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 묘사된 동물약국은 진실일까?
- 데일리팜
- 2014-10-04 06: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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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임진형 대한동물약국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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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학생이 결국 가해학생 3명의 혀와 손, 그리고 성기를 잘라 잔인하게 살해한다. 그리고 이들 3명의 부검에서 동물용마취제 ‘졸레틸’이 검출되었고 검시관은 하품을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일반약국에서 최근에 동물약품을 취급하면서 너도나도 덩달아 졸레틸을 들어놨고, 처방전 없이도 파는 곳이 있어 가격도 존나(?) 싸다."
이 내용은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의 내용이다.
최근 2년 동안 동물용마취제는 주요 언론사에게 아주 멋진 시나리오를 제공해주었다. 약사가 돈에 눈이 어두워 동물마취제를 싸게 팔아먹고, 이를 가지고 범죄에 이용한다는 드라마보다 기가 막힌 시나리오 말이다.
졸레틸은 동물용마취제이다.
난폭한 동물을 포획하기 위해 그리고 대학교에서 동물실험을 위해, 그리고 축산업에서 시술 할 때, 동물병원에서 수술 전 동물을 마취하기 위해 쓰인다.
소방서나 대학실험실에서 동물약국으로 졸레틸 구입문의를 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의 동물약국에서는 졸레틸을 구할 수조차 없어 꼭 필요한 곳임에도 줄 수 없었다. 실제로 졸레틸 판매사는 약국으로 직접 졸레틸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과 웹툰에서 그런 진실들은 안중에도 없다. 어디까지나 돈에 눈이 어두운 약사와 범죄자와의 결탁은 조회수를 높여 줄 것이니까 말이다.
수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발이 다 까져 피 흘리는 강아지를 안고 약국에 들어온 보호자가 있었다. 보호자가 운전하는 오토바이가 쓰러지면서 개는 나가 떨어졌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던 것이다. 동물병원에 갈 형편이 못 되었던 보호자는 결국 약사인 나에게 개가 죽을 것 같은 데 죽기 전에 약이라도 한 번만 먹일 수 있게 해달라며 찾아왔던 것이다.
나는 아파하는 강아지를 살리기 위해 알고 있는 약물학적 지식을 동원해 투약을 도와줬고, 결국 새살이 돋은 그 녀석은 다시 뛰어다니게 되었다.
그 일은 결국 약사인 내가 동물약사(動物藥事)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동물약국에 오는 보호자 중에는 나름 자가치료를 잘 한다며 자랑을 늘어놓는 이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오남용으로 개가 듣지 못하는 경우, 불임이 되는 경우, 피부병이 악화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다.
너무 이른 나이에 사용하면 연골부전이 올 수도 있는 항생제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강아지 콧물에 주사하는 이도 있었다.
웹툰에 나오는 대사처럼 동물약국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무분별한 자가치료와 동물에 사용되는 약물의 오남용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먹고 있는 우유는 신선하고 깨끗한 우유일까?
젖소의 상당수는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게 된다. 그리고 우유가 꾸준히 생산되도록 젖소에게 발정호르몬을 투여해 끊임없이 출산을 강요한다. 당신이 마시고 있는 바로 그 신선한 우유를 위해서 말이다.
계란은 어떤가? TV에 나오는 좁은 공간에 촘촘히 쌓아 올려진 닭장에서 우리는 얼마나 건강한 계란을 얻을 수 있을까? 한 실험에서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닭이 생산한 계란에는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게 검출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동물약의 오남용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이를 막기 위해 작년 수의사처방제가 시행되었다. 그리고 그런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동물약국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내가 기르는 동물에게 투약하는 동물약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투약하는 지 알려주는 곳이 동물약국이며, 투약되어 나가는 동물약을 모니터링해 향후 정책 수립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동물약국이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동물약국에서 약사가 마구잡이로 약을 팔아 재껴 그것이 범죄에 사용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웹툰에 등장한 왕따 소년은 동물마취제인 졸레틸이 사람에게도 작용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주사제로만 사용되는 졸레틸을 술에 타서 먹여도 진정, 마취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학생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바로 이러한 인터넷과 뉴스매체들의 자극적인 기사들을 통해서일 것이다.
이런 악의적인 글들이 올라오면 전국의 동물약국들은 또 다시 가지고 있지도 않은 졸레틸을 찾는 전화로 몸살을 겪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동물약국에는 졸레틸이 없다.
웹툰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리 졸레틸은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마약류로 분류되어 앞으로 함부로 투약할 수도 없으며 가격도 비싸다. 그리고 부모의 마음으로 내 아이에게도 악용될 수 있는 졸레틸을 너도나도 팔아 부자가 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자가 될 거였다면 이렇게 힘든 동물약사(動物藥事)는 애초에 시작도 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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