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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제약, 금융비용 옥신각신…乙들의 딱한 토론

  • 최은택
  • 2013-12-04 06:24:54
  • "직불제면 될텐테"...갈 길 알면서 말 못하는 '을'

현재룡 실장은 제약사에게 금융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지만 정작 하고 싶은 속내는 드러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갑과 을' 간 논박이었다. 누가 봐도 그렇게 보였다. 끝은 달랐다. '을'과 '을'의 말 못할 하소연이었다.

지난 2일 건강보험공단이 주관한 '약가협상 및 제도 설명회'에서 건보공단 약가관리부 최남선 차장과 한 제약사 임원이 벌인 '토론 아닌 토론'의 속살이다.

최 차장은 이날 제약계 관계자들에게 '위험분담제도 약가협상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제약사는 위험분담계약 유형에 따라 청구액 중 일부를 환급하게 되는 데, 건보공단이 약값을 먼저 지급하고 환급은 나중에 이뤄지기 때문에 지급시점과 환급시점 간 시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최 차장은 국세기본법시행규칙에 따른 이자율을 준용해 이 시차에 대한 금융비용도 제약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P사 약가담당 임원이 이견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금융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위험분담 협상을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요양기관에 의약품을 공급하면 빨라야 두달, 심한 경우 2년이 지난 뒤에 약값을 받는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요양기관에 약값을 지불하고, 요양기관은 약제비를 받고도 대금지급을 늦게 한다.

실제 '기한의 이익'은 요양기관이 챙기는 데 비용은 제약사에게 부담하라니 말이 되는냐는 항변이었다.

이에 대해 최 차장은 "충분히 알고 있다. 이해도 한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건보공단 입장도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이 처음부터 환급액을 공제하고 약값을 지불하면 모르겠지만 전액을 지급하고 나중에 돌려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최종 수익자에게) 금융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복잡한 의약품 유통구조를 일일이 고려해 계산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P사 임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유통구조를 잘 알면서 계산이 어렵다고 시정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 아니냐. 형평성과 합리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항변했다.

분위기가 격해질 조짐을 보이자 현재룡 보험급여실장이 개입했다.

현 실장은 "의약품 대금지급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 것을 개선하기 위해 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안다"며, 역시 공감을 표했다.

현 실장은 다만 "이런 부분은 구조를 개혁해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지 잘못된 현실에 맞춰서 해야 할 바를 하지 않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P사 임원은 "잘못된 구조를 인지했다면 개선방안을 찾아달라. 위험분담 약제는 요양기관이 아닌 제약사에 곧바로 지급하면 해결되지 않겠나. 지금 상황에서 금융비용을 제약사가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현 실장은 "그런 의견이 있었다고 접수하겠다"는 말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P사 임원의 주장은 금융비용을 전가하려면 ' 직불제'를 도입하라는 게 핵심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건강보험공단도 올해 초 쇄신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약품비 절감을 위한 중장기 방안으로 약품비 직불제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 이런 주장은 현 시점에서 사실상 금기어다.

복지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불법 리베이트 척결과 유통 투명화 방안의 일환으로 직불제 도입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런 논의는 어느 순간 실종돼버렸다. 그리고 직불제 등을 꺼내놓은 건보공단에는 '함구령'을 내렸다.

복지부는 심지어 약가제도와 관련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건보공단에 보냈다는 소문도 한 때 나돌았다.

사실 공단이 복지부의 '을'로 전락했다는 평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P사 임원은 이날 '을'의 입장에서 용기있게 직불제 도입 필요성을 꺼내놓았고, 현 실장이나 최 차장도 속내는 맞장구 치고 싶었겠지만 실상은 이들도 말 못할 '을'의 처지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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