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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제약·총판 도매 난립…유통시장은 난맥

  • 정혜진
  • 2015-06-30 12:14:58
  • 약국은 도매설립, 의사는 제약사 운영...허물어지는 영역

의약품의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거래질서가 그 어느때보다 복잡하다.

제약과 유통, 병의원, 약국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신사협정이 깨지고 이익이 된다 싶으면 어느 영역이든 넘나든다. 제약, 유통, 요양기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병의원과 의사가 설립한 소형 제약사가 늘고 있어 약국들이 악성 재고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약-유통-요양기관, 경계는 없다

이전에는 도매가 비밀리에 직영약국을 운영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관련 법안까지 생겨났으나 약국도매 대다수가 서류 상 문제 없이 조치한 직영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근 한미약품의 도매업 진출도 종전 전통적 거래질서와 이질적이다. 도매협회와 한미약품의 갈등은 비단 한 제약사만의 문제가 아나라 유통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국내제약사의 태도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쌍벌제 시행 이후로는 약국이 서류 상 문제가 되지 않도록 무관한 직영도매를 운영하는 사례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로 이전만큼 백마진을 확보할 수 없게 된 문전약국들이 직접 의약품을 공급받아 마진을 확보하는 직영도매가 늘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의사와 병원이 직영 제약사를 설립하는가 하면 자사 의약품을 기존 도매업체가 아니라 지인이 운영하는 '관계 도매'에 총판 형식으로 유통권을 주면서 더 많은 마진을 확보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한 도매업계 관계자는 "최근 생기는 이름도 생소한 소형 제약사 대부분이 의사가 관여한 제약사들"이라며 "자기가 처방내고, 생산하고, 유통선까지 확보해 의약품 흐름의 전 과정에서 파생되는 이익을 독차지하는 병의원, 의사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소형업체…생계 위해 편법 '총동원'

이같은 변화를 곧바로 체감하는 곳은 도매업체다. 도매업체는 하루에도 한두건 이상 생소한 제약사 제품을 주문받고 있다.

위탁에 의존해 이름만 있는 제약사의 제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의원 처방이 나와 약국이 주문을 하는 것인데, 그나마 요즘은 이러한 제품들이 대부분 총판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도매업체에서는 모르고 지나가는 제약사가 태반이다.

도매업체 관계자는 "생소한 제약사가 하도많아 기억조차 할 수 없다"며 "영업사원이 약국에 '의원 처방 나올테니 준비하라'고 해 주문이 들어오는데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며 "제약사와 의원의 카르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요즘은 총판도매까지 합세해 일반도매까지 주문이 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병의원이나 의사가 제약사를 만들고, 아는 의사들끼리 처방을 내 자신들의 처방량 만큼 생산토록 지시한다.

위탁으로 생산한 제품들은 총판도매를 통해 약국에 공급되고 약국은 처방이 나오니 약을 주문할 수 밖에 없다. 제약사가 먼저 제품을 만들어 의사를 섭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떴다방'식 영업에 처방내는 의사 맘대로 처방이 바뀐다. 약국은 재고만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도매협회 관계자는 "신규 도매업체 허가 신청이 한달에 5건에서 많게는 10건까지 꾸준하다"며 "기존 도매업체는 영업을 정리할 정도로 경기가 안좋은데도 신규 업체 개업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떴다방 식 총판도매업체 개설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불안정한 고용에 너도나도 '각자 살 길' 모색

그렇다면 이처럼 제약사와 도매업체가 난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제약사 고위 관계자의 조기 퇴직이 꼽힌다. 아울러 리베이트가 음성화되면서 기존에 확보했던 수익을 자체 회사 운영으로 상쇄하려는 병의원과 약국의 꼼수도 한몫 하고 있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제약사 관계자들의 명예퇴직이 일반화되면서 약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 전 과정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고위 임원급 인력들이 무방비상태로 퇴직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제약사 직원 시절 알고 지내던 의사, 유통관계자와 모의해 카르텔을 만들어 소규모 이너서클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던 D사 퇴사 직원들 중 임원급 퇴직자 대부분이 이러한 소규모 업체를 각각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예전에는 제약사 직원이 퇴직해 도매를 차리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제약사 직원이 경험을 살려 제약사, 도매, 영업 등 모든 과정을 커버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는 약국과 국민 몫이다. 처방권자는 의사는 자사 제품 소비를 늘리기 위해 30일 처방 환자에게 90일 처방을 내기 쉽다. 과잉처방이 일어나기 쉬운 것이다. 약국 역시 난립하는 업체 제품들을 모두 갖추다 보면 불용재고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부산의 한 약사는 "약업계가 전에 없이 혼란스럽고 의약품 유통질서가 무너진 것만은 분명하다"며 "카르텔과 불공정거래, 담합의 소지가 다분한 거래행태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이를 바로잡을 대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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