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복…약사의 특권일까, 행동제약하는 '교복'일까?
- 이혜경
- 2013-07-20 0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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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만원 과태료 때문에 수백만원 들여 소송하는 '역설'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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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번째 마당- 약사 위생복 착용 논란|
독자 여러분, 혹시 소식 들으셨나요?
전의총 '팜파라치' 카메라에 위생복(가운) 미착용으로 찍혀 3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았던 약사가 이의신청을 제기해 과태료를 3만원으로 줄인 사건 말입니다.
이 약사는 3만원 경감에 불복하고 다시 이의신청을 제기했어요. 그것도 수백만 원의 수임료가 드는 변호사까지 선임하고요.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지후 하성원 변호사는 18일 이의신청 심리는 두고두고 잊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3만원을 내지 않겠다고 변호를 맡았으니, 절대 잊을 수 없겠죠.
그런데 사건의 쟁점은 과태료 30만원, 3만원이 아닌 거 우리 독자들은 다 아시죠? 배보다 배꼽이 큰 선택엔 경제적 합리성 그 이상의 함의가 있다는 사실 말이죠.
설마 30만원이 없어 이의신청을 했겠어요? 또 3만원을 내지 않으려고 수백만 원의 수임료가 드는 변호사를 선임했을까요?
사건의 본질은 '약사가운'에 있잖아요.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유사 직능의 보건의료인은 위생복 착용이 강제화 되어 있지 않은데 유독 약사만 위생복을 입어야 해요.
뭐, 위생복 착용을 강제화 할 수는 있겠죠.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약사들이 위생복을 입지 않는다고 몰래 촬영해 보건소에 고발하는 단체가 의사들로 구성됐다는 거예요.
논란의 소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죠.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위생복을 입지 않아도 처벌 받지 않는데, 약사들은 위생복을 입지 않으면 1차 경고와 함께 3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아야 하니깐요.

위헌의 소지는 분명 있었어요. 지난 2000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보면 알 수 있죠.
당시 헌재는 백색 위생복과 명찰을 착용하지 않은 약사에게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관련법에 대해 '죄형법정주의 내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결정을 내렸어요.
과거 약사법 제19조 4항을 보면 약사는 필요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약사법 시행규칙 제11조 1항을 통해 관리상 준수사항 중 하나로 백색 위생복과 명찰 착용을 뒀는데, 이 조항이 문제가 됐던 거죠.
헌재는 이 조항이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를 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인 시행규칙에 위임한다는 판결을 내렸죠. 약사에게 광범위한 개념인 약국관리와 관련, 준수해야 할 사항의 내용이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없게 했다는 거죠.
헌재의 판결로 약사법이 바뀌죠. 시행규칙에 둔 조항을 모법인 약사법 안에 집어넣습니다.
현재 약사법 제10조 1항 1호에 약사, 한약사 또는 약학을 전공한 대학생은 위생복을 입고 명찰을 달아야 하며, 약사, 한약사 또는 실습생이 아닌 종업원에게 약사, 한약사 또는 실습생으로 오인될 수 있는 위생복을 입히지 말라고 확실히 명시했죠.
입법 취지는 약국 오염 방지, 청결한 관리, 의약품 조제시 위생 등도 있지만 약사와 무자격자 약사를 쉽게 구분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이죠.
하지만 약사 위생복 착용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약사와 무자격자를 구분하겠다고 명시된 부분 때문이죠. 과연 위생복을 착용하고 명찰을 패용한다고 해서 약사 자격을 부여 받고, 직업적인 의무를 갖게 되는 것일까요?
위생복 착용 의무 범위도 약사회에서 딴죽을 걸려면, 충분히 걸 수 있다고 봐요. 구체적인 착용 장소나 시기를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청결한 관리 의약품 조제 위생 등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약사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잖아요.
계산을 하거나,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할 때도 위생복을 입어야 하는 것일까요?
이러한 논란 때문에 약사회는 하반기 약사법 개정을 통해 약사 위생복 착용에 대한 입법취지와 다른 보건의료인의 위생복 미착용시 행정처분 규정이 없는 점을 들어 약사 위생복 규정을 삭제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어요.
약사 위생복 착용 의무는 약사 업무를 수행할 때 부수적이고 직업윤리적인 의무에 그치는 것이기 때문에 위반시 과태료 및 경고 처분을 하기보다 자율적인 계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모든 약사들이 위생복 착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되기도 한답니다.
젊은 약사들 사이에서는 위생복을 착용하자는 주장이 있는게 사실이니까요.
약사와 무자격자가 구별되지 않는 상황에서 법률 조항 삭제만 강조하면 안 된다는 얘기죠. 자율적으로 입는 것은 좋지만 당장 없앨 경우 무자격자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거에요.
위생복 착용 문제는 30만원 과태료를 받은 약사들만의 문제가 아녜요. 얽히고설킨 법률 조항도 해결해야 하고, 위생 관리를 위한 약사들의 자율 노력, 그리고 무자격자를 없애기 위한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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