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분들은 저를 마귀라고 할 거예요"
- 정혜진
- 2015-05-26 06: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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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아산병원 약제부 김해숙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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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아산병원 약제팀 약사위원회 소속 김해숙 약사(53, 영남약대)의 업무는 신약 심사다. 신제품을 가지고 오는 제약사 사람들에게 신약 성분부터 효과, 제형 별 데이터, 분절·가루 조제 시 안전성 자료를 요구한다. 부족한 부분은 자료가 갖춰질 때까지 제약사 직원을 괴롭힌다.
"의사 처방권만 따내면 다 됐다고 생각하는 제약사 직원들이 저를 만나서 혼이 많이 났어요. 데이터와 자료, 부족한 포장 문제를 일일이 지적하고 고쳐지지 않으면 절대 코드를 주지 않거든요. 제약사 분들은 저를 마귀라고 할 거예요."
그 역할을 했기에 2000여 가지의 약물이 큰 사고 없이 병원 내 환자들에게 처방, 조제되고 있다. 김 약사는 이 업무만 10년을 넘게 했다. 조용하고 온화한 그이지만 의약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단호한 표정이 언뜻언뜻 스쳤다. 깐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김 약사의 '약에 대한' 올곧은 의지가 엿보였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한해에 출시되는 신약만 수십수백개에요. 의약품 안전성과 부작용 검토 역할을 여기에서 하지 않고 조제실로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컨트롤할 수 없게 됩니다. 부작용이 나 환자라도 다치면 겉잡을 수 없어요. 위험을 최소화하는 마지노선이 약사위원회라는 생각을 하면 제가 엄격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제약사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러면서 제약사도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김해숙 약사는 영남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경북대병원에 들어갔다. 근무약사 3개월을 경험하고는 출퇴근이 정확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병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시작한 병원 생활이 경북대를 거쳐 96년부터 지금의 강릉아산병원에 적을 두었다. 병원약사만 이제 30년째를 맞았다.
임상약사라는 목표만 보고 병원에 들어왔지만 환경은 부족한 것이 많았다. 약사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병원에 요청하며 많은 것을 바꿔놓는 동안 병원에서 관리자급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부족한 환경이지만 임상약사가 약사 직능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 꾸준히 공부하고 꾸준히 밀어부쳐왔다.
"배우는 것이 좋아 숙명약대 대학원 수업을 들었어요. 지난해에는 일주일에 두번씩 서울로 강의를 들으러 다녔습니다. 비행기로 왕복하며 주변에서는 '대단하다', '힘들겠다'고 말했지만 저는 배우는 내용과 공부하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어 그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배움의 열정은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도 이어졌다. 김 약사를 비롯한 약사들의 노력으로 강릉아산병원은 약대 4년제 시절부터 전국에서 약대생을 받아 2주간 실습을 진행해왔다. 병원과 임상 업무를 알면 보다 제대로 된 약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병원 동의를 얻어 약제팀이 진행한 과정이었다.
"임상을 알면 병원은 물론 제약사, 약국 어디를 가도 제대로 알고 일하는 약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사는 환자를 면밀히 관찰하고 그 과정에서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의사나 간호사에게 약사로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니까요. 학생들에게도 같은 내용을 가르쳐요. 매 실습마다 3명 이상을 받지 못하는 건 이런 내용을 하나하나 가르치기 위해서에요. 더 많은 인원은 제대로 교육 하지도, 받지도 못하거든요."
질병 증상과 의료 용어를 왜 배워야 하냐는 학생들에게, 김 약사는 병원 차트를 보여준다. 단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고 '이 환자의 지금 상태, 약물 투여 범위, 병의 진전 정도를 일일이 의사에게 물어볼테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부터 학생들은 아무 불평 없이 교육하는 대로 따라온다. 공부할 동기를 만들어주는 게 김 약사의 방식이다.
"병원 실습이 10주가 아니라 10개월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학생들이 배우고 경험할 게 너무 많거든요. 10주 간 실습에도 최대한 많은 걸 느끼도록 노력합니다. 덕분에 저희 병원 실습을 지낸 학생들은 누구보다 제대로 배우고 간다고 자부해요. 실제 현장에 투입된 후 능력을 발휘하는 학생도 많고요."
약사가 나아갈 방향이 임상약사에 있다고 생각하는 김 약사. 그는 조제와 검수 뿐 아니라 처방전 검토, 약품 식별, 약물 부작용 판단 모두를 약사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병원 시스템과 약사 인력 충원은 물론 약사 자신과 약사를 바라보는 시선 모두가 변하길 희망한다.
"약사 업무는 좁히기 시작하면 조제까지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협소하고 한정된 직능이지만 넓혀보면 병원과 약국에서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약사가 관여해야 하는 직능이에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활동할 수 있다는 뜻이죠. 제 후배들이 더 많은 일을 더 넓은 사회에서 해내길 바랍니다. 그 바탕은 임상이고요, 당장은 미국처럼 되기 어렵겠지만 하나하나 바꿔가다 보면 언젠가 제 후배들이 의사와 대등하게 일하는 그런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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