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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우려가 현실이 된 허가특허연계제도"

  • 데일리팜
  • 2015-05-04 06:14:50
  • [칼럼] 왕훈식 지엘팜텍 대표이사

국제 계약을 맺다보면 계약서 말미에 'Force Majeure'라는 조항이 기본형식으로 삽입되곤 하는데, 우리 말로는 '불가항력'으로 번역되곤 한다.

한마디로, "이런 일들은 그 발생빈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영역이 아닌 경우도 있고 발생한다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즉시 정상 상태로 회복시킬 수 없는 경우이니,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로 인해 계약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면제시키는 것으로 하자"고 합의해두는 것이라 하겠다.

지진, 해일 등의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전쟁, 폭동 등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등이 그에 해당한다.

아주 똑같은 경우라 할 수 없지만 이런 경우가 있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즉, 일어날 가능성 자체를 완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거의 일어나기 어려운 경우여서, 그 경우를 서로 마음에 두지 않는 경우 말이다.

소홀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어감인 경우로 생각하자. 위에서 언급한 전쟁, 지진의 경우도 이에 포함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관련되지 않은 영역에서 업을 하시거나 또는 제약업계에 종사하더라도 관련 부서가 아니라면 그 파장을 피부로 절감하기 어렵다.

'Force Majeure'는 아닌데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하는 일이 허가-특허 연계와 관련된 개정 약사법의 시행일인 지난 3월 15일 이후 현실로 발생하면서 3월말까지 대혼란을 불러일으키더니 급기야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태로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켜보기 안타깝기 그지 없다는 말 이외엔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우선판매품목허가가 뭔지...

모 업체가 여러 제약사들과 연합해(연합이란 단어가 적절한 건진 모르겠다) 우선판매품목허가 취득의 필수 선행조건인 특허도전을 대리하기로 합의하고 3월 15일을 기점으로 해서 물밀듯이 특허심판을 진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업체가 어떤 근거들을 갖고 실제 특허심판을 진행했는지 알 수 없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뚜렷한 근거(청구이유)도 없이 거의 무차별적으로 심판을 진행했다고 말하고 있고 내 보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위 연합에 포함되지 않은 회사들이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동일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최초 특허도전이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 특허도전을 따라가야만 한다.

해당 개별 제품에 대한 향후 사업적 성과에 대한 분석 또는 그를 위한 사업전략이 수립됐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이제 남은 것이라곤 따라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이것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분야 전문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 지난 1개월 동안 특허도전이 1천건을 상회했다고 한다.

특허심판원의 2014년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전 산업분야에 걸쳐 제기된 무효심판 청구건이 687건(2013년은 573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건이 209건(2013년은 189건)인 점을 감안하면 자그만치 전 산업분야를 통틀어 1년 동안 청구되는 심판청구건의 100%를 초과하는 사건이 지난 한 달 동안 청구된 셈이고 그것도 상대적으로 산업비중이 지극히 작은 제약산업에서 발생시켰다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식약처 발간 식품의약품산업동향통계에 따르면, 의약품산업은 2013년 기준 전 산업의 GDP 기준 비중이 1.15%에 불과하다)

법안 입안 과정에서는 특허권자 또는 허가권자인 브랜드회사들이 무차별적으로 특허 관련 소송이나 심판을 남발할 것을 우려해서 브랜드회사의 제네릭 제품 판매금지신청이 적합하게 이뤄졌는지를 식약처가 심사할 수 있도록 한, 언뜻 보면 마치 식약처 일개 부서 안에 특허심판원을 둔 것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조항을 삽입하기까지 했는데, 최초 입안에 참여했던 분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려가 현실이 돼버린',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하고 Force Majeure 급으로 생각했던 일이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느낌이지 않을까...

이 일에 매진할 수 밖에 없게 된 전문 인력들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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