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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제약회사, 그 어느 곳보다 더 공개성의 원칙 필요

  • 데일리팜
  • 2014-04-24 06:14:00
  • 리병도 약사(전 건약 회장)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 즉 여론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으로 '공개성(모든 정보의 공유)'이 필수적이다.

인류는 근대 이후 그런 방향으로 더욱 공개적인 사회로 한발 한발 나아갔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그렇지 않은 - 오히려 역행하는 - 분야도 있다.

공개를 거부하며 이를 (기업의)사유재산이라고 재산권이라고 주장한다. 한 편으로는 '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실험데이터 조차 '자료독점권'이라 우기며 공개를 거부하고 이를 보호해달라며 기업들은 이를 지키려고 WTO나 FTA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킨다.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단순히 타인에게 돈만 빼간다면 '자본주의 세상이니 그려러니' 하겠지만, 문제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이익 추구가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범죄'로 밖에 볼 수 없다.

의약 분야의 여러 비판서들 예로 '질병판매학'이나 '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은 대부분 효능을 부풀리는 임상시험 조작이나 과대과장 마케팅, 그리고 의료계와 제약업계 간의 검은 뒷거래나 유착관계 같은 문제들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출판을 통해 제약기업들이 자료자체를 속이고 자료를 은폐하는 문제를 폭로하고 있다.

2012년 '파이낸셜 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벤 골드에이커(Ben Goldacre)가 쓴 '불량 제약회사(Bad Pharma)'가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판되었다. 제약회사가 의사를 속인다? 제약회사와 의사는 서로에게 솔직할까? 약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할까? 같은 질문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결론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제약회사가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인을 어떤 식으로 기만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어떤 해를 입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의사는 환자에게 기존 약이 잘 듣지 않으면 더 좋은 새로운 약을 찾는다. 보통 광고나 약품 설명서,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동료 의사의 말, 학회 자료 등을 참고해서 새로운 약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게 했는데도 환자가 전혀 나아지지 않고 부작용만 나타난다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저 환자가 특이체질이기 때문일까?

그러나 원인은 의사가 온갖 경로를 통해 접한 자료가 제약회사에서 내놓은 편향된 자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약회사가 '공개하지 않은 자료' 중에는 새로운 약이 기존 약보다 효과가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 임상시험이나 심지어 심각한 부작용에 관한 보고들이다.

그러니 의약사들이나 환자가 약의 진짜 효능이나 부작용에 관해 전혀 알 수가 없다. 제약회사는 자기네 약에 유리한 결과만 발표하고 불리한 결과는 은폐한 채 공중에 ‘공개’하지 않는다. 규제 당국에도 보고하지 않는다. 설령 제약회사가 그런 자료를 규제 당국에 제출한다 하더라도 규제 당국 역시 의사나 환자에게는 그것을 공개하지 않는다. 기초에 기초인 ‘공개성’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R&D 보다 마케팅에 열중

연매출이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제약업계에서 연구개발보다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이 지출되고 있다. 신약 임상시험 결과는 조작되기 일쑤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신약에 맞는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규제 당국은 그들을 거의 규제하지 못한다. 제약회사의 연구 자료가 모두 '공개'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환자를 위한 최상의 처방을 내릴 수 있지만 의약사들은 그런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권위 있어 보이는 학술지들은 사실상 제약회사의 '광고지'나 다름없다.

저명한 학자들의 이름이 붙은 의약학 논문들은 대개 제약회사에서 대필로 작성한 것들이다. 의대 졸업 후 약 40년간 임상 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제약회사로부터 '무료' 의학 교육을 받고 그 제약회사의 약을 환자에게 처방해 준다. 명백한 사기이자 부정행위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이 모든 것이 완전히 '합법'이거나 완전히 허용되고 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두들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아무도 나서서 해결하지 않고 있다.

때마침 외신을 타고 타미플루의 의심스런 효과와 데이터 비공개 문제에 대한 언론보도들이 잇따랐다. 연구그룹 코크란 연합(Cochrane collaboration)이 공개한 오셀타미비르와 자나미비르 임상시험에 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타미플루를 복용한 성인은 위약군과 비교해 독감증상 완화기간을 7일에서 6.3일로 반나절 가량 단축시키는 데 그쳤고, 소아 환자의 경우 완화 효과 자체가 불확실했다.

더구나 연구팀은 "제약회사에서 타미플루의 유효성 및 이상반응에 대한 모든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 보고서가 숨겨진 데이터와의 거대한 투쟁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가 파라세타몰(타이레놀)과 다를 바 없는 진통해열제를 비축하는 데 수백만 파운드를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제조사인 로슈는 타미플루의 임상연구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의약 연구자들의 요구를 계속 묵살하고 있다. 당시 연구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타미플루 임상시험은 일반적인 독감 환자들에게 실시되지 않고 타미플루의 효능이 부풀려질 만한 특정한 독감 환자들에게 실시됐으며, 국가별 보건 당국에서 발표한 효능이 제각각이었고, 심각한 신경정신과적 유해반응(부작용)도 500건 넘게 보고됐다고 한다.

계속되는 로슈의 '공개'거부

로슈는 임상연구보고서 전체를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타미플루의 약효와 부작용에 관한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인 2014년 3월에 '4년 전 독감 유행 시기'를 중심으로 한 타미플루 처방의 효능 분석 결과가 노팅엄 대학교 주도로 발표되기는 했지만 의혹이 가라앉기는커녕 증폭되고 있다.

애초에 로슈는 타미플루가 사망을 포함한 합병증 발생률을 67퍼센트까지 줄여준다고 했지만 노팅엄 시험은 '입원' 환자들의 사망률을 19퍼센트 가량 줄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면서도 효능을 확신했다. 특히 '아이들'의 사망률을 줄이는 데는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면서도 이상하게 아이들에 대한 처방을 섣불리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팅엄 대학교에서'랜싯' 온라인에 발표한 이 연구는 하필이면 타미플루 제조사인 '로슈'의 전적인 후원을 받아 진행됐고 로슈와 이해관계가 있는 학자들이 대거 논문에 이름을 올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렇다 보니 타미플루가 감기를 비롯한 독감 유사 질환들에 엄청나게 과잉 처방되고 있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아이들에 대한 투여도 이전과 똑같이 계속되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다국적 거대 제약회사 로슈의 '자료 공개 거부'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의 하나로 코크란연합, '영국의학저널', 근거중심의학센터 등은 지금까지 모든 임상시험에서 나온 결과를 공개하도록 촉구하는 캠페인 AllTrials를 주창해 온라인 임상시험 등록소 www.alltrials.net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5만여 명의 개인, 120여 개 환자 단체, GSK를 비롯한 주요 제약회사, 의학지, 의학 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2014년 1월에는 영국 하원 공공회계위원회가 저자를 비롯한 의료 전문가들을 불러 독감 약 타미플루 비축과 제조사 로슈의 연구 자료 은폐에 대해 듣고 나서, 현재 처방되고 있는 모든 치료제에 관한 모든 임상시험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보건부에 권고하기에 이른다.

비공개가 불러온 비극

인류의 생명과 건강이 기업의 이익보다 우선이라는 명제에 동의한다면 이제 우리가 요구할 것은 최소한 생명을 다루는 기업들의 이런 문제에 관련된 모든 자료는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막아낼 수 있다. 그런 예를 보자.

바이엘의 항 콜레스테롤 약물인 Baycol(세리바스타틴, 리포바이)은 치명적인 근육부작용을 일으켜 미국에서만 31명이 죽었고, 세계적으로 52명이 죽고 1,100명 정도가 손상을 입었다. 독일의 보건부 장관은 2001년 8월 25일 바이엘이 바이콜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베를린정부에 거의 2달 동안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바이엘을 고발하였다.

화이자의 전직 직원들은 인공심장밸브를 만들던 화이자의 자회사인 실리사의 제작자와 감독들이 밸브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증언은 FDA가 GMP제조과정에서 심각한 위반 상황 하에서 밸브가 제작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1979년부터 1986년까지 판매된 밸브 중 최소한 501개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그때서야 실리는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생산을 중단했다. 적어도 250명의 사람이 이 고장으로 인해 사망했다.

우리는 위의 사례와 같이 의약품들이나 의료기기의 문제점을 기업들이 '공개'하지 않고 공중들을 속여 이로 인해 발생한 사망 사건들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자료들은 아직도 기업들이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이 '공개성'의 원칙이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약기업에는 특히 더 요구되어야 할 시점이다.

*참고자료 - 영국기업감시, 제약회사, 화이자/바이엘 편, - 공존, '불량제약회사'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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