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9 20:20:04 기준
  • #제품
  • 제약
  • 공장
  • 비만
  • 의약품
  • 비대면
  • #실적
  • GC
  • 신약
  • #치료제
팜스터디

소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치자!

  • 데일리팜
  • 2015-07-02 06:14:50
  • [칼럼] 리병도 약사(전 건약 회장)

MERS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메르스 문제로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제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외국 언론들로부터는 의료수준의 후진성을 조롱당하면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의료관광은 물 건너가고, 중동의 의료수출은 사우디 보건장관의 발밑에 잠겨버렸다. 세월호 사건에 이어 메르스 때문에 중국인들은 한국을 더욱 얕잡아 보게 되었다.

앞으로 또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또 올까? 정확한 설문 조사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보다는 앞으로 더 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속담에도 있지만 소는 잃었어도 빨리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지 않을까?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 평가에서도 그렇고 대한의사협회 등이 주관한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공중보건 위기대응체계의 진단과 해법' 토론회에서 대한의학회 K기획이사도 응급실 과밀화나, 가족간병, 여러 친구나 가족이 환자를 병원에 동행하거나 문병하는 문화 등 병원 및 의료이용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병원이용문화 개선과 관련, K기획이사는 "우리의 문병문화, 응급실 이용문화,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문화가 문제"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설득해서 우리의 잘못된 문화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다.

또 "이번 메르스 확진 환자 중 전체 감염자의 40%가 환자의 가족, 돌보는 사람"이라며 "간호사가 간병하는 외국의 시스템이 있으면 메르스 환자의 40%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해 가족 간병을 해소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한다.

그러나 문화를 고친다는 것은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을 갑자기 외향적인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로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우리들이 성격을 180도 바꾸기가 어려운 것처럼 쉽게 될 일이 아니다.

문화는 전제의 문제이다. 그 전제 하에 해결책을 찾아야지 온 국민들의 문화를 하루아침에 어떻게 바꾸라는 것인가? 세월호는 해양경찰 책임이라며 해양경찰 자체를 없애자는 대책 아닌 대책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다른 대안으로 포괄간호서비스를 대안으로 제시하는데 거의 대부분 민영화된 우리나라 병원들의 기본 경영방침이 인건비를 절약하려고 최소한의 정규직 유지와 비정규직 양산, 필수나 비필수 업무나 가리지 않고 외주화하는 것인데, 국내 어느 병원이 간호사를 더 늘려 포괄간호서비스를 하겠는가?

수가를 전제 한다 해도 민간병원 위주인 우리 시스템에서 인력보강을 전제로 한 이런 제도를 도입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절실하게 느낀 점이지만 초기 대처가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메르스에 대한 대처는 공동체가 해야 하는데, 정부라는 머리는 있지만 이를 실행할 팔다리의 95%는 민영화되어 유기적인 대처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의료가 민영화된 상태에서 메르스에 대한 대처도 개인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SNS에는 ‘ 이 정부 들어 잘 못 먹고 살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각오했지만 목숨 걱정까지 할 줄이야’라는 자조 섞인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의료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초기 거의 패닉상태에서 일부 병의원들은 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하기도 하고 확진환자가 거쳐 간 병의원, 약국은 거의 무방비상태에서 문을 닫아야 했다. 개국가에서도 정부의 무능에 할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그저 ‘복불복’이라는 한탄의 목소리만 흘러 나왔다.

전염병 관리의 민영화 속에서 터져 나온 대안이 의료의 공공성 강화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았듯이 메르스 환자를 서로 안 받으려는 상황 속에 이를 책임진 것은 그나마 명맥이나마 남아 있던 지역의 보건소들과 국립이나 지자체 소속의 공공병원들이었다.

다 하기 싫은 일이지만 공동체를 위해 누군가 해야 한다면 그것을 하는 것이 공공기관이다. 그래서 공동체에서 십시일반 세금으로 돈을 모아 의료체계를 운영하고 소방서도, 경찰서도, 군대도 운영하는 것이다.

일부 나라에서 소방서도, 교도소도 - 경찰도, 군대의 일부도 - 민영화 한다고 해외토픽에 나오지만, 우리 사회 지도자연하는 이들은 의료를 민영화하는 것은 ‘모르쇠’하는 분위기다. 왜! 의료도 산업이니까, 자본의 이윤추구에 블루오션이라고. 국민의 정부고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 가리지 않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계속 민영화하려는 시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 대안의 하나로 제시된 보호자 없는 병원을 현실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곳은 그나마 공공병원밖에는 없다. 현재의 수가로 아니면 약간 올라간 수가로 포괄간호서비스를 할 민간병원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의료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하겠다고 하다가 메르스의 허브가 된 뭐든 최고를 추구하던 국내 한 대형병원은 음압병상조차 하나도 없다 해서 우리를 아니 세계를 놀라게 했고, 지역의 한 대형병원은 격리병동을 외부업체에 사무실로 세를 놓았다 한다. 이렇게 병원시설 기준조차 이윤을 잣대로 재단하는 민간병원들에게 이런 손들어가는 대책은 씨도 안 먹히는 이야기리라.

누구는 그래도 우리나라 의료가 민영화되었어도 2003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을 잘 막았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대책팀의 노력으로 방역에 성공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당시에도 나왔던 문제들 중 가장 큰 문제가 ‘지정병원’ 부족 문제였다. 이 문제는 이후에도 큰 논란거리였다.

그런데 외양간을 고칠 수 있던 그 기회에 나온 대책이라는 것이 이명박 정부 때 소리 소문 없이 통과된 공공의료법이다.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정된 민간의료기관에 예산지원을 한다"는 이 황당한 공공의료법은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메르스 사태처럼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서 우선 민간의료기관의 자원을 관리하려면 설득과 동의가 필요한데 이는 그리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예로 이번 메르스 사태의 초기 진원지였던 B병원의 같은 병동환자들을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대로 그 병원에 가두어놓아야 했을까? 민간 중소병원에서 이를 감당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을 텐데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했을까? 이것이 정말 따져보아야 할 질문이다. 그 8층 병동의 환자들은 그러면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했을까?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그 8층의 환자들을 보낼 병원은 애초에 없었다. 다른 병원으로 보내서 격리했어야 할 터인데 자신들의 입원환자를 비우고 그 환자들을 받아줄 병원이 그 지역에는 없었다. 아니 한국의 어떤 지역도 그런 병원 - 바로 적절한 감염격리 시설을 갖춘 지역공공병원 - 없다"고 했다.

그리고 막대한 예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병원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고 민간의료기관을 움직이기는 쉽지가 않다. 때문에 이번에도 몇 안되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등의 공공의료기관이 우선적으로 메르스 환자 진료 및 격리치료에 동원되었다.

아쉽게도 2003년 사스 감염 이후에도 공공병상 비율은 계속 축소되었고, 급기야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그나마 있던 공공병원마저 없앴다. 역사상 최초의 공공병원의 폐원까지 이루어진 것이다. 그야말로 진주의료원 폐원은 동냥은 못할망정 쪽박마저 깨버리는 처사였다.

보건연합의 정형준 정책위원은 "수지타산을 중심에 놓는 민간의료기관이 감염병을 제대로 관리하리라 생각한다면 너무 큰 기대다. 그래서 최소한의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다. 의료전문가들은 최소한 공공병원이 전체의 30%선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30%가 안 되면 실제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메르스 사태는 한국의 공중보건의료체계의 파산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공병원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집권 공약에는 공공의료기관 30% 확충이 있었다.

물론 이 약속은 여러 가지 이유로 지켜지지 못했지만, 이제 이번 메르스 감염확산으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분명하며, 무엇보다 공공병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지원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언제든 반복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자명한 일이다.

- 참고 -

우석균. 2015. <메르스 사태, 국가는 어디에 있나>. 한국일보. 이혜경. 2015a. <응급실 과밀·가족간병…메르스 사태로 도마위 올라>. 데일리팜.

-

-

-

-

-. 2015b. <'메르스 감염병'의 징비록…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데일리팜. 정형준. 2015. <공공병원 없애더니… 전염병에 ‘속수무책’>. 오마이뉴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