무리가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수없이 많은 간호조무사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이들이 경력과 시험만으로 간호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전체적인 간호서비스의 질 저하를 의미한다. 이미 부족한 간호사의 수로 인해 간호서비스의 질이 더 이상 낮아질 수 없을 만큼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질 저하는 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간호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해야할 일은 병원이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충분한 간호사를 고용하도록 하는 일이지 간호조무사 이름표를 간호사로 바꿔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름표만 바꿔단다고 해서 환자가 느끼는 간호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또 현재 적용되고 있는 간호인력 기준을 강화하고, 위반 시 강력한 패널티를 적용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엄연히 비영리법인이면서도 어떤 영리법인보다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은 당연히 어려운 형편을 핑계 삼겠지만 우리 국민 중 어느 누구도 병원이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하거나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환자는 돈으로 보고 간호사나 간병인은 기계의 부속쯤으로 생각하는 병원은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에 이윤을 논할 것이 아니라, 발생한 손해를 자랑스러워하고 당당하게 국가의 지원을 요구해야 본래의 의무를 다할 수 있다.

결국 필요한 재정의 문제로 귀결되는 사안이라, 가까운 시일 안에 질 좋은 간호서비스를 기대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바빠서 항상 피곤에 찌들어 있고, 환자인 나보다 더 아파보이기 까지 하는 간호사들이 있는 병원은 분명히 문제가 있고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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