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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독성 데이터에 힌트가…"

  • 조광연
  • 2014-05-16 06:14:59
  • 독성전문가 박귀례 전 식약처 제품화지원센터장

사람들은 그를 '독성 1세대'라고 하고, 독성 시험 평가분야 스페셜리스트라고도 한다. 그도 그럴게 1989년부터 2009년까지 20여년 정부 기관에서 '독성'에 천착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식약처에 근무했던 박귀례 박사(62). '효능과 독성'이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의약품 후보물질 가운데 그는 오랫동안 독성을 '전담 마크한 게이트 키퍼(gate keeper)'였다.

그는 누구보다 국내 제약산업에 애정이 깊다. 제약회사들이 허가를 위해 낸 동물실험(전임상) 독성 데이터를 수도없이 검토한데다, 3년 이상 식약처에서 제품화 지원센터장을 맡았던 경험 때문이다.

의약품 개발 단계의 독성 평가전문가로서 그는 전임상 시험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신약개발을 하는 제약회사들이 임상시험 만큼 동물 독성실험에 관심이 덜해요. 제 입장서 보자면, 독성 데이터는 많은 말을 하거든요. 개발 방향을 잡거나, 임상시험 모델을 결정하는데 이 데이터는 정말 소중하단 말이죠. 임상시험 결과와 연동해 볼점도 많고요."

하여, 그는 "기회가 닿는다면 재능기부 차원에서라도 자신의 전문성을 신약개발을 위해 애쓰는 제약회사에 기부하려 한다"고 말했다.

"봉사하면서 사회복지사에 관심이 생겼다"는 그는 공직 은퇴를 앞두고 2년동안 학사편입해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냈다. "느즈막히 공부하려니 참 힘들었다"면서도 '스스로 해냄'을 대견해했다.

산과 들을 여유롭게 산책하고 하이킹 하기를 즐긴다는 그는 언젠가 산티아고 800km를 꼭 걷고 싶다고 했다. 작년 가을 북한산에서 삐끗했다는 발목을 어루만지면서 말이다.

성균관 약대 출신으로 독성분야 전문가로 살아온 그가 앞으로 전문성을 기여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새로운 출발에 대비해 따놓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쓰는게 나을까? 그의 선택이겠지만, 제약산업계의 필요성도 영향을 줄 것이다.

박귀례 박사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전임상시험(비임상시험)은 실마리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전임상시험의 독성시험 결과를 정확하게 읽고 예측하는 것이 더 나은 임상시험 결과를 도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작년 식약처를 은퇴한 박 박사는 자신의 전문성이 제약산업 발전에 보탬이 된다면 기꺼이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독성 평가 20년 하셨어요. 한 분야를 오랫동안 하신분의 깨달음, 있으세요?

"과유불급(過猶不及). 뭐든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고, 결국 독이 되더라는 겁니다. 삶이 그렇더군요."

▶독성과 인연 어떻게 맺으셨어요?

"대학다니던 1970년대 우리 경제는 고도, 급성장을 하고 있었죠. 산업화학 물질이 쏟아지고, 소비되고, 배출됐죠. 성장에 가려 화학물질의 독성은 보이지 않았고, 유용성만 바라볼 때였죠. 일본의 산업폐기물을 폐기물 처리 업자가 들여와 사업하던 어이없던 시절 말예요. 절연체로 사용하는 PCB가 대표적이죠. 독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눈 뜨게 됐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요. "1988년 약학박사를 받고 이듬해 국립보건원 에이즈과에 특채됐어요. 거기서 면역독성을 담당하다가, 1990년 국립보건안전연구원 생식독성 하던 분과 맞트레이드됐어요. 프로야구 선수처럼 말이죠. 그 이후로 독성 업무가 내일이 됐어요."

▶근데, 독성실험 왜 하죠?

"독성실험은 어떤 물질을 사람에게 직접 투여할 수 없기 때문에 먼저 실험 동물에게 투여해 독성의 정도와 표적장기에서 어떤 독성증상이 나타나는 지 알아보는 겁니다."

▶알아봐서 뭘 어쩌려구요.

"이때 얻은 결과가 사람에게 어느정도 독성을 나타낼 것인지 추정해 외삽하게 됩니다."

▶외삽이 무슨 뜻이죠?

"동물실험에서 관측된 결과를 토대로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 한계값 이상의 값을 추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외삽은 어렵습니다. 예컨대 신경만 해도 동물과 사람의 성장속도가 다르니까요."

▶실험동물과 보내는 독성실험 좀 잔인해요.

"동물실험 결과는 재현성을 보이면서 용량 의존적으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특히 어떤 목적으로 동물 실험을 할 것인가, 어떤 동물을 선택하느냐, 투여용량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 투여경로를 어디로 선택할 것이냐, 어떤 규모로 할것인가, 통계적인 유의성과 생물학적인 유의성과 차이 등 실험설계 및 결과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흥미롭죠."

▶입사 초기 실험동물에게 약물을 먹이고, 배를 가르는 일 적응 되던가요. 옛 기자 선배들의 무용담을 들으면, 토끼실험 끝나면 연구진들과 탕을 끓여 소주한잔했다고 하는데요.

"물론 어려웠죠. 그 눈빛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죠. 너희들이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거다, 이렇게 마음에 스크린을 치고 하면서 어렵사리 적응해 나갔어요. 제 때만 해도 실험동물에 대한 관리는 굉장히 철저했어요." ▶공직 은퇴로 전문성이 사장되는 건 사회적 손실이라고 봅니다. 제약산업을 위해 재능을 쓰실 생각 없으세요?

"제 경험이 소중히 쓰일 곳이 있다면 행복한 일이죠. 독성시험 결과를 정확하게 읽어 신약개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저도 갖고 있어요. 어디서 어떻게 시작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일단 연락주시면 응하겠다는 마음은 있습니다."

▶독성시험 결과를 읽는다는게 무슨 의미인가요. 소리내어 읽는 건 아닐테고요.

"독성실험 결과가 나와 그 자체로 끝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다른 실험(예 임상시험) 결과와 연계해 그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수치들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분석해야 실험의 가치는 극대화되죠. 다시 말씀드리면 독성실험 결과를 충분히 파악해야 임상시험에서 생긴 문제도 풀수 있다는 거죠. 그래야 물질에 의한 독성인지, 약리작용에 의한 것인지 가능한 것이죠. 신약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이에요. 독성실험과 임상시험은 상호 연관관계에요."

▶신약개발하는 제약회사들이라면 다 그렇게 할텐데요.

"경험이 축적된 회사일수록 독성데이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건 맞아요. 그런데 그렇지 못한 회사는 임상시험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통과절차로 여기는 경향도 일반적이에요. 빨리빨리 끝내는데 목표가 있다고나 할까?"

▶독성시험 데이터 리딩과 평가가 신약개발에서 어떤 위치 일까요.

"너무 중요한 출발점이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임상시험만이 다가 아니에요. 독성실험은 중요하고 중요합니다. 동물실험이 중요한 건 실험 재현이 가능하고 용량 의존적이며 그 결과로 부터 많은 자료를 유추 해석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실험동물을 선택 할 때 동일종의 동물을 사용한 실험결과가 얼마나 많이 축적되어 있느냐 하는 것도 선택의 주요 사유가 됩니다. 사람과 가장 유사한 대사체계를 가지고 있는 동물을 찾아내는 것도 매우 중요한 동물선택의 기준입니다. 이렇게 선택된 동물을 이용한 독성시험 결과는 사람에게 외삽하는 것도 더 용이하고, 그 결과로 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어 임상에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데이터 리딩은 그 실험 결과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고, 평가는 그 실험 결과로부터 유추 해석할 수 있는 부분까지 넓혀가는 작업이죠. 신약개발에서 독성평가는 각각의 동물시험결과로부터 임상시험 결과와 연계한 해석까지라 할 수 있어요."

▶꺼진 불도 다시보자는 움직임, 다시말해 드럭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 이야기 인데요, 미국에선 2012년 NCATS이 출범했어요. 드럭 리포지셔닝에서 독성 데이터의 역할을 찾을 수 있나요?

"미국 FDA는 NCATS를 출범하면서 드럭리포지셔닝에 예산지원도 약속했죠. 대상약물은 그동안 신약개발 임상시험 중에 원하는 효능을 확인하지 못하였거나, 부작용에 의한 것이든지 개발이 중단된 것들이고요. 이들 약물의 장점은 동물실험을 통한 독성자료가 있고 사람에게 투여한 1상과 2상의 임상자료를 가지고 있어, 새롭게 작용 메카니즘을 다시 들여다 보아 새로운 효능군을 찾거나, 알려진 독성을 피해 갈 수 있다면 신약개발이 매우 스피드하게 진행이 가능할 수 있다는 논리에 기반한 겁니다. 당연히 중요하고 너무 중요하죠."

▶다국적 제약사들은 NCATS을 어떻게 볼까요?

"환영하는 분위기죠. 아다시피 돈을 쏟아부어도 신약이 잘 안나오지 않는 시대잖아요. 신약개발이 어려워 진 거죠. 그러니 이미 독성과 임상 등 많은 자료가 있고, 새 적응증을 발굴하고…. 부작용으로 간주돼 묻어뒀던 물건을 꺼내 새 약효를 찾고 새 효능으로 개발할수 있다면 시간적으로나 투자 자금면에서 유리하겠죠. 전 매우 과학적이고, 고무적인 사고의 발상전환이라고 봐요."

▶우리 형편은 어떨가요?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신약개발 경험이 낮아 선반에 얹어둔 파이프라인이 적다는 게 문제에요."

▶참, 식약처 제품화 지원센터장도 역임하셨죠? 센터에서 만난 국내 제약기업들, 어땠나요.

"국내 제약사의 경우 몇 년 전에 비해 신약개발의 역량과 의지가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부의 R&D지원, 인프라 확충도 한 몫한 겁니다. 다국적제약사의 국내시장 점유율 증가, 내수시장 한계, 약가인하에 다른 성장 및 수익성 저하 등도 자극제 역할을 한것 같고요. "

▶평가가 후하신 편이세요.

"물론 큰 제약회사들은 필요한 사항만 콕찝어 묻는 정도에 그칩니다. 하지만 (신약개발) 경력이 짧은 제약회사들 중에는 A라는 물질이 있는데 라는 식으로 막연하게 접근해 와요. 독성시험 용량 결정이 터무니 없는 경우도 있었고요."

▶용량 결정,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어떤 물질의 투여 용량을 2mg으로 예측하고 있다면 최대 독성시험 용량은 이의 10배인 20mg까지 잡아야 하는데 5mg까지만 실험한 데이터를 가져오기도 해요. 또 이것저것 많은 자료를 가져오는데 그거 다 필요없어요. 꼭필요한 자료를 가져와야하는 거죠. 용량 결정은 실험의 절반이다는 말도 있을 만큼 중요합니다."

▶그러니 지원센터가 필요했던 것 아닌가요.

"네 그렇기는 하죠. 그런데 어떤 곳은 용량을 잡아주면 안되냐고 부탁하기도 하더라고요. 안타까운 마음은 알겠는데 이건 아주 예민한 문제거든요. 허가 당국의 공무원이 용량을 잡아주는 건 논리적으로도 안 맞고, 나중 있을지 모르는 문제의 소지도 안게되는 거니까요. 당연히 이렇게 저렇게 안내를 할 뿐, 다시 말씀드려 스스로 용량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만 줬죠." ▶이런 저런 안내라는게 무슨 뜻이죠?

"실험하는 과정, 자료작성 등 작은 것부터 자료를 꼼꼼히 챙겨 실험결과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감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죠. 이런 훈련은 매뉴얼에 맞춰 하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몸에 익숙하도록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겁니다."

▶어느 강의에선가 소수점을 강조하셨어요. 왜죠?

"예를 들어 실험 SOP에 온도를 소수점 한자리 까지 기재하도록 되어 있으면 반드시 소수점 한자리로 기재해야 합니다. 만약 세포배양시 37도와 37.1도를 같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에 오류가 붙어 오거든요."

▶37도와 37.1도, 뭐 대충 비슷한 것 아닌가요? "데이터 신뢰의 측면에서 하늘과 땅차이 입니다. 37는 36.5~37.4까지 반올림 결과일 수 있고, 37.0~37.9까지 절삭일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과학하는 자세, 신약을 개발을 위한 실험의 바른 태도는 37도가 아닌 37.0도 여야 합니다."

▶국가 지원 R&D비 심사도 많이 하셔죠? 국내 제약기업들이 제출한 신약개발 프로젝트 어떻게 보셨죠?

"제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국내 프로젝트 중엔 임상 의사들조차 '이걸 왜 만들지?'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있어요. 프로젝트엔 시장의 욕구가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만나요. 안타까운 부분이죠."

▶시장성이 없는 개발한다는 의미인가요? "신약을 개발하려면 언멧 니즈(unmet needs)에 대한 고찰이 먼저라는 건 상식이잖아요. 경쟁약물과 시간 경쟁력, 질환별 시장의 추세변화, 개발 후 약가문제, (글로벌)시장 점유 가능성 등 전반적 고찰이 선행돼야 하잖아요.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을 만드는게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사례가 있나요.

"있기는 한데요, 밝히면 안됩니다. 심사규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사의 명예도 있으니까요."

▶만약 기업들이 독성시험 데이터와 관련해 조언을 구한다면, 응하실 건가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요. 우리 기업은 독성시험 과정 그리고 결과 해석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매우 인색해요. GLP기관이 어련히 알아서 해주는 것으로 알고, 그걸 아주 좋게 많이들 생각하세요. 그러다보니 실제론 독성자료에 자문을 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하하."

▶독성전문가로서 기업에게 한말씀 해신다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뭔가요.

"기업은 데이터를 가지고 놀아야 해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결과를 어떻게 활용할것인지 잘 알 수 있어야 해요. GLP 기관이 다해주기를 기대해서는 안돼요. 기관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실력이니까, 그런 실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좋은 데이터와 이를 통한 신약개발은 철저히 실력에서 비롯된다는 말씀.

"좋은 데이터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실험 디자인에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흔히 용량 결정이 실험의 절반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잘 디자인 된 실험결과 속에 많은 정보와 답이 들어 있거든요."

▶임상시험 관계자와 전임상(비임상) 연구자간 교류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세요.

"효능은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합니다. 부작용도 같이 마찬가지로 확인합니다. 독성시험 목적도 임상시험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독성, 부작용을 사전에 확인하려는 실험이잖아요. 독성시험 자료엔 많은 정보가 들어 있어요. 그래서 임상시험 전에 독성시험 결과를 충분히 논의해 독성을 인지하고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게 중요해요. 동물실험 결과에 대한 사전 정보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것과는 천양지차죠.

독성시험 결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많은 실험결과를 사장시키는 게 정말 안타까워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듯이 비임상시험 결과를 얼마나 알고 임상시험을 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양이 달라진다고 믿어요."

▶독성전문가로서 보람, 무엇을 기억하세요?

"내분비 장애물질에 대해 환경부가 손놓고 있을 때 내분비독성과를 만들어 식약처 사상 처음으로 10억원의 R&D를 따낸 것 잊을 수 없어요. 또 EU의 REACH(수출품의 화학물질 등록)라는 제도에 대응해 학회를 만들고 대체시험법을 마련한 것도 기억에 남고 보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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