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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자카비'는 '기적'이다"

  • 어윤호
  • 2013-10-23 06:24:52
  • 현존 유일 치료제...골수섬유증 환자 비장비대증 개선 탁월

하이퍼 케서린 알리 독일라이프치히대학부속병원 혈액종양학교수

골수섬유증치료제 '자카비'
병에 걸렸는데 치료법이 없다면? 그건 절망이다.

골수섬유증은 그런 희귀병 중 하나다. 10만명 중 1명 꼴로 발병하는 이 질환은 글자 그대로 골수가 섬유화되는 질환인데 혈구 생성에 오류를 일으켜 비장비대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치료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골수이식이 있는데, 이는 환자가 젊어야 가능하다. 골수섬유증은 대부분 고령에서 발생한다. 치료법이 있지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치료제'라 부를 수 있는 약이 개발됐다. 노바티스의 ' 자카비(룩소리티닙)'. 이 약은 올초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보험급여권 진입이 안 돼 환자들에 대한 처방이 용이하지 못한 상황이다.

데일리팜은 세계적인 혈액종약학·골수섬유증전문가인 하이퍼 케서린 알리 독일라이프치히대학부속병원 혈액종양학교수를 만나 자카비 승인의 의미와 효능에 대해 들어 보았다.

-방한 목적은.

골수증식성질환의 최신지견을 발표하는 심포지엄에 참석차 방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한국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골수섬유증의 진단과 치료 등의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이퍼 케서린 알리 교수
-자카비의 출현, 어떤 의미가 있나?

먼저 자카비는골수섬유증의 유일한 치료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카비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이 골수섬유증 완치 방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진료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식수술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환자들 대부분이 고령이고 이미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울 만큼 병이 깊어져 수술을 견딜만한 컨디션이 안 된다.

자카비는 골수섬유증 환자 삶의 질을 크게 향상 시켰다. 골수섬유증의 증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비장비대증이 문제가 된다. 환자들은 비장이 커지면서 이로 인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편하게 자지도 못해 일상생활 자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삶의 질을 해친다.

자카비는 비장의 크기를 줄여주는 효과가 탁월해 이로 인한 어려움들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유일한 치료제라고 했는데, 대증적 치료이긴 하지만 BMS의 '하이드리아(하이드록시우레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이드록시우레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골수섬유증 치료에 대한 과학적인 임상연구 결과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일부 소수의 환자에서 하이드록시우레아치료시 비장 크기가 20~30% 정도 감소되는 것이 관찰됐지만 고용량으로 투여함으로써 빈혈, 혈소판 감소증, 피부 궤양 등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COMFORT-Ⅱ(자카비의 대규모 임상) 연구는 자카비군 146명과 BAT(현존하는 최적 치료)군 73명이 무작위 배정 되었다가, BAT군에서 비장비대증이 악화(비장 부피 25% 이상 증가)되면 자카비 교차투여가 가능토록 설계 돼 있는데, 처음 BAT군에서 하이드록시우레아 치료를 받았던 환자(34/73명) 모두 자카비군으로 전환됐다.

이는 하이드록시우레아 치료를 받은 환자 중 만족스러운 치료경과를 보인 환자가 단 1건도 없었다는 의미이다.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도 자카비의 치료효과는 하이드록시우레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혈소판 감소증, 빈혈 등 이상반응은 자카비도 있지 않나.

자카비는 JAK2억제제로 기전의 특성상, 혈액학적 이상반응이 없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비혈액학적 이상반응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치료 시작 3개월간 빈혈, 혈소판감소증 등의 혈액학적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데, 2~4주 간격으로 면밀히 모니터링을 하면서복용량을 조절하면 이러한 이상반응들은 사라진다.

따라서 처음 3개월 동안에는 혈소판 수치 변화에 따라 환자에 맞는 최적의 투약 용량을 찾아야 한다. 혈소판 수치가 20만개 이상이면 20mg, 10~20만개이면 15mg을 1일2회 복용하게 돼 있다.

빈혈의 경우 자카비 복용 직후에는 알 수 없고 적혈구 반감기인 8~10주가 지나서 처음 나타나는데, 내 4년간의 경험에서 특별히 조치하지 않아도 3개월 이후 최적의 용량을 복용하게 되면서 사라지는 것을 확인 했다. 소화기계 이상반응의 경우 무시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으며 환자 중 비혈액학적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사례는 없었다.

-4년이라는 사용력은 신약에 있어서 상당한 경험인 듯 하다. 실제 경험에 대한 얘기를 더 듣고 싶다.

2009년 12월부터 골수섬유증 환자에 자카비 치료를 처음 시작해 이제 4년 정도 됐다. 현재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 60여명을 진료하고 있는데, 이들은 중간위험도에서 고위험군의 환자들이며 대부분 자카비 치료 예후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상태가 좋아져 이식수술을 통해 완치 기회를 얻은 젊은 환자들이 3분의 1이나 된다. COMFORTⅡ와 JUMP 임상연구에 참여했고 COMFORTⅡ에는 내 환자 14명의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인상 깊었던 환자 사례 하나를 소개하자면 처음 자카비 치료시작 당시 환자의중증도가 3등급(fibrosis grade 3)이었던 환자가 있었다.

현재 더 이상 그 환자에게서 섬유화 된 골수조직과 비장비대증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를 통해 장기간의 자카비 치료가 질환의 원인인 골수섬유화를 개선시키고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환자는 다시 주어진 일상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 일반 사람들도 도전하기 어려운콜롬비아, 킬리만자로를 등반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고 최근에는히말라야 등반 계획을 할 정도로 활력이 넘친다. -자카비로 완치도 가능한가? 또, 복용을 중단해야 했던 사례는 없었나.

자카비의 골수섬유화 개선 및 생존기간 연장 효과는 확실히 입증됐다. 그러나 질환의 완치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중단 사례의 경우, 물론 있었다. 자카비 치료를 받다가 혈소판 감소증이 관리가 안돼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이 10% 정도 된다. 그외 2~3년간 치료를 잘 받다가 약제 내성이 나타나 중단한 환자도 있다. 이 경우 다시 전신증상과 비장비대증이 돌아온다.

임상연구의 진행사항을 봐도 현재까지 연구에 남아있는 환자가 65% 정도 된다. 나머지 1/3 정도의 환자는 이상반응, 내성 등의 이유로 치료를 중단했다. 100% 통하는 약은 없다.

그렇다면 골수섬유증으로 확진됐을때,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자카비를 쓰는 것이 맞다고 보는가.

중요한 질문이다. 비장비대증을 동반한 골수섬유증 환자에게 자카비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골수섬유증 환자에게 자카비 치료가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기존의 COMFORTⅠ, COMFORTⅡ 임상연구는 중간위험군2(Intermediate2) 및 고위험군 골수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고 현재는 두 건의 COMFORT 임상연구 결과에 근거해 중간 및 고위험군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

-다른 얘기를 해보자. 한국은 특성상, 급여등재 없이 약이 처방되기는 어렵다. 정부도 재정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자카비도 이 관문을 아직 넘지 못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독일에서는 허가와 동시에 보험급여가 적용, 환자들이 비용에 대한 걱정없이 자카비 치료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골수섬유증의 전신증상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환자가 있다면 자카비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통받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입장에서 보면 중증도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자카비가 환자들에게 행복했던 예전 생활, 귀중한 순간들을 되돌려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결과들은 평가지표로 측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제한이 걸리더라도 전신증상 및 비장비대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신속한 급여지원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골수섬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자카비 치료 가능여부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일 것이다.

-끝으로 자카비 처방 경험이 부족한 국내 전문의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비장비대증이나 전신증상이 있는 골수섬유증 환자에게는 신속하게 자카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임상현장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또 자카비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처음 3개월은 아주 면밀히 모니터링해 환자 개개인에 맞는 용량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젊은 환자의 경우 자카비 치료 경과가 특히 뛰어난데, 조기 진단과 치료로 전신증상과 비증비대증이 회복되면 완치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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