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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의료인, 10년간 취업 제한? 형평성 논란

  • 이혜경
  • 2013-09-26 15:36:25
  • 요약
  • 아청법 국회토론회…여성가족부 "일반인과 의료인 처벌 평등"

사례 1) 남자 전공의가 여자 환자의 복부를 진찰했다. 수일이 지난 이후 여자 환자가 '성추행'을 겪었다고 주장했고 해당 전공의는 전공의를 그만두고 종적을 감췄다.

사례 2) 40대 정신과 의사가 저녁에 직원들과 회식을 진행하던 도중, 여직원 무릎에 손을 댄 사건이 발생했다. 1년 후 여직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해서 10년간 의료기관 개설 및 취업 제한을 겪게 됐다.

(왼쪽부터) 노환규 의협회장, 김윤수 병협회장, 김세영 치협회장, 성명숙 간협회장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26일 박인숙 의원 주최로 열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합리적인 개선방안' 국회토론회에서 최근 의료현장에서 벌어진 성범죄 사례를 풀어놨다.

노 회장은 "이 같은 사례가 성범죄로 고소돼 처벌이 확정되면, 의사면허정지는 아니더라도 10년간 취업과 의료기관 개설이 금지되는 '정지'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회장은 "사람들이 악용하면 진료현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법안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를 의협과 함께 공동주관한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에서도 법률개정의 필요성을 함께 주장했다.

김윤수 병협회장은 "성범죄자가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시설 등에 일정기간 취업을 못하도록 제한해 아동·청소년들을 성범죄로부터 예방 및 보호하려는 취지로 관련 법률이 지난해부터 시행됐다"며 "하지만 취업제한 등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인숙 의원은 26일 아청법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김세영 치협회장은 " 아청법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과 처벌의 수용도가 형평성 차원에서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과 경찰, 검찰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며 "의료인을 성범죄자로 매도하며 의료인의 기본권과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성명숙 간협회장은 "아청법은 규정이 모호하고 처벌의 불균형으로 인해 악명의 오명을 뒤집어 쓰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박인숙 의원은 "의료인이 다른법에 휩쓸려서 이중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항상 주장하는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면허국을 만들어 의료인에 대한 처벌결정은 진료와 다른 일과 묶이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대안을 내놓았다.

박 의원은 "의사들은 작은 사건만 일으켜도 의사를 영원히 하지 말라는 식의 비난을 받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 발생한다"며 "토론회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이 나오면 법을 쓰는데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인 사례로 한 취업제한 문제점

임병석 의협 법제이사는 '아청법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인 취업제한을 사례로 발표하면서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청법 제56조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대상 성범죄자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자는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10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임병석 의협 법제이사
임 이사는 "법 56조는 성범죄자로부터 아동,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며 기존 취업 제한 장소도 아동, 청소년의 출입이 잦은 곳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법에서 성범죄를 행한 의료인을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병리과 등 의료기관까지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될 뿐 아니라, 성인 대상 성범죄자까지 포함해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임 이사는 "성범죄 범위에서 성추행을 제외하고,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만 취업제한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의료인의 경우 의사면허에만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의사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형평성에 어긋나는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을 제한하는 것을 없애고, 형벌을 벌금형에서 금고형 이상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게 임 이사의 제안이다.

◆취업제한 10년, 성범죄로부터 아동·청소년 지키려는 제도

아청법에 따라 성범죄 의료인 취업 제한 10년이 가혹하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정부 측은 '의사라고 차등적용하는 것은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평등의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의수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 성보호과장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 성보호과 고의수 과장은 "취업제한에 적용되는 형벌의 범위를 의료인의 경우 벌금형을 제외하자는 의견이 있다"며 "일반인도 성범죄자로 형 확정시 취업제한제도의 적용대상이 되고 있고,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등의 원칙에 따라 의사만 감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 과장은 "취업제한제도는 성범죄자가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성범죄자로부터 아동·청소년을 지키기 위한 제도"라며 "미국의 경우 10년에서 종신에 이르기 까지 적용되는 주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료실에서 사소한 오해 등으로 인해 아청법을 '악용'해 진료위축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사들이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도 전했다.

고 과장은 "의료인이 진료를 위해 환자의 신체에 사소한 접촉 등이 이뤄져야 한다면 사전 고지를 하고 충분히 설명하면 오해의 소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성인대상 성범죄 또한 10년 취업제한에 적용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의료인이 일반인에 비해 더 가중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의료인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위치에서 누궁게나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소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환자는 의사를 깊이 신뢰하며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것으로 믿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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