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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수 잘못 짚은 국회…오리지널 약값 환수법 공전

  • 최은택
  • 2015-02-27 06:14:58
  • 복지부 탓하느라 건보재정 잠재적 손실위험 방치

법률안 처리의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에 의해 오리지널 약값 환수법안(건강보험법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들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정부입법안 준비를 게을리 했다며 복지부를 맹비난했다.

◆논란이 된 법안은= 제네릭 의약품 시판을 제한하는 허가특허연계 관련 한미 FTA 이행입법안(약사법개정안)은 26일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 이르면 다음주 중 본회의에 회부될 전망이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내달 15일부터는 특허가 남아 있는 오리지널과 동일한 의약품(제네릭)의 시판허가는 9개월 간 자동 정지된다.

오리지널사가 품목허가 신청한 제약사를 상대로 특허쟁송을 제기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정부와 제네릭사, 시민사회단체 등은 남소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또 오리지널사는 경쟁품목의 시장진입을 제한할 뿐 아니라 제네릭 등재와 연계된 30% 약가인하 시점도 늦출 수 있다.

결국 오리지널사는 국내 제도상 제네릭 판매제한과 약가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는 셈이다.

복지부는 허가특허연계에 따른 오리지널사의 남소 가능성을 차단하고 건강보험 재정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건강보험법개정을 추진해왔다.

오리지널사가 제네릭 시판제한을 목적으로 특허쟁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서 추가로 챙긴 약값(부당이득)을 환수하는 내용이 주요골자다. 지난 13일 규제심사를 마친 이 법률안은 법제처를 거쳐 차관회의 상정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복지부가 게을렀나= 입법예고 시점은 지난해 6월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행입법안인 약사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직후였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이행입법안을 함께 협의했는데, 건보재정 손실분은 건보법에 담기로 하고 각자 입법을 진행하기로 결론냈다.

그러나 건보법개정안은 식약처 약사법개정안과 연계돼 있었기 때문에 근거조문조차 입법예고 당시 논란이 됐다.

복지부 출신인 한 관계자는 "약사법이 개정될 것을 미리 예상하고 나온 개정안이어서 근거조문조차 확정되지 않은 황당한 입법예고안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복지부가 약사법시행 시점에 맞추기 위해 다소 무리수를 두면서 입법추진했다는 것이다. 그는 "입법예고만 보면 복지부가 입법을 해태했거나 게을리했다는 지적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약사법엔 없고 건보법엔 있었던 것= 더 큰 문제는 이해당사자의 문제제기였다. 식약처 약사법개정안에 대해서는 주로 국내 제약사의 이견이 많았는데, 쟁점은 제네릭 독점판매권으로 불리는 우선판매품목허가였다. 실무적인 세부내용도 적지 않았다.

식약처는 입법예고 전부터 수년동안 제약업계와 스킨십을 가져온데다, 국내 제약사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신속히 대응했다.

약사법은 지난해 7월 재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순조롭게 규제심사와 법제심사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정부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건보법은 처지가 달랐다. 국내 제약사가 아닌 오리지널사(특허권자), 다시 말해 다국적제약사가 규제대상이기 때문이었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 미국 제약협회, 주한미국대사관 등이 이견을 제기하며 복지부를 압박했다.

FTA 사안이어서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도 불편한 심기를 전해왔다. 오리지널사와 이들 업체가 속한 국가가 반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건보법에 징수근거 조문 하나를 만드는 데 복지부가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많았다.

약사법엔 이런 통상요인이 없었지만 건보법은 차고 넘쳤다. 문형표 복지부장관은 다각적인 검토결과 통상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상임위에서 말했다. 내외부 법률검토와 통상관련 부처 의견조회 등 고뇌의 시간이 생략된 짧은 답변이었다.

실제 복지부 내부 규제심사에 2개월이 걸렸다. 규제개혁위원회도 넘기 힘든 장벽이었다. 통상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규제를 심사하는 건 규개위에도 힘든 일이었다. 복지부와 규개위 간 실무검토를 포함해 행정사회분과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는데 꼬박 4개월이 소요됐다.

◆김용익 의원의 지원= 이러는 중 약사법은 법안소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입법안과 병합심사된 약사법개정안을 발의한 김용익 의원실은 복지부를 불러 시판방지조치가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물었다.

복지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입법안 내용과 함께 당초 목표대로 약사법과 함께 시행되는 게 건강보험재정의 잠재적 손실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실은 이 건보법이 약사법과 함께 시행돼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리고 김 의원은 지난 24일 법안소위에서 약사법 심사를 마친 직후 건보법도 위원회안으로 상정해 처리하자고 제안했고 논란 끝에 통과시켰다.

김 의원은 "(정부입법안 발의와 국회 검토보고, 상임위 상정과 법안소위 회부 등) 일련의 절차를 거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갖고 있다"면서도 "법안소위에서 심의한 결과는 위법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도 "국회법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방식이고, 그런 선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 공무원 문책?=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입법안 준비가 왜 늦어졌는지 상세내용을 서면으로 의원들에게 전부 제출해 달라. 담당공무원도 명기하고 관련 공문서도 첨부하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세부진행 과정을 다 검토한 뒤 잘못이 있으면 담당자를 문책하도록 요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장관이 사과도 했으니 법률안은 처리했으면 한다"고 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복지부가 제대로 입법준비를 하지 않고 명분을 내세워 입법을 몰아붙였다고 전제하고, 덮어놓고 절차적 정당성만 문제삼았지만 김 의원은 전후사정을 먼저 보고 비판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구체적인 사실은 확인이 필요하지만 FTA 상대방인 미국정부와 다국적 제약사 등의 전방위 저항이 있었던 상황에서 입법준비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복지부 담당 공무원에게 지우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더구나 복지부를 탓하느라 건강보험 재정의 잠재적 손실위험을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이익과 형식논리를 맞바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오리지널 제약사는 입법안 처리가 안되기를 희망하겠지만, 솔직히 이번 사건은 국민입장에서 좋은 일이고, 김용익 의원의 지원과 복지부 공무원들의 대응은 잘 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동익 의원과 국회의 역할=건보법 처리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는 동안 한 국회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한미 FTA 대응과 이행입법에 대한 입법책임은 정부 뿐 아니라 국회에도 있다. 입법안이 제때 나오지 못한 책임은 보건복지위원에게도 있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의 지적이었다.

최 의원은 "복지부 입법예고 내용은 국회도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정부 잘못도 있지만 국회의원도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법률안을 검토하고 준비해야할 의무가 있다"면서 "우리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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