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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엄마로 산 37년, 더할 나위 없었다"

  • 김지은
  • 2015-01-30 06:14:48
  • 퇴임 앞둔 안보숙 강남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안보숙 강남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 보편화된 시대라지만 개개인이 겪는 고단함과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여성이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오는 내적 갈등을 이겨내고 한 직장에서 반평생 이상을 보내고 정년퇴임까지 하기란 더욱 쉽지 않은 일.

퇴임을 앞둔 강남세브란스병원 안보숙 팀장(62·이화여대 약대)은 약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 산 지난 37년이 "더할 나위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에 들어온 후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은 시속 120Km 이상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래서인지 지난 37년의 세월이 짧게만 느껴진다.

안 팀장은 영동세브란스병원, 현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역사를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대 졸업과 동시에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사해 5년을 일했지만 기존 시스템을 꿈꿔오던 대로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전보 지원. 때마침 강남에 영동세브란스병원이 개원을 준비 중이었고 안 부장은 1983년 황무지였던 병원에 들어가 약제팀 하나하나를 직접 일궜다.

"병원이 위치한 이 지역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어요. 당시 강남은 물론 용인, 광주세브란스 병원이 동시에 개원했어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서울 용인, 광주를 오가며 개원 준비에 매달렸죠. 아이를 임신 중이기도 했는데 그때는 힘든 줄도 몰랐던 것 같아요."

강남세브란스병원 후배 약사들은 안 팀장의 퇴임을 앞두고 안 팀장의 그동안 활동을 담은 기념 영상을 제작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약제팀이 다른 병원들도 부러워하는 지금의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안 부장의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다.

투약 대기 시간을 단축하고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조제실을 외래약국, 병실약국으로 분리했다. 병원 약제팀 외래약국에 ATC기계를 처음 도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약사들이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병원 내 다양한 직역과 팀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약사 위상을 강화한 것은 가장 뿌듯한 부분 중 하나다.

"다학제팀 임상업무에 우리 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 것은 병원 내에서 약사 역할을 강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전문약사가 강화되는 것은 앞으로 병원 약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고요."

병원약사회 내부적으로도 안 부장은 전설적 인물 중 한명으로 통한다. 병원약사회 법인화 추진 선봉에 나섰던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 1999년 법인화 확정 보건복지부 장관 최종 사인을 앞두고는 며칠 먹지도 자지도 못해 실신할 정도였다.

"그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당시 홍보위원장이었는데 복지부, 국회, 식약처, 약사회 등 안 따라다닌 곳이 없는 것 같아요. 모두 힘들다 했던 일이지만 오랜 염원이었던 만큼 꼭 이뤄내고 싶었어요. 복지부장관 최종 사인을 받았단 연락을 받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한참을 못 일어났었죠."

안 부장은 가정으로 돌아오면 세 자녀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안부장의 교육열은 병원 약사는 물론 지역에서도 유명하다. 한 교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자녀 공부법을 소개하기도 한 그다.

그는 현재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재학 중인 아들이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3년의 시간이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며 엄마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일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사실 두 딸에게는 큰 신경을 써 주지 못했어요. 나중에 크게 후회하겠다 싶어 막내인 아들에게는 고등학생 시절만이라도 집중해주자 결심했죠. 좋은 결과를 얻고 아들이 꿈을 키우며 사는 모습을 보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다음달 퇴임식을 앞두고 있는 안보숙 부장. 한달 정도 여행을 다녀와 주어진 10여년의 시간은 기존보다 속도를 절반 이상 낮추고 앞은 물론 옆과 뒤까지 돌아보고 즐기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37년을 앞만보고 달려왔는데 남은 시간은 지금의 속도를 반으로 줄여 시속 60Km 정도로 즐기며 살고 싶어요. 부동산 공부도 하고 인테리어도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지금까지 그랬듯 계속 행복한 약사 엄마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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