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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약 매출이 더 높은 층약국이 있다?

  • 정혜진
  • 2015-03-19 06:14:59
  • |이·약·궁|이력부터 가족사항까지 꼼꼼 기록...1층 안부럽다

[10] 경기 성남 분당새봄약국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한 분당새봄약국
겉보기엔 별다른, 특별한 점이 없었다. 10평 남짓 작은 공간, 직원과 약사 둘이 근무하는 2층에 위치한 층약국. 대로변의 소음이 없어선지 변화진 약사의 분당새봄약국의 첫인상은 '조용하고 얌전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약국이 최근 매출이 급상승했다고? 왜일까.

변 약사 역시 '별다를 게 없는 약국'이라며 인터뷰 자체를 부끄러워했다. 비오는 평일이지만 같은 층 가정의학과 의원에서 유입되는 처방 환자가 심심치 않게 드나들었다.

같은 건물에 학원이 많아선지 새학기 감기로 고생하는 학생들도 종종 방문했다. 이제 걸음마를 뗀 아이가 천원짜리 한 장을 들고 들어와 캐릭터 비타민과 바꿔가며 해맑게 웃었다.

혼자서 조제와 상담, 매약, 방문객 응대까지 도맡은 변 약사를 기다리며 약국을 계속해서 보다보니,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일반약은 물론 건기식과 의약외품, 위생용품까지, 층약국답지 않은 폭넓고 다양한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일회용 밴드는 말할 것도 없이 무좀약 하나도 4~5가지 품목을 갖춰놓고 있었다. 발포비타민, 근육통 완화제, 여드름치료제, 염모제, 진통제 등 모두 5가지 이상의 제품이 준비된 약국이다.

공간이 넓지 않지만 벽면과 단 하나의 오픈매대를 사용한 밀도높은 진열이 눈에 띈다. 제품이 많지만 깔끔하고 작지만 좁지 않다는 인상은 여기에서 나왔나 보다.

대부분의 제품이 종류별로 5가지 이상의 품목을 구비하고 있다.
변화진 약사(36·덕성약대)는 2013년 10월 지금의 분당새봄약국을 열었다. 개국 경력은 길지 않지만 약사 경력은 10년을 넘어섰다. 병원과 소아과 문전약국, 요양원, 이마트 입점약국 등 다양한 곳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기반으로 가졌기에 마음 먹을 수 있었다.

"일반약과 건기식에 관심이 많아 층약국은 생각도 못해봤어요. 층약국을 오픈하고 조제에 신경쓰면서도 다양한 제품 구비에 욕심이 났어요. 제품별로 품목별로 가능한 다품목 소량 매입을 원칙으로 하고 환자들이 찾는 제품이 있으면 알아봐서 괜찮다 싶으면 주문해 구비해요. 약국 물품 매입하다 보니 제 물건 살 마음이 없어질 만큼 웹서핑을 하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분당새봄약국은 보통의 1층 약국 못지 않은 구색을 자랑한다. 그 뿐인가. 지금도 조금씩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진열, 회전율 등 여러가지 이유로 꼭 소량으로 주문해 빨리 소진시킨다.

특히 건기식은 '여기서 파는 건 생산된지 얼마 안된 것들이라 좋아'라는 칭찬을 들을 만큼 제품 회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약국 중앙에 위치한 오픈매대(왼쪽)와 제품마다 비치된 샘플(오른쪽)
환자 별 특이사항과 대화를 기록한 메모(왼쪽)와 환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오른쪽)
또 제품마다 샘플도 꼭 준비해 만지고, 맛보고,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한다. 웬만하면 약국에서 파는 화장품과 비타민은 변 약사가 먼저 써보고 먹어본다. 자신이 써 보고 좋으면 환자에게도 추천한다. 조제와 상담에 애쓰며 매약까지 욕심내는 것은 철저히 환자 선택권을 높이고 더 신선한 제품을 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변 약사의 약국은 상가건물 2층에 있지만 매약 매출이 차차 늘어 최근에는 조제 매출을 따라잡았다.

"관심인 것 같아요. 일반약이나 건기식이 상담하기에 더 유리한 면이 있잖아요. 환자개개인에도 관심이 많아요. 약국이 지역의 오래된 내과 앞에 있다보니 환자들도 다 이 지역 주민들이에요. 원래 인상과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기도 한데, 포스 프로그램에 그때 그때 대화한 가족사항이나 약력 등을 기록해요. 다시 왔을 때 화제로 꺼내기도 좋고 약력관리도 되고요. 얼마전에는 한 학생이 '엄마, 이 약사님 진짜 기억력 좋아'라며 놀라더라고요. 환자들이요? 당연히 기분 좋겠죠."

부탁해놓은 건기식이나 처방전을 미리 맡겨놓고 간 환자에게는 일일이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 문자 발송내역에는 '문의하신 비타민D가 토요일에 준비됩니다', '약이 내일 도착한다고 합니다. 늦어져 죄송합니다', '방문이 힘드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들이 이모티콘과 함께 가득하다.

2시간 남짓 약국에 머무르며 이러한 물리적인 노하우들을 확인하고도 새봄약국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환자들을 응대하는 변 약사를 한참을 보고서야 몸에 밴 상냥함, 병에 대한 걱정, 과하지 않은 친절, 포장하지 않은 듯한 말 한마디가 눈에 띄었다.

변 약사는 환자들에게 때론 언니처럼, 때론 엄마처럼, 때론 동생처럼, 때론 친구처럼 말을 걸었다. 그 친절이 과하지 않아 좋아보였다.

변화진 약사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어선지 아이 데리고 오는 엄마를 보면 내 일처럼 마음이 가더라고요. 다른 환자들도 그렇게 대하다 보니 지역 주민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약국은 대형화하고 커지기 보다 그 지역 안에서 주민을 섬세하게 케어해야 한다고 봐요.

막 약사가 됐을 때, 약국을 처음 열었을 때 주변의 좋은 선배님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지 않으셨으면 지금의 저도 없겠죠. 내리사랑이라 하나요. 하늘과 같은 약사 선배님들이 자신의 노하우와 팁을 알려주셔 이만큼 할 수 있었어요. 제가 받은 것을 누구에게 줄 수 있을까요. 더 좋은 약국, 좋은 약, 좋은 상담으로 주민들께 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변 약사는 주변 상가와 주민들이 '약국 인테리어를 새로 해 전보다 건물 자체가 밝아진 것 같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단지 LED 조명 때문이었을까. 변화진 약사의 미소와 따뜻함으로 약국이 더 밝게 보인 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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