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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 흘러가는 대로 자연을 담다"

  • 이탁순
  • 2013-11-25 06:24:00
  • 수묵화 작가 김영구 씨(동아ST 노조부위원장)

하늘을 가린 높이 선 빌딩들, 빠르게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 네모난 상자 같은 답답한 공간에 오로지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도시. 이 도시를 벗어나야지 생각하지만, 여전히 난 그 곳에 있다.

하지만 어쩌랴. 생계가 달린 도시를 무작정 떠나갈 순 없다. 25년전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 김영구(#동아ST 달성공장 품질관리팀 대리·55) 작가도 그랬다.

대구공업대를 나온 김 작가는 당시 영등포에서 사업확장을 노리던 삼천리제약에 취직해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외롭고 기댈 곳 하나없는 타지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때 떠오른게 '붓'이었다. 경북 의성 시골에서 아버지는 '붓'으로 글씨를 쓰곤 했다.

김 작가가 붓을 들게된 또 다른 이유는 기력이 쇠한 노인 때도 할 수 있는 취미라는 생각에서였다. 수저를 들 힘이 있다면 붓도 문제없다는 계산이 섰다.

일반 사설 서예학원에 등록해 한문 해서체 등 붓글씨를 익히면서 자연스레 사군자 수묵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먹물이 한지에 번지는 느낌이, 또 묵향이 좋아 그림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묵화에서 잊혀졌던 고향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소나기>. 소나기 내리는 시골의 풍경을 사생하여 화선지에 수묵담채한 작품.
"가을날 늦은 오후 다소곳이 앉아 있는 시골의 작은 집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의 포근함을 느낌과 동시에 시간을 뒤로 돌려놓은 듯은 착각 속에 빠지곤 합니다. 그리고 깊은 산골의 조용한 마을이 수묵의 붓 움직임으로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푸근한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따스해지죠."

그렇게 시작한 취미가 이제는 삶의 일부분이 됐다. 삼천리제약에서 나와 1993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그는 20년이 넘는 제약업계 생활동안 '붓'과 친구처럼 지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홍익대학교 미술디자인교육원에서 사군자와 수묵화를 배우고 대구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채화, 동양화를 수료한 그는 보인(輔仁)이란 아호로 활동을 시작했다. 둘째 아들 담임선생의 추천으로 미술협회에도 가입했다.

2000년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한중일 노동자 미술전 산수화 부문 출품을 시작으로 수차례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0년 대한민국 문인화대전 산수화부문 특선, 2005년 대구회화대상전 동양화 부문 금상, 2011년 경북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입선 등 수상경력도 제법 된다. 현재 그는 사단법인 창녕미술협회 창녕지회 한국화분과 위원장, 사단법인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창녕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수묵화는 한국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고 있다. 실제 경치를 산수화 기법을 이용한 작업이 대부분이다. 본인이 그림에서 고향의 편안함을 찾았듯, 보는 사람들도 그림을 통해 자연의 경치를 만끽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그림 속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붓이 흘러가는 대로, 마치 편안한 수필을 쓰듯, 글을 읽으면 그림이 상상되듯,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보며 그림 속의 그 길을 따라 산책이라도 하고 싶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제 소망이죠."

<청송 가는길>. 현서지방에서 청송으로 가는 옛 고개마루의 가을경치를 스케치하여 화선지에 산수화 기법으로 수묵으로 표현하고 동양화 물감으로 채색한 작품.
동아ST 달성공장에서 포장자재 규격시험과 라벨 표시내용 점검 업무를 맡고 있는 김 작가는 어느덧 내후년 정년을 앞두고 있다. 일찍이 노동자 권익에도 관심을 가진 그는 동아ST 노동조합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내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된 것 같아요. 퇴직 후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치 좋은 풍광을 화첩에 남기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더 오래 살 수 있다면 사계절, 그리고 비 내리는 풍경, 눈 내리는 풍경을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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