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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FDA, 그리고 제약회사

  • 어윤호
  • 2014-03-18 06:14:55
  • 요약
  • 허가 당국과 기업의 민관유착...영화를 둘러싼 논란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시절의 에이즈(HIV) 환자를 다룬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메튜 멕커너히의 20kg 감량 투혼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 받아 아카데미 주연상과 조연상을 수상했으며 각본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수작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1985년 미국 텍사스 달라스. 도박, 마약, 섹스 등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던 30대 후반의 전기기술자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는 어느날 합선 사고로 실려간 병원에서 에이즈 판정과 함께 의사 이브 삭스(제니퍼 가너)로부터 30일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영화는 에이즈 환자는 곧 동성연애자로 치부되던 시절, HIV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남자의 삶에 대한 애착과 자기성찰 과정을 담았다.

그런데 의료계, 제약회사, 식약처 등 규제당국의 의약품 유관 업무 종사자들에게 달라스 바이어스클럽은 좀 더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영화 전반을 이끌어가는 매게체가 '에이즈치료제'이고 이를 둘러싼 환자, 의사, 제약사, FDA의 이해관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영화가 그리는 의사, 제약사, FDA

민감한 소재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료법을 찾으려는 환자와 인증 받은 치료법을 고수하는 정부, 의사의 충돌을 전면에 내세운다.

FDA가 해당 적응증에 허가한 약이 없는 상황에서 살 방법을 모색하던 론은 임상을 진행중인 '지도부딘(AZT)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간호사를 매수해 임상용 약을 빼돌려 복용하지만 오히려 증세가 악화돼 죽을고비를 넘긴다.

그리고 불법 루트로 복용한, 당시에는 미국 FDA에서 허가되지 않았던 잘시타빈(ddC)과 펩타이드T에 효과를 보고 증세가 눈에 띄게 호전된다.

이후 론은 영화 제목인 '달라스 바이어스'라는 이름의 클럽을 만들어 해당 의약품들을 밀수해 환자들에게 판매하고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생명을 연장한다.

AZT를 만든 제약사와 그 뒤를 봐주는 FDA는 론의 진정한(?) 치료제 공급을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방해한다. 여기에 의사는 AZT가 효능은 없고 부작용만 심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유일한 허가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투약하고 있다.

영화는 이처럼 정부와 기업의 민관유착과 현대의학에 대해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처음에 임상 참여를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위약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설명에 론이 분개하는 장면은 이중맹검의 딜레마를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내 한 환자단체 대표는 "통상은 아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부분들이다. 제약사도 정부도 환자의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인 만큼 환자 입장에서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팩트와 오해…에이즈치료제 AZT

문제는 방식과 사실관계다. 이 영화의 사건 진행 방식과 실제 AZT의 역사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론은 AZT를 구한 후 시도 때도 없이 약을 복용할 뿐 아니라 술과 마약도 계속 손을 대다가 증세가 나빠졌다. 용법용량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권장 생활패턴 역시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또 론은 밀수한 ddC 등 의약품을 이명, 두통 등 증상이 발생할때 아무렇지도 않게 주사 바늘을 몸에 꽂아 넣는다. 비판의 대상을 비합리적인 선동이 가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한 다국적제약사의 메디컬디렉터는 "대체의학에 대한 맹신은 위험할 수 있다. 물론 여건이 열악했던 과거의 이야기고 영화이긴 하지만 의학에 대한 오해가 발생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효능없는 독약으로 치부된 AZT는 더 억울하다. 이 약은 사실 에이즈 환자 수백만명의 생명을 연장시킨 약이다.

영화에는 다른 이름으로 나오지만 AZT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GSK(당시 글락소 웰컴)가 개발한 약이다.

본래 항암제로 개발하다 실패한 물질이기 때문에 독성이 강했고 당시 특허권 남용,비싼 약가, 실제 적응증 개발 주체 등에 대한 지탄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효능이 없는 약은 아니다.

되레 로슈의 약물인 ddC가 FDA 승인 이후 끊임없는 효능·부작용 이슈에 휘말렸었다.

다만 AZT의 용량적 문제는 있다. 처음에 고용량으로 허가됐었고 나중에야 저용량 요법으로 사용이 제한됐다.

국매 유명 대학병원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영화의 배경인 80년대 중반은 에이즈를 발견(1981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때문에 늦은 진단으로 이미 바이러스의 활성화 정도가 심해 면역이 떨어진 환자가 많았을 것이고 약물의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이즈는 현재 예전만큼 악명을 떨치는 질환이 아니다. 에이즈의 치료는 세계 가이드라인에서 1차치료로 권장하고 있는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HAART), 이른바 칵테일 요법이 적용되면서 안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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