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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비 절감용 급여기준이 재정부담 늘렸다면

  • 최은택
  • 2014-02-10 06:14:59
  • 진해거담제 시장, 정부 정책 '풍선효과'로 왜곡?

시장은 정부가 기대하는 방향대로 움직이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경우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의약품 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약품비 절감을 위해 수 많은 정책개입을 시도해왔다.

이런 개입은 정부가 원하는대로 시장 변화를 유도하기도 했지만 풍선효과를 통해 역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내용액제 급여기준 일반원칙= 진해거담제 시장도 이중 하나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개별약제별로 흩어져 있는 급여기준을 통합조정하는 이른바 약효군별 급여기준 일반원칙을 2011년 10월 내용액제와 정장제부터 제정, 시행해왔다.

약효군별 급여 처방가이드라인 성격도 있지만 이를 통해 약품비 지출을 줄여보려는 의도가 컸다.

가령 처음 일반원칙을 적용받게 된 내용액제(시럽제, 현탁액 등)의 경우 원칙적으로 만 12세 미만 소아에게만 급여를 인정하기로 했다.

12세 이상은 고령, 치매, 연하곤란 등으로 정제나 캡슐제를 삼킬 수 없는 환자에게 예외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시럽제나 현탁액보다 정제·캡슐제의 보험약값이 더 싼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복지부 의도대로라면 시장은 2012년부터 정제와 캡슐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게 정상적이었다.

◆일반원칙 시행 뒤 시장변화=그런데 현실은 어땠을까? 데일리팜은 제약업계의 도움을 받아 유비스트 자료를 근거로 급여기준 적용 전후의 진해거담제 시장 변화를 들여다 봤다.

이 기준이 시행되기 직전년도인 2010년 기준 내용액제와 정제·캡슐제 시장구조(사용량)는 77 대 23 비중으로 내용액제 점유율이 월등히 높았다.

고시 시행이후 경구제와 캡슐제 등은 2011년 15억6525만개에서 2012년 16억5650만개로 사용량이 늘었다가 2013년에는 다시 15억6071만개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시럽제 등은 53억3490만ml에서 역시 60억918만ml로 증가했다가 59억3787만ml로 감소했다.

제형과 상관없이 비슷한 양상을 나타낸 것은 감기환자 증감 등 의료이용 일수 변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요한 것은 내용액제와 경구·캡슐제 시장구조의 변화 여부다. 2013년 기준 내용액제와 경구·캡슐제 시장점유율 구성비는 79 대 21로 오히려 시럽제 사용량이 더 증가했다.

건강보험공단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진해거담제 급여기준 일반원칙
◆풍선효과로 시장왜곡 가능성=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제약업계는 풍선효과를 원인으로 뽑았다. 현행 급여기준은 동일성분 내에서만 정제와 캡슐제 등을 우선 권고한다. 그러나 같은 성분에서 정제· 캡슐제가 없다면 12세 이상에도 내용액제를 급여로 투약할 수 있다.

결국 일반원칙 설정당시 같은 성분의 정제·캡슐제가 있는 시럽제와 현탁액제 등은 급여 사용이 제한되지만, 내용액제만 시판 중인 성분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 시장상황을 보면, 당시 진해거담제 시장은 연간 매출액만 400억원이 넘는 푸로스판시럽이라는 의약품이 주도하고 있었다. 이 의약품의 2010년 처방량은 7억779만ml.

그러나 급여기준이 시행된 2011년 첫해 4억7009만ml로 줄었고, 이후 2012년엔 1187만ml, 2013년엔 963만ml로 3년만에 99% 가량 사용량이 급감했다.

이 기간동안 판권계약이 종료돼 안국약품이 오리지널사에 판권을 돌려주고, 광동제약이 다시 판권을 가져오는 등 영업·마케팅상의 공백도 영향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 때 이 시장을 주름잡았던 '맹주'가 이후에도 고전을 면치 않는 것은 급여기준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같은 성분에 정제·캡슐제가 없는 시네츄라시럽은 2011년 발매 첫해에만 2억8743만ml가 처방됐고, 2012년 12억8571만ml, 2013년 13억4557만ml로 고공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액은 2012년 372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같은 해 4월 약가 일괄인하 여파로 지난해에는 294억원으로 축소됐지만 사용량 증가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움카민시럽도 마찬가지다. 이 시럽제는 2010년 1억186만ml, 2011년 2억6238만ml, 2012년 3억776만ml로 일반원칙 신설이후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후 2013년에는 해당업체의 마케팅 전략변화 등의 여파로 1억7640만ml 수준으로 줄었다.

문제는 진해거담제 시장이 정제·캡슐제가 없는 다른 시럽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는 게 아니라, 1일 투약비용 기준 상대적 고가 의약품 사용량이 늘었다는 데 있다.

실제 푸로스판시럽제 가격은 1일 투약비용이 420원이지만, 시네츄라시럽은 855원, 움카민시럽은 630원으로 훨씬 더 비싸다.

복지부는 정제나 캡슐제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싼 푸로스판시럽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급여기준을 만들었지만 시장은 값싼 정제나 캡슐제가 아닌 더 비싼 시럽제로 이동해 갔던 셈이다.

◆시장변화 평가와 개선 방안은=이에 대해 제약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정부정책이 시장변화를 유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별 업체의 영업력이나 내부 마케팅 전략, 신제품 출시 등에 의해 시장은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진해거담제 시장의 경우 급여기준 일반원칙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처방량 변화만으로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연령대별 사용량과 의료이용 추계 등을 매칭시켜 체계적으로 분석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정부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면 이번 참에 일반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모든 약제 시장의 풍선효과 발생여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진해거담제 사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제약사 약가담당 임원은 "풍선효과가 발생한 게 확실하다면 진해거담제 급여기준은 일반원칙에서 분리해 별도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 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제약사 임원은 "일반원칙 제정 취지를 고려했을 때 별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정제와 캡슐제 우선 권고기준을 성분단위가 아닌 약효군 단위로 확대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풍선효과 발생여부는 파악해 보지 못했다"면서 "만약 그런 징후가 역력하다면 개선책을 찾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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