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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왜 성범죄 처벌 '도가니법'에 반대 할까?

  • 이혜경
  • 2013-09-17 06:34:49
  • 요약
  • 성범죄 저지른 의료인, 10년간 의료기관 취업 제한

노환규 의협회장이 16일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아청법(일명 도가니법) 국민 서명을 받고 있다.
2000년 이후부터 의사들은 강도, 살인, 성폭행 등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아도 '의료법을 위반할 경우에만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다'는 의료법에 의해 면허 제재를 받지 않았다.

2012년 8월 2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일명 도가니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법에 따라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경우,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을 제한 받게 됐다.

당시 의료계는 도가니법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최영희 의원에게 후원금으로 18원을 입금하기도 했고, 대통령에게 6000장이 넘는 의사들의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의사들의 신뢰가 추락했다'는 이유로 도가니법을 반발하면서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곧 이어 자정선언을 통해 '신뢰 회복'을 외치기도 했다.

그렇게 1년 여가 지났다. 그런데 최근 의료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7일 '의사인권 탄압 중단 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리베이트 소급처벌 중단, 원외처방약제비 환수 중단과 함께 도가니법 개정을 외치고 일어선 것이다.

또 다시 도가니법이 논란에 쌓인 이유는 무엇일까.

논란은 지난 6월 1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개정법률이 시행되면서 부터 시작된다.

처벌 대상에 아동·청소년 성범죄 뿐 아니라, 성인대상 성범죄가 포함됐다.

제56조 제1항 조항에 따라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될 경우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의료기관에 종사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의료기관을 운영(개설)하려는 자에 대한 성범죄 경력 조회를 관계 기관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는 조항도 제56조 제2항에 신설됐다.

그리고 이 조항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을 거부당한 사례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면서 의료계는 발칵 뒤집힌다.

도가니법이란?

2011년 9월 개봉한 영화 '도가니'를 통해 알려진 장애인학교 교직원의 장애인 성폭행사건을 계기로, 장애인과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폭행했을 경우 7년, 10년으로 형량을 대폭 늘렸으며, 무기징역까지 범위를 넓혀 2011년 11월 17일부터 시행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의 별칭이다.

또한 2012년 2월1일 개정돼 2012년 8월부터 의료인의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자 취업을 제한하도록 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도 의료계 내부에서 '도가니법'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8월 A의사가 보건소에 의료기관 개설 신청을 하러 갔다가 거부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경미한 성추행으로 300만원 벌금형 처분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진료 현장을 벗어난 곳에서 억울하게 성추행 누명을 썼지만, 시간과 금전적 피해를 고려해 A의사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고 약식기소를 받아들인게 화근이 된 것이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40대 초반 밖에 되지 않은 A씨가 아청법 개정법률 시행 이전 일어난 사건으로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거부당했다"며 "판결이 개정법률 시행 이후에 났다고 해서, 사건을 소급해서 적용하는건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성인대상 성범죄의 경우, 양형판단 기준이 피해여성의 성적수치심이라는 점 또한 문제가 있다는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피해여성이 의사들의 진료과정에서 성적수치심을 느꼈다고 고발할 경우, 도가니법을 적용받아 처분을 받으면 '의료기관 개설 정지 10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송 대변인은 "문제는 의사들이 귀찮아서 벌금만 받으면 되겠다고 여기는 부분"이라며 "벌금이 나중에는 생계를 위협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의료계는 도가니법을 떠나서라도 '졸속법안'을 문제 삼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의협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도가니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아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서명운동은 지난 16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노환규 의협회장이 직접 나서서 받기 시작했으며, 이 운동은 의료계 투쟁준비위원회가 바통을 이어받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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