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투 마이 해피니스, 태평양…다시 한번 안녕"
- 조광연
- 2014-02-11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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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 직원 150명, 다음 주 월요일 새 일터 한독으로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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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주)한독으로 새 출근하는 조태평 과장]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 주 월요일, 17일 말이다. 보나마나 일요일인 16일 오후가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하고, 저녁 9시엔 개그콘서트를 평소보다 더 공허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억지로 잠을 청하겠지만, 밤새 가위 눌려 식은 땀을 흘리고 신음소리를 내며 뒤척일 것이다.
어김없이 알람시계가 울리면 침대에서 스프링처럼 튕겨져 나와 현관문 빼꼼히 열어 조간신문을 들여놓고, 화장실로 가 200CC 안팎의 소변을 배설할 것이다. 하여 온몸의 긴장감이 풀리고 나면, 와삭 와삭 이를 닦으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의미없이 바라 보겠지. 그렇게 17일 아침의 일상도 시작될 것이다. 강남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2호선을 타게될 텐데, 그날 바깥 기온에 상관없이 가장 으스스한 날이 될게 틀림없다. "쫄지마, 산전수전 다 겪은 어엿한 직장인 10년차 잖아. 어디간들 별다른 게 있겠어? 지금까지 해온대로 열심히만 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매일 매일 스스로 위로하고 다짐해 보지만 솔직히 요즘 사는게 사는게 아니고, 내 마음 나도 모를 만큼 건성건성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직장생활 어디서 한들 어떠랴 하다가도 뜬금없이 "그룹은 왜 우리를 버렸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면 다시 심란해 진다.

되짚어 보니, 12월초 그룹인사가 났을 때 제약사업부문 인사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앞서 상장이 폐지된 것도 강력한 징후였는데. "아, 직장 생활 10년차가 이렇게 둔감하다니. 허긴 뭐, 알았다고 한들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어."
나와 동료들이 마치 우리의 꿈이 깨어진 듯 불안하고 심란하고 자존심이 상했는데, 언론들은 M&A효과가 어떻느니, 이렇게 저렇게 소설이나 써대고…. 작년 12월은 울화가 치밀어 동료들과 술마시고 노래부르고 어깨동무하며 괜찮다고 격려하고 보냈는데 난 안다. 너도 나처럼, 나도 너처럼 두렵고 불안하다는 걸.
가끔 안원준 대표님을 복도에서 만나지만 우린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의도적 회피다. 그분은 본사에 남아 의료 화장품을 책임지는데, 우리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드시나보다. "대표님 마음이나 나나 다르지 않을 거다. 그룹 앞에서 대표님도 어쩔 수 없었을테니까. 아직 하지 못한 말, 대표님 미안해 마세요"라고 꼭 전해드리고 싶다.
아참, 그러고 보니 13일 저녁 대표님과 만날 수 있을 것같다. 한독으로 옮겨가는 직원 150명이 회사 대강당에서 마지막 파티를 연다. 시무식을 하고, 매출증진을 결의했던 그 곳이다. 그 무거울 것 같은 공기가 미리부터 부담스럽다. 조금 슬프겠지만, 그런 내색을 하기 이제는 싫은데. 난, 10년차 직장인이니까.

대신 나와 동료들이 그토록 껴안고 살았던 케토톱 같은 명품을 새 직장에서 멋지게 키워낼 것이다. 한독으로 가지 않고 공장에 남아있는 동료들이 만들어 주는 명품들을 애지중지 키워내고 싶다. 그래서 나나, 동료 150명이 새 회사의 성장동력이 되고 싶다. 이게 나와 동료를 내친, 내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본사에 대한 소심한 복수가 될테니까.
16일 밤 개그콘서트도 가장 즐겁게 시청할 것이다. 심리적으로 물러서지 않겠다. 그리고 희망으로 잠들고, 새털처럼 가벼운 새 날을 맞을 것이다. 도전과 모험이 가득한 새 날을 맞을 것이다. "정말 까불고들 있어, 이제부터 한독인이라고. 그리고 나 10년차야." 나는, 13일 목요일 밤 마지막 파티에서 새출발을 위해 제안하고 싶다. 'Goodbye to my happiness, 태평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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