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잠잠하던 원격진료 '재 이슈화'
- 최은택·김정주
- 2014-03-11 06:15:00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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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여당 강경 태도에 시민사회단체 새전선...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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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불편은 있었지만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없었다.' 10일 의사협회가 주도한 하루파업을 바라보는 주류 언론의 시선이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 대응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이런 '스탠스'는 정부·여당과 맥락을 같이 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날 의료파업을 '비정상적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의료파업을 엄호했다.
◆상이한 휴진율 집계=복지부는 이날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중 20.9%가 집단휴진에 참여했다고 발표하면서 '불법 진료거부 기관'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의사협회가 회원들의 동조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의사협회 자체 집계는 49.1%로 훨씬 더 높다. 의사협회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30%대였다는 후문이다. 회원 중 30~40%가 파업에 동참하면 성공이라고 보고 있었는 데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자평하고 있다.
게다가 전공의 42%가 동조해 하루파업의 의미를 더욱 배가시켰다고 평가했다. 복지부 집계는 31%로 이 보다 적다.
이런 상이한 휴진율 집계와 평가는 각기 다른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복지부는 오는 24일 2차 파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휴진참여 기관을 대상으로 곧바로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미다.
거꾸로 의사협회는 이날 하루파업을 통해 확인된 동력과 자신감을 기반으로 정부와 대등하게 협상하거나 2차 파업을 준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약 복지부가 1차 파업 동조자에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할 경우 파업투쟁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강경일변도 대응=정부는 종일 의료파업에 대한 동조여론을 차단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파업을 '비정상적 집단적 이익추구, 명분없는 반대,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으로 규정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자신들의 배타적인 지위를 활용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전형적인 지대추구행위이자 비정상의 대표적 사례"라고 낙인 찍었다. 2주 후 전면 집단휴진을 막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일체 타협을 기대할 수 없는 강경일변도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새누리당도 "의협은 원격진료 도입과 자법인 설립 등을 잘못된 의료제도로 규정하고 집단휴진이라는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국민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파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은 "이번 집단휴진은 의료법 정신이나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반한다. 더욱이 의료인의 길을 배우는 전공의까지 진료거부 회오리에 끌어들이는 것은 더 올바르지 않다"고 의사협회 집행부를 비판했다.
◆원격의료 이슈화와 지지여론=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의료파업을 지지하고 엄호했다.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간호협회, 보건의료노조 등 의약계 5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대화를 내팽개친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책이 의사들을 극단적 투쟁으로 내몰았다"며 "정부가 이런 태도를 유지한다면 우리도 중대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동조파업을 시사한 것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준)도 의사파업은 정부의 의료민영화 강행이 낳은 결과라며 의사협회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의사협회까지 파업에 나서도록 만든 의료민영화와 원격의료 추진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파업을 엄호했다.
이런 성명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참여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으로 이어지면서 종일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도 집단휴진에 대해서는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책이 의료계의 강경대응을 불렀다"며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
통합진보당도 "집단휴진은 의료민영화를 강행한 정부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비상식적 행동, 즉 원격진료, 의료영리화 정책, 의사들과 관련된 국민건강과 직결된 부분을 전문가단체와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속 추진한다면 의사들의 반반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가 대화하자고 하면 응할 것이다. 하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정대로 24일부터 엿새 동안 2차 파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그러나 "병마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환자들을 인질삼아 정부를 협박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아무리 명분이 타당하다고 해도 지지받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 필수진료인력이 있더라도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하면 환자 생명은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결국 의사파업으로 생명을 잃거나 질병이 악화된 환자만 억울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의사파업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해 의사파업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를 수집하기로 했다. 열악한 환자단체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래 싸움에 병마에 지친 환자들의 새우등만 터진다. 의사협회와 정부에게 회초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노 회장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집단휴진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한다. 환자들이 겪을 고통을 우리가 말로써 죄송하다고 하지만…진짜 가슴이 아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노 회장의 이런 발언은 의사와 의료기관에 생명을 의지하고 있는 환자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료파업'이라는 칼을 빼듯 의사협회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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