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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할 수 없다면 경영할 수 없다

  • 데일리팜
  • 2014-03-06 06:14:00
  • 조도현 대표이사(美 W 메디컬 전략그룹)

희망찬 사람은 /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 사람만이 희망이다

노동과 민주 등의 거대 담론이 시대정신의 근간을 이루던 엄혹하던 1984년, '노동의 새벽'이라는 시집으로 노동문학의 새 지평을 연 시인 박노해. 그가 사노맹 사건으로 투옥되어7년간 복역하면서 1997년 발간한 시집의 제목이 '사람만이 희망이다'였다. 감옥은 시인에게 엄정한 도량이어서 였을까. 외적인 세상의 변화를 목도하고 내면의 성찰을 거치며 그가 천착한 희망의 단어는 다시 '사람'이었다.

사실 사람이 희망이라는 외침은 우리에게 생경하지 않다. 부존자원이 적은 우리나라의 경우, 믿을 것은 사람밖에 없다는 자기확인이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반복적인 사무노동과 일상 업무는 컴퓨터와 기계가 대신하고, 지식이 경쟁의 핵심 요소로 부각된 이후, 지식을 창출, 관리, 활용하는 주체인 사람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고, 조직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는 ‘핵심 인력’의 확보가 경제와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우수한 인력들이 역사적인 변화와 성과를 창출해 내는 것은 어느 산업에서건 흔히 목격된다. 뉴욕타임즈가 '대담한 실용주의자'로라고 평가한 벤 버냉키 전 미국연방준비은행 의장. 8년 재임기간 동안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서 미국을 구해낸 것으로 평가되는 그의 뒤에는 사이먼 포터나 브라이언 색 등 시장에 대한 이해와 친화력, 그리고 엄청난 이론적 지식을 가진 핵심 인력이 포진해 있었다. 스스로도 세계적인 경제학자였던 버냉키의 내공이 포터나 색 등이 가진 분석력과 추진력, 열정과 시너지를 내며 반복적인 성공의 궤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에너지 산업을 봐도 다르지 않다.

세계 에너지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는 셰일(Shale)가스. 셰일가스·오일이 발견된 지는 200년이 넘었지만 채굴 기술이 상용화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페트롤리엄 공학을 전공한 미국인 조지 미첼과 그의 사단이 고압의 물과 모래 등으로 지하 암석층을 부수는 '수압 파쇄 방식'을 '수평적 시추기술'과 결합해 내면서 지표면에서2~4㎞ 아래에 넓게 퍼져 있는 셰일을 얻을 수 있었다. 댄 스튜어드, 닉 스타인버거 등으로 구성된 미첼 팀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변혁가들로 평가된다.

사람이 희망인 것은 분명한데, 희망적인 사람을 얻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기업들로부터 좋은 사람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기 때문이다. 직업을 구하는 사람은 많은데 기업은 정작 원하는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다. 인력수급의 양적, 질적 불일치가 야기하는 왜곡 '구직난 속에 구인난' 현상이다. 우수 인력 유치의 어려움은 '글로벌 인재 영입'이라는 과제가 더해지면 급속도로 커진다. 글로벌 시대의 도래를 경험하면서 우수한 글로벌 인재의 확보가 국가 및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인식은 매우 큰데,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확보했다고 흡족해 하는 기업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필자는 그 원인이 네 가지 정도에서 찾아질 수 있다고 본다. 첫째는 글로벌 인재에 대한 개념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우선 글로벌 인재의 개념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글로벌 인재는 어떤 사람들일까? 영어나 진출 희망국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인가? 그 나라에서 해당 분야를 공부했거나 해당 업무를 수행해 본 경험이 많은 사람일까? 그 모두가 될 수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합의되어야 할 부분은 해당 기업의 인재상과의 합치 여부다. 다른 인력을 채용하는 것과 달리 글로벌 인재의 영입 기준에는 회사의 인재철학이 반영되어 오지 못했다는 혐의가 짙다. 글로벌 인재를 뽑는 데는 통섭적 가치를 지향해 본 바가 없다. 문서로만 증명되는 경력과 경험이 과도하게 부각된다.

그러다 보니 동료간 상호작용(Collegial Interaction)에서 이탈되는 경우가 생기고, 통합적 지식을 통한 문제해결 즉 경험의 상호작용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분할된 개별적 가치에만 관심을 두었기에 결과적으로 총체적 지식에서 멀어지는 우를 범해왔다. 전세계 60개 국가 250개 회사에 12만 8천명의 직원을 둔 존슨앤존슨의 기업철학(Credo)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희망을 전파하는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착한 사람을 찾아야 착한 사람이 보이고, 예쁜 사람을 찾아야 예쁜 게 보인다. 기업의 규모, 지리적 한계, 보상의 수준 등 좋은 글로벌 인재 영입을 제약하는 요인은 많다. 그러나, 우선 영입 필요 영역의 규정에 앞서 해당 기업 인재상의 관점에서 융화시킬 수 있는 인재를 찾는 의식적 기획이 필요하다.

우수한 글로벌 인재 영입이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우리에게 우수한 인력을 알아볼 수 있는 섬세한 감식안(鑑識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약기업에서 해외 기술이전 업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대상 기술의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살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그 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자신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람을 평가하는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로 필요한 좋은 사람을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글로벌 인재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인지심리학에는 '사후 합리화의 편견'이라고 부르는 오류가 있다. 이것은 어떤 일이 벌어지건 과거를 돌아보아 그 특정한 사건들에 대해 모든 상황에 맞게 인과적 설명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사람은 편견 때문에 선입견을 가장 잘 만족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그것이 사실(fact)이라고 믿어버린다. 글로벌 인재에 대한 평가도 이런 편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글로벌 인재 활용의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실패 원인을 합리화하고 그 편견을 기준으로 새로운 후보들을 바라본다.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없다면 한 사람의 인재가 다른 인재들을 불러 모으는 ‘인재확보의 선순환 유도’ 역시 유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담당해야 할 변화의 몫은 분명 있을 것이다.

글로벌 인재 영입에 성공하지 못하는 세번째 이유는 그들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으로부터 필요한 것을 배우고 흡수하는 것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여 그들을 통해 단기적인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지만 그들이 가진 글로벌 역량을 통해 배우는 일에는 소홀하다. 글로벌 인재를 영입했다면 그들이 필요한 이유가 있었을 테고, 그 영역들에 대해서는 글로벌 인재들의 시각을 조직의 주요 업무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기본적인 업무를 재검토하는 것이 옳다.

즉 기업별로 글로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업무의 어떤 부분이 보편적인 것이고, 어떤 것이 특별한 글로벌 자질에 기인한 것인가 정의해야 한다. 글로벌 인재가 영입되었다고 해서 바로 조직의 글로벌 역량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글로벌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고 이들의 경험을 어떻게 살려나갈지에 대한 능동적인 작업을 해야한다. 글로벌 인재의 다양한 의견과 통찰력을 존중하고, 그들의 영입이 조직을 위한 학습 기회이자 도전임을 인정해야 한다.

성공적인 글로벌 인재 영입이 어려운 네번째 이유는 협력과 상생의 기업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피터 드러커 같은 위대한 선각자도 '측정할 수 없다면 경영할 수 없다'고 했다. 회사를 운영하는데 측정 혹은 평가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기업문화는 협력과 상생을 저해하는 형태의 평가방식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조직 내의 사람들은 상호의존적이므로 조직의 성과는 집단행동 및 성과의 결과물이다. 만일 개인의 공헌도를 아주 쉽게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단지 개별적으로만 업무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은 불필요해진다. 성과급 재원이 고정되어 상대 평가를 하는 곳은 문제가 더 크다.

조직 내 동료의 성과가 나쁠수록 상대적으로 내 성과가 좋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의 방식을 공유하거나 다른 부서의 직원들로부터 학습하려는 사람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집단의 경험을 직무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근원으로 변화시켜 내는데 실패하는 것이다. 글로벌 인재가 설 자리는 회사 내외의 네트워크를 통해서다. 확장되고 활성화된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그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나만의 정보가 힘'이라는 문화에서 '정보의 공유가 힘'이라는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산업의 발전사에는 자정 작용이 있다고 한다. 산업은 마치 자연적인 진화와 같은 방식으로 좋은 것을 살리고 오류를 솎아낸다. 그러나,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 기존의 패러다임 전체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유용한 것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특징과 해석을 덧붙인다. 산업의 자정작용과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항상 생물의 상동기관처럼 기본구조로 존재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일어나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필자가 평소 존경하던 두 명의 과학자가 한국에 들어갔다.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 제약기업들에게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 명은 미국에서 한인 제약인 단체를 통해 본국 기업들과 왕성한 네트워크와 지적 교류를 해오던 분이고, 다른 한 명은 미국에 위치한 한국계 제약기업에서 사업개발을 담당하던 분이다. 이들은 개인적인 역량과 경험도 뛰어나지만 열정과 네트워크가 남다르다. 이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산은 올라갈수록 더 새롭고 넓은 전망에 도달하며, 출발점에서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연관성과 드넓은 배경이 보인다고 한다. 이들이 높은 식견과 넓은 통찰력으로 한국 제약산업에서 글로벌 인재의 성공사례를 써주길 마음 다해 응원한다.

음식 장사에서 입지가 음식맛 보다 중요한 경우가 있는 것처럼, 비즈니스에서 네트워크가 콘텐트를 압도하는 경우를 본다. 사랑과 기쁨만 나누면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감염성 질병도 전파열이 있다. 실패의 열패감도, 성공의 경험도 모두 나름의 전도열을 갖는다.

그러나, 전파는 네트워크의 크기만큼 된다. 글로벌 시대, 우리 기업들이 성공의 경험을 가지고, 우호적 네트워크를 확산하는데 큰 역할을 할 많은 글로벌 인재들과 다양하게 협력하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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