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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산야초효소가 아니라 산야초설탕절임이다

  • 데일리팜
  • 2013-08-26 11:42:42
  • 나도선 교수(울산대의대)

지난해부터 몸에 좋다는 효소 광고들이 일간신문에 전면광고로 등장하더니 얼마 전에는 TV 프로그램에까지 선보인 것을 보면 효소 열풍이 꽤나 거센 모양이다. 필자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시청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자칭 '효소 명인'이 등장해 마치 요리강습을 하듯이 산야초와 설탕을 '1대1'에서 '2대1' 사이의 비율로 넣고 수 개월간 숙성시켜 효소를 담그는 방법에 대해 세세히 설명을 했다. 산야초의 종류에 따라 설탕의 비율과 숙성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다년간의 경험이 필요하단다. 잘 숙성된 산야초효소는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어 거의 만병통치에 가까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에 과연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인체를 비롯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수천 종류 이상의 효소들을 체내에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종류의 효소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수천 가지의 효소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천가지의 화학반응에서 촉매로 작용한다. 화학반응과 효소의 관계는 자물쇠와 열쇠의 관계와도 같다. 하나의 효소는 짝이 맞는 하나의 화학반응의 촉매로는 작용하지만 제 짝이 아닌 다른 화학반응에 대해서는 전혀 활성이 없다.

예를 들어 약국에서 판매하는 소화제 알약에는 아밀라아제(amylase), 프로테아제(protease), 리파아제(lipase)가 들어 있는데, 이 효소들은 각각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분해시키는 작용을 한다. 아밀라아제는 탄수화물을 분해시키는 활성이 있지만 지방이나 단백질 분해에는 전혀 활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또한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만들어진 포도당은 여러 경로를 거쳐 에너지로 바뀌는데, 이런 과정에도 여러 효소들이 관여한다.

생명을 유지하려면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들이 필요한 양만큼 계속 만들어져야 되기 때문에 이런 성분들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밀한 조절작용이 필요하다. 이런 조절작용의 균형이 깨질 때 질병이 발생한다. 피부세포나 머리카락을 보면 세포의 성장과 사멸이 쉬지 않고 일어남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적혈구, 백혈구, 뼈를 비롯해 몸의 모든 세포들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수명이 다하면 사멸한다. 세포 성장의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지나치게 빨리 자라면 암이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이 건강한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천가지의 화학반응이라는 '자물쇠'가 필요하고, 이런 수천가지의 '자물쇠'를 열기 위해서는 수천가지의 '효소'라는 '열쇠'가 필요해진다. 이렇게 생물체에 존재하는 수천 종류 이상이나 되는 효소의 종류와 기능을 밝히고자 연구하는 학문이 '효소학(enzymology)'이다. 세계적으로 효소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수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학술지도 다수 발간되고 있다. 특정 효소를 지칭할 때는 그 효소의 고유한 이름과 관여하는 반응에 대해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효소제품'들 중 건강증진 효과가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다. 당연히 식약처의 건강보조식품 허가를 받지 못했다. 시중의 효소제품들 중 어떤 효소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표기한 제품은 하나도 없다. 설사 효소가 들어있다 하더라도 아밀라아제가 미량 들어있는 정도로서 이는 알약 소화제에 들어있는 양의 수천분의 1에 불과한 양이다. 이런 제품들이 건강증진 효과가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산야초와 설탕을 '1대1'로 섞어주면 설탕농도가 50%나 되어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유산균도 거의 없다. 잘 익은 김치 1그램에 8억의 유산균이 들어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자명하다. 그러므로 '산야초효소'라고 하지 말고 '산야초설탕절임'이라고 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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